[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유통의 시장화①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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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방문한 평양양말공장(평양시 평천구역)에서 노동자들이 양말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2011년 8월 방문한 평양양말공장(평양시 평천구역)에서 노동자들이 양말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문성희 박사 제공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살펴봤던 시장과 장마당에 이어 북한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체계의 시장화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상품이 생산된 뒤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교환되고 분배되는 상업활동을 유통이라고 부릅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의 유통체계,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우선 북한에서의 생산물 유통체계에는 생산수단의 유통과 소비재의 유통이 있습니다. 생산수단 유통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국가가 지정한 국영기업소에만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을 통한 유통방법이 존재합니다.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이란 국가계획과는 별도로 기업소들 사이에 유무상통, 즉 기업소 양측에 없는 것을 서로 지원한다는 원칙에서 필요한 물자를 상업적 형태로 직접 주고받는 유통형식입니다. 다음, 소비재의 유통은 ‘사회주의상업’을 통해 진행됩니다. 즉 북한 정부가 국영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인 주민들에게 상품을 파는 방법으로 소비재를 유통하는데, 여기서 자본주의와 다른 점은 주문제가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주문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것이지요.

주민들의 주문에 따라 상품 생산해 공급하는 게 원칙

제가 2011년 8월에 방문한 평양양말공장(평양시 평천구역)을 하나 실례로 들고 북한의 소비재 공급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1962년에 설립된 평양양말공장에는 원래 남성 양말 생산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는데, 2010년에 310만 유로를 들여 여성 스타킹 생산설비를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뒤에는 여성 양말 생산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1천 만 컬레였고 2012년에는 2천 만 컬레를 목표로 한다고 공장 지배인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된 여성용 양말류(스타킹 등)가 공장 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된 여성용 양말류(스타킹 등)가 공장 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사진: 문성희 박사

공장에 전시된 양말 가격을 보면 스타킹이 200원, 타이츠가 300원, 쇼트스타킹 50원 등이었습니다.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된 양말은 국영상점인 평양제1백화점이나 보통강상점 등을 통해서 공급됩니다. 2011년의 생산량은 1천 만 컬레의 목표를 108% 초과 달성했다고 보도됐기에 1천80만 컬레를 생산한 셈입니다. 평양의 당시 인구는 약 325만 5천 명, 이 중 여성은 절반 정도인 약 170만 5천 명입니다. 어린 아이로부터 고령자 할머니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에게 양말을 공급할 경우 한 사람당 연간 6컬레씩 공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봄과 여름에 스타킹 3컬레, 가을과 겨울에 타이츠 3컬레를 각각 공급할 경우, 여성들이 1년 동안에 양말 구입에 쓰는 돈은 약 1천500원. 한달에 생활비, 북한의 임금을 2천 원 받는 사람의 경우 연간 수입은 2만 4천 원이기에 연간 수입의 16분의 1이 양말 대금이 되는 계산입니다.

장마당∙시장∙상점∙전시장 순으로 고급 상품 판매

<기자> 평양양말공장을 예로 들어 양말이 생산돼 공급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파는 북한의 상점에는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문성희: 네, 아까 말씀드린대로 하나는 국영상점이 있지요. 대표적인 것은 백화점, 지역상점 같은 곳입니다. 다만 지역상점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대신 지방에서는 지역시장이 중심이지요. 백화점으로 대표적인 것은 평양제1백화점입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조사한 결과로는 북한에서는 가장 낮은 상점이 장마당, 다음이 시장, 그 다음이 상점, 그리고 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점이 고급상품들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지방에선 사회주의 유통망 유명무실

<기자> 지역상점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하셨는데 결국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북한 당국의 공식 사회주의 유통망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장마당이나 시장 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문성희: 네 바로 그렇습니다. 지방에서는 이미 장마당이나 시장이 유통망의 중심이 된 지 오래됩니다.

평양제1백화점 상품 표시 가격 매우 비싼편

<기자>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팔릴 때 그 가치를 보통 가격으로 매기는 데요, 북한의 국영상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을 조사하셨다면서요?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주로 평양제1백화점에서 조사한 제폼의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돼지고기 조림(냉동) 1킬로그램에 4천797원(이하 당시 공정시세환율은 1달러 당 약 100원, 실제환율은 1달러 당 약 2천500-2천900원), 오리고기 조림(냉동) 1킬로그램 4천772원, 쇠고기 갈비 조림(냉동) 1킬로그램 1만485원, 냉면 160그램 800원, 감자냉면 160그램 1천700원, 쇠고기 갈비탕 3킬로그램 3만9천400원, 그리고 치약 90-250원, 칫솔 11원, 국산 노트 5-90원, 운동화도 국산의 경우 284-435원, 이런 식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기자> 네, 냉동 돼지고기 1킬로그램에 실제 환율로 2달러 정도한다는 말씀이신데요,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수준을 고려할 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주로 공급표를 내고 생필품을 바꿔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진열된 제품에 이렇게 비싼 가격표를 매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성희: 이건 역시 일단은 진열하고 있는 제품들에 가격을 붙여 놔야 우리처럼 밖에서 오는 사람들이 보면서 궁금한 걸 해결할 수 있고 또 일단은 가격을 그렇게 정해 놓고 공급할 때 그 가격으로 공급한다, 그런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실제로는 그 가격을 주민들에게 받지는 않지만 이 정도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뭐 이렇게 주민들에게 알려주려는 그런 의도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그렇죠. 인식을 시켜준다는 거죠.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Photo: RFA

국영백화점서 공급 운동화 기다리는 주민 길게 줄서

<기자> 평양시 중구역 경흥동에 위치한 평양제1백화점은 북한의 대표 국영백화점인데요, 직접 방문해서 현지조사를 하셨는데,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제가 직접 방문한 것은 2011년 8월이었습니다. 백화점 1층에는 액정텔레비전 등 가전제품들이 진열돼 있었고 식료품, 맥주나 샘물 등 음료수, 소주 같은 것을 팔고 있었고, 다 기억은 안 나는데, 자전거나 어린이용 장난감을 진열한 층도 있었고, 그리고 옷, 가구, 일용품, 문방구, 운동화 등의 코너가 매 층마다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9월에도 한 차례 갔는데 기본은 공급체계에 따라 주문을 한 주민들이 공급제품을 받으러 오는 장소이니까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운동화 코너였다고 생각을 하는데 공급상품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평양지하상점에서 가까스로 노트 3권 구입 경험

북한의 유통체계와 관련해 과거 1989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제가 경험했던 사례를  하나 얘기하겠어요. 그 당시 아직 조선신보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고 북한의 경제체계에 대해 잘 몰랐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일본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처럼 돈을 내면 상품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안내원이 없어도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은 비교적 자유로왔어요. 그래서 한번은 일본에서 함께 간 친구들과 함께 김일성광장 바로 밑에 꾸려진 평양지하상점에 갔습니다. 거기서 학생들의 총화노트 같은 것을 팔고 있었고 이게 선물로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가게 접대원(물건을 관리하는 일꾼)에게 “10권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접대원이 저를 무시하는거에요. 그 당시는 어째서 무시하는지 몰랐지요. 친척한테 받은 북한돈도 있었으니까 돈을 지불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고요. ‘이 사람들이 어째서 나를 무시하나’하고 생각하면서 몇 번 집요하게 제가 말을 걸었거든요, 접대원한테. 그러니까 접대원은 “3권만 사가세요” 하면서 노트 3권만 제게 팔았어요.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북한은 공급제이니까 표(쿠폰)가 없으면 원래는 물건을 못 산다는 거에요. 이건 제가 북한의 유통체계에 대해 잘 몰라서 저지른 실수입니다. 저 때문에 3권분 노트가 원래 임자한테 가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웃음)

<기자> 네 그 노트 품질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노트 품질은 안 좋았어요.

외국산 노트∙운동화 수십-수백 배 가격에 국산과 함께 전시

<기자> 그런데 평양제1백화점에서 외국상품도 판매되고 있었다면서요? 어떤 상품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고 가격은 어느 수준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가 본 외국 상품은 노트하고 운동화가 있었습니다. 평양제1백화점에서는 국산품만 판다고 했는데 외국상품도 팔고 있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사진도 찍은 기억이 납니다. 실례로 노트나 운동화가 있는데 노트의 경우 국산품은 1권 5-90원 사이로 살 수 있는데, 외국상품이면 1천150-3천700원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운동화도 국산품은 284-435원 사이였는데 이것도 외국상품은 1만5천800-3만3천500원사이. 엄청난 가격 차이가 있다는 건 한 눈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국산품과 외국상품은 같은 코너에 진열돼 있었는데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었어요. 그러니 가격이 비싸도 상품의 질을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약간 질이 떨어져도 가격이 싼 물건을 선택하는지 그것은 소비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째든 그런 비싼 가격이 붙은 물건이 진열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상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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