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대외무역 실종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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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대외무역 실종 지난해 10월 북중 최대 교역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세관. 세관 내부에 사람이나 차량 움직임이 드물고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은 향후 북한의 대외경제 관계와 남북 경협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한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를 보면 대외경제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네, 이번 사업총화보고를 보면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는 말이 강조가 됐지, 대외경제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대외경제사업의 실태를 분석하고 대외경제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이 제기되었다고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구체적인 대책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어요. 7차당대회 때는 그래도 몇 가지 언급이 있었던데요.

<기자> 7차당대회에서는 어떤 언급이 있었던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무역에서 신용을 지키라든가, 무역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든가, 합영∙ 합작을 실리있게 조직하라 등의 언급이 있었고 경제개발구나 관광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게재하지 않았기때문에 대외경제에 관해서도 좀 더 언급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저의 생각으로는 대외경제에 관해서 그렇게 언급을 할 수 있는 내용자체가 없었다고 봅니다.

<기자> 어떤 의미인가요?

문성희: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대외경제 자체가 실적이 그리 없다고 상상할 수 있지요. 언급을 하고 싶어도 실적이 없으면 언급도 못하지 않습니까?

<기자> 7차당대회에서는 경제개발구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없었나요?

문성희: 네, 보도된 내용만 놓고 보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제개발구는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가 된 직후부터 힘을 놓고 밀고 온 사업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 시기에는 경제특구를 나선에만 설치했었고 김정일 위원장도 개성이나 금강산과 같은 남북경협과 관련한 사업에는 힘을 놓았고 신의주에도 경제특구를 설치했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온 나라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도록 했지요. 현재 15군데의 경제개발구가 있다고 봅니다. 법률도 만들었습니다.

<기자> 김 총비서가 경제개발구에 이처럼 애착을 가졌던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한 직후에는 개혁개방정책을 밀고 나가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로 7차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잘 밀고 나가라고 지적했어요. 이건 이익의 70%를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정책이고 그 이익을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기업은 매우 기뻐했지요. 포전담당제도 실시했습니다. 그런 개혁개방정책의 일환으로 경제개발구가 있다고 봅니다. 김 총비서는 북한 경제를 회복하자면 외국기업의 투자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 그렇다면 8차당대회에서 언급이 없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은 경제개발구사업을 밀고 나가지 않겠다는 걸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영원히 안 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미국과 관계가 풀리지 않고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밀고 나가기가 어렵지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회담이 잘 되고 경제 제재 문제가 풀렸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경제개발구에 대해 언급을 당연히 했겠지만, 제제가 있으니 북한에 투자하는 나라나 외국 기업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지요. 경제개발구를 설정해봤자 투자하는 기업이 없는 이상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도 앞으로 제재가 풀리게 되면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의 투자가 짐 로저스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고 있지요. 그 만큼 북한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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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자체 생산된 여러 종류의 음료(2011년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현 시점에서는 경제개발구는 어렵다는 걸 북한도 알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네, 경제개발구 이야기를 해봤자 투자를 해주는 나라도 없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경제개발구 뿐만이 아니라 7차당대회 때는 있었던 무역에서의 신용문제, 합영, 합작에 관한 문제도 보도를 보는 이상은 한 마디도 없어요. 엣날에는 “무역에서 신용제일주의를 지키라”는 슬로건까지 있었습니다. 그 만큼 신용을 중요시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거꾸로 말하면 신용을 지키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말일 수도 있지요. 좀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갔는데, 그러니까 북한도 경제개발구, 합영,합작 뭐 그런 것에 지금은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외국과 무역에서 신용을 지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그렇지요. 과거에는 채무 문제 같은 것이 제기가 되었고 해서 북한과 거래를 하면서 많이 손해를 본 기업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에 신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대외경제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조건이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그건 주객관적 조건을 보면 누구나가 알 수 있지요. 특히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는 이상은 대외경제 전반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문 박사님은 북한 경제특구는 가보신 적은 있나요?

문성희: 나선, 첫 시기에는 나진-선봉이었는데 거기 한창 건설할 때 간 뿐이지 경제특구가 생긴 이후에는 못 가봤어요. 다만 2010년대 이후에 갔다온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나선 사람들은 잘 산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평양 사람보다 잘 산다는 이야기까지 들어본 적이 있어요.

<기자> 경제특구의 혜택을 받고 있었던 셈인가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나선 사람들은 거기 떠나고 싶지 않겠지요. 중국, 러시아의 국경이기도 하니까 왔다갔다하는 장사꾼들도 많이 있다고 봐요.

<기자> 중국, 러시아와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군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저도 나선에 갔을 때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의 국경까지 갔는데 강 건너 바로 앞에 중국 땅이 잘 보이더라구요. 아, 여기 왔다갔다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물론 국가적인 무역 장사도 있겠지만 개인장사꾼들이 국경을 왔다갔다하면서 변강무역이라고 할까요. 뭐 그렇게 해서 이득을 얻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기자> 그런데 8차당대회에서는 남북관계에 관한 언급이 있었나요?

문성희: 네, 통일문제에 관한 항목이 있었던데 거기서 현 남북관계에 관한 언급이 있었어요. 한 마디로 2018년의 판문점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말이네요. 그러니까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말지는 남측 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 뭐 그런 것입니다.

<기자> 남북경협에 관해서는 언급이 있었나요?

문성희: 직접적으로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관광사업 활성화에 대해 강조하면서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한 것에 주목했어요. 사업총화보고에서는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 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추측인데 언젠가 타이밍을 보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 처럼 해상호텔도 폭파시킬 지 몰라요.

<기자>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더욱 더 악화되지 않겠습니까?

문성희:네, 그건 북한도 잘 알고 있겠지요. 그러니까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고. 문재인 정권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안에 3년전과 같이 관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기에 계산하면서 움직여 나가겠지요.

<기자> 해금강호텔에는 가보셨지요?

문성희: 네, 2003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취재했을 때 가본 일이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해상호텔’이라고 하고 있었던데 바다 위에 떠있으니까. 거기에 남측 사람들이 숙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봉도 거기서 이루어졌어요. 당시 금강산에 있었던 북한의 호텔들은 모두 낡아서 재건설을 하고 있었던 시기라, 상봉을 하는 시설을 제공하기가 어려웠지요. 저는 북한 취재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 기자들과 함께 북한의 호텔에서 묵었는데 이제 유리창도 모두 없어지고 화장실도 쓰지 못하게 된 곳에서 숙박을 했어요.

<기자> 그럼 많이 불편했겠네요

문성희: 그렇지요. 화장실도 없으니까 밖에 가서 사람이 없는 것을 찾아서 해야 했고 세수도 강물을 썼어요. 그런데 안내원과 운전기사가 저를 위해서 일부러 강에서도 가장 물이 깨끗한 장소를 찾아주시고 거기에 데려가 주셨어요. 그래서 강물로 세수를 했어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두 분의 마음이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기자> 금강산에는 남측에서 건설한 다른 시설들도 아직 남아 있지 않나요?

문성희: 사업총화보고에 따르면 그 시설들도 다 들어낼 걸로 보입니다.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에 따라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와 체육문화지구들을 꾸릴 계획인 것 같아요.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에 연차별, 단계별로 추진할 작전인 것 같아요.

<기자> 남측의 시설들은 꽤 잘 꾸려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그럼요. 저는 온정각에도 갔어요. 거기 식당에서 식사를 했느데 선물을 파는 장소도 잘 꾸려지고 있었어요. 그런 장소들을 모두 들어내는 것은 좀 아쉬운 감도 들기도 하는데요. 파괴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하나부터 다시 세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보는데요.

<기자> 남측 시설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면 국제사회에 북한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인상을 더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요?

문성희: 네, 그런 것이 신용문제와 관련이 되어 온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이제 낡아진 시설들은 한 번 모두 들어내고 다시 새로운 관광지로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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