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무역일꾼의 수입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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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무역일꾼의 수입 중국 단둥의 궈만항 광장 뒷마당에 마련된 단둥해관(세관)의 출장소에서 상인들이 통관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는 북한에서 무역일꾼 출신인데요. 제가 최근 2019년까지 무역일꾼이었던 탈북 여성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오늘은 과거와 현재의 북한 무역일꾼을 비교해볼까 하는데요. 우선 북한에서 무역일꾼은 어떤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혜영 씨] 무역일꾼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드리면 우선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전문 무역일꾼은 외국어에 능통해야 하지만, 신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무역을 하려면 자기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국가가 자본이 없기 때문에 처음 무역을 시작할 때는 자기 자본을 투자하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무역와크(수출 허가증)를 받고 무역을 하는 겁니다.

  - 그렇군요. 이 탈북 여성은 자신이 팔 수 있는 물건을 거의 다 팔아봤다고 합니다. 약초나 산나물부터 정광, 자동차 거래까지 해봤다고 하는데, 우선 어떤 약초나 산나물을 파는 겁니까?

  [김혜영 씨]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약초가 많았거든요. 세신(족두리의 뿌리)이나 고사리 등 여러 가지 약초가 많았습니다. 도라지나 더덕 같은 산나물도 팔았는데, 약초는 일반 주민들이 산에서 캐서 외화벌이 사업소에 팔기도 하고, 직장마다 외화벌이 과제로써 할당량을 주고 나라에 바치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이것을 모아 무역 활동에 쓰는 건데요. 제가 무역일꾼으로 일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약초와 산나물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 또 무역업자들이 거래하는 정광은 무엇인가요?

  [김혜영 씨] 제가 다뤄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금이나 철광석을 채취하는 돌덩이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자원이 많으니까 무산광산 등에서 채취한 정광 자체를 중국에 파는 거죠. 또 중국의 밀수업자가 북한에서 금 정광을 밀수해서 사들이기도 했는데, 특히 금 정광은 소량의 거래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광물 밀수업자들의 단골 품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철이나 금을 대대적으로 생산해 팔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정광 자체를 싸게 팔기만 하니까 국가 경제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 거죠.

  - 이 탈북 여성은 중국산 자동차를 북한에 들여오는 거래도 해봤다고 합니다. 중간 연락책 역할이었다고 했는데요. 혜영 씨도 과거에 자동차 무역을 해보셨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 건지 궁금합니다.

  [김혜영 씨] 이분도 아마 무역 중개인을 한 듯합니다.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중국 측에서 얼마를 받고, 북한 측에서도 받았을 겁니다. 제가 활동할 당시에는 만경봉호를 통해 일본에서 원산으로 중고차를 많이 들여왔습니다. 그러면 무역와크로 중국 상인들과 거래해서 자동차를 중국으로 넘겼습니다. 이 여성분처럼 중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북한으로 들여오는 거래도 한 대당 몇만 달러씩 하니까 중간에서 얻는 수익이 제법 많았을 겁니다.

  - 이 탈북 여성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 달에 미화로 2~3천 달러씩은 충분히 벌었다고 하거든요. 무역하는 사람들은 다 그 정도는 번다고 하는데, 북한에서 한 달 수입 2~3천 달러, 가능한 겁니까?

[김혜영 씨] 무역 거래가 잘 되면 그 정도는 받았을 겁니다. 미화 2~3천 달러는 정말 적은 돈입니다. 제가 볼 때 이 여성분은 그렇게 큰 규모의 무역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역을 대대적으로 하는 무역회사의 일꾼들은 한 달 동안 버는 돈의 액수가 장난이 아닙니다. 몇만 달러까지도 가능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를 팔 때는 자동차마다 가격대가 달라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국가 무역을 간판으로 내걸고 개인적인 거래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또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품목의 장사를 하느냐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입의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세금도 없죠, 물가도 싸죠. 할당량만 내면 나머지는 모두 자기 돈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돈을 모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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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가는 화물차들이 단둥 세관에서 짐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


  - 이 탈북 여성은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해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중국 상인들이라고 하더군요.

  [김혜영 씨] 당연합니다. 아마 이 여성분은 중국과 무역을 할 때 중국에서 부르는 것이 값이니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다 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 무역업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갖은 고생을 해서 거래가 성사돼도, 정작 큰돈을 버는 사람은 중국 무역업자들입니다. 북한에서 싸게 산 물건을 중국에서 비싸게 팔거든요. 북한 주민들도 정당한 거래를 통해 제값 받고 팔면 경제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럴 수 없으니까 노동력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은 무역을 해도 다른 국가로 나갈 수가 없죠. 중국 상인들은 북한에서 무엇이든 싸게 사서 다른 나라에 팔면 많은 돈을 벌죠. 중국인들은 북한이 자신들에게만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가격을 깎는 겁니다. 제가 무역을 할 때도 이런 것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고, 중국 상인들만 돈을 벌어다 주는 북한의 무역 체계 때문에 늘 불편했죠. 상품 하나를 결정해 파는 것도 상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중국 쪽 상인과 신뢰가 떨어지기도 했고요. 중국 쪽에서 꼬투리를 잡아 가격을 깎고 흥정할 때도 결국 우리가 상대해야 할 대상이 중국밖에 없으니, 북한은 못 살아도 중국은 북한 때문에 잘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 이 탈북 여성은 북한에 있을 때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2~3천 달러씩은 벌었다고 합니다. 또 나름대로 상류층으로서 잘 먹고, 좋은 옷 입으면서 잘 살았다고 했는데요. 북중 국경 지역의 생활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고로 이분은 2019년에 탈북했습니다.

  [김혜영 씨] 북한에서도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무역이든 장사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관리만 해도 매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거죠.

  또 국경 지역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이 많은데, 당연히 중국에서 만든 손전화기나 옷 등도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졌겠죠. 중국산 의류도 옛날과 비교하면 디자인이나 재질이 좋아졌고요. 한국산 물건도 들어오니까요.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너무 심합니다. 당장 북한에 있는 제 가족들의 어려움을 들어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점이 없고, 오히려 더 어렵게 사는 것 같습니다. 또 지금 한국에 있는 다른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도 힘들어 아우성이랍니다. 북중 국경의 감시가 너무 심하고, 심지어 압록강에 물을 길으러 갈 때도 시간을 정해 신분증을 보여줘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 전화 통화도 전파 탐지기로 잡아낸다고 하니까 무서워서 송금도 못 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과 전기, 식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기차를 한 번 탈 때마다 일주일에서 열흘씩 걸리는 나라는 아마 북한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생활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해도 한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정말 생활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마지막으로 혜영 씨가 무역일꾼이었던 15년 전과 2019년까지 무역일꾼이었던 이 탈북 여성의 말을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김혜영 씨] 제가 북한에 있었을 당시인 15년 전과 지금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루는 물건도 그렇고, 무역 방식도 그렇고요. 오히려 지금은 무역 일이 예전보다 더 힘들 테고, 북중 무역이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되지 못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이 전면 봉쇄됐죠.

  또 요즘은 북한에서 무역을 할 수 있는 원천이 고갈되지 않았을까요? 산에 있는 나무부터 광산의 좋은 광석들도 그렇고요. 제가 제일 안타까운 것은 북한의 산과 바다에 있는 자원들을 가공하고 포장도 잘해서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지금 북한에는 전기도 없고, 기술과 자본도 없으니까 있는 자원 그대로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거죠. 이렇게 적은 수입으로 국가 경제가 돌아가고, 여전히 큰 변화나 발전이 없는 모습이 북한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 네. 지금까지 '북한 무역일꾼'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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