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협의 팽팽한 기싸움 여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1.23
choi_sh_beijing_b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협상에 참가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 일행이 23일(현지시간) 귀국길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공항에 도착,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미북, 매우 어려운 실무협상 한 듯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동안 스웨덴에서 북미간 첫 실무협상을 가졌습니다. 스웨덴의 민간 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회의에 북미 양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열린 이번 협상은 내달 말께로 정해진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습니다. 스톡홀름 현지에서 취재를 마치고 스위스 쮜리히를 경유해 서울로 돌아오고 있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이번 북미간 첫 실무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주최 측이 밝혔습니다. 어떻습니까? 성과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현지에서 취재했는데요. 너무 어려운 협상이지 않았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건설적이라거나 진지하게 이야기했다거나 분위기가 좋았다거나, 하는 건 보통 외교적인 수사로서 합의 도출을 하지 못 하거나 또는 조금 했다거나 (하는 의미로) 일단 합의를 못 했다는 뜻이니까요. 건설적이라거나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하는 표현은 보통 (합의에 이르기엔) 멀었다고 판단될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분위기로는 북한하고 미국 사이에 팽팽한 여러 가지 싸움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느낌입니다.

, 제재완화∙종전선언에 여전히 소극적

<기자>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웠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한 핵심의제인 ‘비핵화’와 ‘제재완화’ 문제를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저도 일단 이번 북미접촉의 가장 큰 의제는 북한이 원하고 있는 미국의 상응조치와 미국이 원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거기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 교환이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이 원하고 있는 상응조치라고 하면 제재완화 아니면 종전선언이거든요. 미국이 원하고 있는 비핵화 조치는 비핵화 신고서를 제출하라, (핵무기와 핵시설을) 신고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거기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이야기했듯이, 일단 새로 양보할 생각은 없고, 만약 한다고 하더라도 영변 핵시설 폐기나 그 정도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북한이 원하고 있는 제재완화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미국이 아직도 소극적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미 국무부 안에서 검토중인 안은, 작년 말에 비건 대표도 밝혔지만,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도움이나 아니면 사회적인 교류나 그런 것만 생각하는 것 같고, 서로가 원하고 있는 성과를 얻어내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들, 협상장 주변서 마냥 기다려야 했던 상황

<기자> 아직까지 북미 양측이 입장 차가 너무 크다는 말씀인데요. 이번 협상은 미국과 북한 대표단이 스톡홀름 근교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2박 3일간 함께 합숙하면서 열렸는데요. 협상장 주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협상장소까지 갔다 왔습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자동차로 보통 40분 정도 떨어진 장소인데요. 너무 주변에 일반 주택도 없고, 너무 그냥 시골입니다. 거기에 주최 측도 일반 기자들은 접근하지 못 하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비건 대표나 최선희 부상이나 그 분들한테서 어떤 말도 직접 듣지도 못하고, 사진 촬영도 못 하고, 주변에 스웨덴 경찰들이 무장한 채 경계했기 때문에 협상장 앞에서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자> 주최 측에서 협상장을 이렇게 고립된 장소에 잡고, 또 언론 취재도 제한시킨 그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하고 회담도 했지만 그 때 결론은 일단 북미회담은 하자, 그리고 비핵화 조치도 상응하는 조치도 생각해보자, 그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비핵화 조치와 상응하는 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다 실무회담에 맡겼다고 합니다. 너무나 서로 입장 차가 크니까요. 그것은 일일이 언론에 공개가 되어버리면 도저히 협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역시 외부하고 차단한 분위기 안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고 스웨덴 주최 측도 판단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비건∙최선희, 스웨덴 공항서 언론 따돌리고 귀국

<기자> 결국 협상이 잘 안 되고 있으니까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말씀이신데요. 비건대표는 협상이 끝난 다음 날 바로 떠났고, 최선희 부상도 스톡홀름을 떠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제 공항에서 최선희 부상을 따라갔다고 들었습니다. 어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최선희 부상은 (스웨덴)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 20분 발 비행기로 베이징으로 떠났습니다. 우리 취재진은 2-3시간 전부터 계속 공항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공항에서 최 부상의 얼굴은 보지 못 했습니다. 똑같이 비건대표도, 우리가 알기로는 오전 11시쯤 비행기로 떠난다고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아침 7시, 8시 정도에 공항에 나왔습니다. 역시 언론을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를 많이 느꼈습니다.

<기자>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협상이 끝난 다음에 (비건 대표가) 스톡홀름 시내에 나와서 식당에서 한국 대표와 회동했다고 하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북미협상이 끝난 다음에 비건대표는 바로 미국 대사관으로 갔거든요. 거기서 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 국장한테 (협상)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다음 비건 대표는 스웨덴 외무성으로 가서 인사도 하고, 그 다음에 저녁에 한국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하고 가나스기 국장하고 셋이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 식사자리니까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이야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현장에서 취재중인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다고 저는 그렇게 듣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이도훈 본부장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북미협상이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것은 가능성이니까요. 일단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냐면 이도훈 본부장도, 이번에 스웨덴 현지까지 나간 한국언론도 있었는데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냥 분위기만 설명했구요. 그리고 가나스기 국장도 일본 대사관에서 일본 기자단에게 (회담에 관해) 설명했는데, 역시 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는 중요한 시기니까 좀 자세한 내용, 어떤 사람하고 만나고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일체 이야기하지 못 한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자, 미국 당국자뿐만 아니라 같이 이야기했던 한국과 일본 당국자들한테도 함구령이 내려진, 그런 조심스런 분위기였습니다.

, 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 판문점 선호

<기자> 비건대표와 최선희부상은 앞으로 한 달 남짓 안에 이차 미북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마쳐야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조만간 다시 만나 후속 협상을 이어갈 듯 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일단 미국 쪽에서는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이야기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 북한 쪽에서는 멀리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북한 쪽에는, 작년 4월에 있었던 회담 때와 똑같이, 첫 번째 뭐니뭐니 해도 평양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판문점에서 하자고 그런 이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판문점에서 하면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 같은 그런 분위기도 마련할 수 있고, 판문점이라면 그 후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도 참가해서 3자회담도 한다고 하면 역시 결과적으로 북한에 유리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판문점을 선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 정상회담 장소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니까요. 장소보다는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주의깊게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선희, 실무협상서 양보 않을 듯

<기자> 마지막으로 북미양측의 추가 실무협상 전망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 미국과 북한 양쪽이 가고 있는 길은 ‘비핵화 조치’하고 ‘상응하는 조치’에 중간적인 지점을 찾아보고 있는 그런 모색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역시 미국이 작년 봄에 공개적으로 밝혔던, 일단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일체 대가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협상 자체가 너무나 후퇴하는, 양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선희 부상은 작년 봄 실무협의 때도 일단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된 후에는 ‘어려운 문제는 정상끼리 다 이야기합시다’라고 하면서 실무회담에서는 일체 양보를 안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이번에도 비건 대표한테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일체 양보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실무협상 보다는 정상간 만남에서 합의를 타결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