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여전한 남 탓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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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여전한 남 탓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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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의 노동당 제8차대회가 마무리됐습니다. 문 박사님, 이번 대회는 결국 1월 5일에 개회해서 12일까지 진행됐는데요, 8일 동안 토의를 진행한 셈이군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7차당대회가 모두로 4일간이었기 때문에 2배의 일정이었습나다. 그 만큼 토의하는 내용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기자> 주로 어떤 문제들이 토의되었는나요?

문성희: 지난 5년간의 사업을 총화하고 당면하게 5년간의 과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토의되었고, 아울러 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도 총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당규약이 개정되고 여러분들이 가장 관심사인 인사문제가 토의되었습니다.

<기자> 사업 총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나요?

문성희: 네, 김정은 총비서가 5일부터 7일까지 총 9시간에 걸쳐서 총화 내용을 낭독하고 각각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1일에는 부문별협의회도 진행되었습니다.

<기자> 부문별협의회란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한데요.

문성희: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결정서 초안을 연구하기 위해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최룡해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지도 밑에 실천적인 문제들을 토의했습니다. 협의회는 공업부문, 농업부문, 경공업부문, 교육, 보건, 문화부문, 군사부문, 군수공업부문 등으로 나뉘어졌어요. 당대회가 열리는 사이에 이렇게 부문별로 나뉘어서 토의를 하는 시스템은 저의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아마도 김 총비서가 대회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가요?

문성희: 그러니까 보통 같으면 김 총비서가 사업총화 보고를 하고 그것을 100% 찬양하는 토론이 이어지지요. 그건 매우 형식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당 대회 준비위원회가 꾸려지고 그 분들이 김 총비서와 협의하면서 열심히 보고를 작성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막상 대회가 진행이 되면 보고에 대해 좀 더 토의해야 할 내용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당원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니까 평양이라는 중앙에 있는 사람들과 생각이 다를 수 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협의회를 한다고 한들 북한이니까 거기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간부들이 보고를 하고 그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을 수 있지요. 거기서 “이상하다. 철회하라” 뭐 그런 반발을 할 용기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기자> 한계는 있지만 북한 나름으로 뭔가 형식적인 회의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뭐 그런 말씀이네요?

문성희: 네, 제 말이 그렇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번 대회는 획기적이었다고 봅니다. 김 총비서도 결론에서 “지난 시기의 당대회들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 자기 사업을 긍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비판적인 견지에서 냉정하게 분석총화한것은 총결기간에 거둔 성과들에 못지 않는 큰 의의를 가진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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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와공장에 설치된 생산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2010년 8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비판적인 견지에서 냉정하게 분석총화”라는 표현이 흥미로운데요.

문성희: 그렇지요. 저도 이런 표현을 최고지도자가 했다는 것을 공표한 것 자체가 북한이 많이 달라진 증거라고 봅니다. 김 총비서가 최고영도자가 된 지 이제 올해로 10년인데 김 총비서가 취임시 그린 이상과는 북한 현실이 많이 달랐다는 것이지요. 그건 어디에 원인이 있는가, 김 총비서 나름으로 고민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에 매우 고민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건 선대 지도자, 그러니까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 시기의 후과라고도 할 수 있지요?

문성희: 그건 김 총비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회 결론에서는 “지난 시기의 낡은것, 현실과 맞지 않던 문제들”이라고 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우리식”으로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식”이라는 것이 어떤 걸 뜻할지는 앞으로의 흐름을 보면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하여튼 낡은 방식을 불식하려는 김 총비서의 의욕은 전달된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긴 하지만 집권 10년이 지났는 데 아직 성과가 없다는 건 남 탓만 하기엔 좀 궁색한 듯한데요.

문성희: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결국 북한의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최고지도자가 아직 거기까지는 결심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10년동안에 그걸 했었더라면 좀 더 성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북미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그걸 위해서는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핵을 포기하라고 하고 그건 북한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딜레마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 경협도 제재가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지요.

<기자> 그럼 당대회에서 토의된 경제문제를 살펴볼까요?

문성희: 네, 우선 현 단계에서의 목적인데, 경제분야의 전략이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되었어요. 아시다시피 지금 코로나19때문에 세계적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요. 그건 북한도 마찬가지고 특히 중국과의 무역액이 숫자상으로는 거의 100% 가까이 감소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영향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원활하게 경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자기 나라의 힘으로 경제를 추켜세운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자신이 “여전히”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결국 방도는 여전히 자력갱생과 자급자족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지만 자급자족으로 지금의 경제난을 이겨낸다는게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지요. 이제 북한 주민들도 많이 피곤하다고 생각합니다. 6.25 휴전 뒤로부터 생각을 해도 북한 주민들은 70년가까이 계속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언젠가는 좋아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고생이 계속될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을 것입니다. 그건 김 총비서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요. 그러니까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방향도 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킬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런 말은 지난 시기에도 여러 번 들어온 말입니다. 아마도 북한 주민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 결국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기엔 한참 모자라는 방안만 제시된 셈이군요.

문성희: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방안을 솔직히 제시하니까 자기 나라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런 방안밖에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기자> 이번 대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같은 과업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좀 더 자세히 분석을 해보아야 하지만 사업보고를 읽어본 저의 인상은 그렇습니다. 8차당대회를 개최하고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나 타파하기 위한 대담한 전략이 나올 줄로 알았는데 아직 거기까지 결심을 하기에는 이르는 것 같애요.

<기자> 어떤 대담한 전략을 예상하셨느지요?

문성희: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강조돼 온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계획경제노선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니까 대담하게 바꾼다고 해도 한도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 말은 북한이 계획경제의 방향으로 가면서도 그것만을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측면도 도입하면 어떤가 그런 것입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그런 것을 비쳐주는 전략이 발표될 것으로 약간 기대를 했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김 총비서 자신은 궁국적으로는 북한 경제를 선진국 수준에 올려세우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한 방도는 모색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10년 동안에 협동농장에서 포전담당제를 도입하고 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한 것도 그렇다고 봅니다. 이것들은 모두 중국이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첫 시기에 시도한 방법과 많이 유사점이 있으니까요.

<기자> 이런 시장경제적 요소 도입정책은 계속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이번 대회의 결론에서도 경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를 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경제관리 개선이라는 것은 일종의 개혁정책을 말하니까요. 시범적으로 연구도입되고 있는 방법들과 경영관리, 기업관리를 잘 하고 있는 단위들의 경험들을 결부시키는 것 등 경제관리방법의 연구완성을 내밀 것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어요.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계획경제의 색깔이 농후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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