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내부단속용 사상투쟁 이어질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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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heung_chemical_factory_b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창고에 쌓여 있는 요소비료. (2010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새해부터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정면돌파전을 거듭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투쟁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문 박사님,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아간 배경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그거야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해서이지요.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을 실지로 알리기 위해 우선 비료공장을 찾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북한에서 언제나 농업문제에서 걸리는 것 중의 하나가 비료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수입해 오던 비료를 국내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제가 2010년 당시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은 바 있습니다. 그 곳에서는 과거에 외국에서 수입한 나프타를 써서 화학비료를 만들었지만 국제 석유 가격의 영향으로 수입산 나프타의 가격이 자꾸 변동하기 때문에 북한에 풍부한 무연탄을 원료로 한 요소비료를 생산하게 되었답니다. 당시 요소비료 생산 공정도 둘러 봤는데 공장 옆에는 생산된 비료를 보관해두는 창고도 설치되어 있었어요.

<기자> 당시 생산량이 어떻던가요?

문성희: 안내해준 공장 직원의 이야기로는 2010년에 1천700톤의 비료 생산을 예정하고 있다고 했고 평균 1천450톤의 비료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창고에는 3천톤의 비료를 보관할 수 있지만 제가 찾은 시점에서는 아직 3분의 1정도 밖에 차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여기 창고에 비료가 꽉 차 있으면 좋겠어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된 요소비료. (2010년9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된 요소비료. (2010년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비료 문제 해결이 농업에 있어서 사활적인 문제라는 말씀이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비료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해결하는 방도를 오랫동안 찾고 있다는 것이지요. 올 1월 10일자 ‘조선신보’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마지막해인 올해에 즈음한 연재가 게재되었는데 거기서 제가 과거에 방문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사인 리기성 씨와 나눈 이야기를 참고로 해 쓴 기사인데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나 함경남도의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석탄가스화로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단위들이 개건되고 능력이 확장됐다는 것입니다. 순천인비료공장 건설도 추진돼 있다고 덧붙여 있었어요.

<기자> 순천인비료공장은 북한이 힘쓰고 있는 주요 건설 대상이군요?

문성희: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이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들중에서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기 위해 새해 첫 지도사업으로 이 공사장부터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비료 생산이 얼마나 사활적인 문제인가를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이라고 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상 이상으로 미국과의 대립이 장기화한다는 것일 수 있어요.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첫 해라는 것은 2년째도, 3년째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생각보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립관계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추측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올해는 11월에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에 아이오와에서 열리는 민주, 공화 양당 당원집회를 계기로 대통령선거가 실질적으로 시작됩니다. 미국은 ‘내정의 계절’이 되는 것이지요. 외교적인 과제는 뒤로 둘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문제 해결 시한을 지난 해 연말로 설정한 것이고 그것이 지났기 때문에 당분간은 미국과의 관계에 진전이 없을 걸로 판단했다고 봅니다. 아마도 대통령선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다음 정권이 가동하기 시작하는 내년 2월 이후를 시야에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역대 정권들과 교섭을 해 온 경험에서 북한이 얻은 교훈이겠지요.

<기자> 정면돌파전도 장기화할 걸로 봐야겠네요.

문성희: 네, 그러니까 ‘첫 해’라고 한 것이지요. 내년 2월 이후까지는 자력갱생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까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것이 정면돌파전이라는게 북한 측 설명입니다.

<기자> 그렇지만 자력갱생을 위해서 자금도 필요하고 원료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도가 있을까요?

문성희: 순천인비료공장을 실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를 찾은 김 위원장은 ‘대상공사에서 제기되는 자금보장문제를 당에서 시급히 대책할 것’이며 이 사업을 ‘당적으로 완강하게 밀어주겠다’고 담보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김 위원장이 중요시여기는 대상에 대해서는 당에서 자금을 보장해준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그렇지 못하는 장소에서는 자기들의 힘으로 자금이나 원료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기자> 그럼 대부분의 사업장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자금이나 원료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데, 최근에 북한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방도가 있나요?

문성희: 북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측면을 들 수 있는데, 최근 조선신보(2020년 1월 10일)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수제품을 표창하는 의식이 지난해 12월 25일에 진행되었다는 평양지국발 기사인데요. 그것을 ‘12월15일 품질메달’이라고 한답니다. 김 위원장이 생산과 건설에서 질을 높일데 대하여 지적한 ‘2012년 12월 15일 노작’에 즈음해서 제정된 메달인데, 2014년부터 대동강식료공장의 평양주, 평양326전선종합공장의 각 케이블,  대동강과일가공공장의 사과단물, 대동강맥주공장의 대동강맥주,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의 시멘트 제품, 평양가방가공공장의 학생용 가방, 류원신발공장의 운동화,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남자용 화장수 등이 메달을 수여 받았다고 해요. 메달을 받은 제품은 북한에서도 품질이 좋다고 인기가 높은 것들이지요.

<기자> 그러니까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을 도입한 거군요. 지난해에는 어떤 제품들이 메달을 수여 받았던가요?

문성희: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원산구두공장의 겨울구두, 그러니까 부츠이지요. 그리고 류경김치공장의 통배추김치, 나래도자기공장의 위생자기, 즉 화장실 변기 등입니다. 모두 시민 생활 필수품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은 벌써부터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것이므로 당연히 국내에서 생산되어야 했던데 이제 와서야 북한산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하여튼 북한에서 자력갱생으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을 늘이고 있는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는 있겠지요.

<기자> 그럼 앞으로는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의 종류를 늘이는 방향으로 가겠군요?

문성희: 네, 그런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작정 개발 폭을 넓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타산하고 그에 타깃을 맞추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에 당자금을 내준다고 약속을 했던데, 국가의 예산에도 제한이 있는데 모든 공장, 기업소의 자금을 해결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경제사업체계와 질서의 정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내각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왜냐면 국가가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할 지를 통일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도 계속 노력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 이외에 다른 방안은 있습니까?

문성희: 지난해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이 등불이 되어 앞을 밝히고 발전을 선도해나가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더군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과학기술을 많이 개발하라는 것이겠지요. 원래 북한은 미사일이나 핵 개발을 자국의 힘으로 한 나라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쏟아온 지식을 경제에 돌릴 수 있다면 비약적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아요.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 인재를 육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취임 뒤 의무교육을 11년제로부터 12년제로 1년 연장시켰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나라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기자> 또 다른 측면에서는 어떻습니까?

문성희: 증산절약과 질 제고라고 봅니다. 전원회의에서도 강조가 되었습니다. 노력 절약형, 에너지 절약형, 원가 절약형, 부지 절약형기업체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과거에도 계속 지적되어 온 것입니다.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이상 역시 모든 것을 절약한다는 방향에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결국 새로운 방도라기보다 인민들의 희생을 도모하는 그런 방도가 지금 시점에서는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내부 단속을 위한 심각한 사상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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