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난리난 중국 자극할 도발 피할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2.05
launch_hwasong_15_b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이 달 예정 한미연합훈련 ‘코로나’ 확산 우려 연기 가능성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간 4일 밤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마키노 위원님,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 입장은 북한이 ICBM 발사나 핵실험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북한도 사실상 6월 이후가 되면 물리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회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에 다른 변수가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입니다. 북한으로선 4월께 발사하려고 생각했던 인공위성 운반 로켓 발사가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난리가 난 상황인데 중국을 고생시키는 그런 행동은 북한이 하기 어렵지 않겠나 하는 그런 분석입니다. 한편 한국도 계속해서 남북 간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싶기 때문에 원래 2월 말로 예정된 한미공동훈련을 좀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군사훈련을 피하려고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가 군사도발을 안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구요. 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해외 자국민 구출은 커녕 그냥 내버려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중국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이 매달 해야하는 비자갱신도 못 하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이 신의주 등 여러 지역에서 세관을 다 폐쇄했기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비자 갱신을 위해 귀국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전세기로 자국민을 귀국시켰지만 북한은 전혀 반대로 자국민을 구출하지도 않고 그냥 버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탈북자들 말로는 노동자들로서는 매달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국 시기가 다가왔던 노동자들도 계속해서 해외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돈벌 수 있다고 기뻐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내 탈북자 송환도 중단돼

<기자> 중국내 탈북자 송환도 중단됐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북한이 중국에서 체포됐던 탈북자들 송환도 당분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국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체포당한 탈북자들은 잠시라도 북한에 송환되는 시기가 연장됐다고 하면서 역시 기뻐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감염이 가라앉는 시기가 3월 말 정도가 되지 않겠나 보고 있고 그 때까지는 이런 조치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중국산 비중 큰 밀가루, 식용유 시장가격 상승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의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고 나선 듯합니다.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도 만만찮을 듯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중국, 북한 국경지역 시장에서는 중국산 비중이 큰 밀가루나 식용유 가격이 좀 상승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공식적인 수입 대신 밀수를 통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북한으로선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국경폐쇄 조치를 계속한다는 분석이 유력한 듯합니다. 북한으로선 방역체계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한 번 감염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체제위기로 이어진다는 그런 위기감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른바 스스로 유엔제재를 실시하는 상황이어서 경제는 상당히 어려워 질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여러 탈북자분들에게 문의했더니 북한에서는 보통 마스크 쓰는 습관이 없다고 합니다. 저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마스크라는 건 건설작업이나 광산에서 석탄을 캔다거나 할 때 먼지를 막기 위해서 사용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일반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서 쓰고 세탁해서 몇 번이나 계속 쓴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인민반마다 회의도 하고 바이러스를 막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하는데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말은 없었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는 정도로 지시했다고 합니다. 해외에 나갔던 북한 주민들도 귀국하면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시설에서 40일 동안 계속 격리조치를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위스처럼 개발 꿈 삼지연 시설 축소될 듯

<기자>그런가 하면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삼지연 개발이 원래 계획한 대로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을 자신이 유학했던 스위스처럼 개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지연에 들어설 시설에서 쓰는 난방시설은 석탄 대신 모두 전기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도저히 전력 공급을 못 한다고 하면서 난방시설 중 일부분은 석탄을 써도 된다고 해 혼란에 빠졌다고 합니다. 또 김 위원장이 삼지연 개발에서 중심이 될 걸로 봤던 카지노 건설을 포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삼지연군에 있는 백두산이 혁명의 성지라서 오염된 자본주의의 상징인 카지노 건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카지노 건설을 담당했던 노동당 비서도 숙청당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역시 설맞이 공연도 삼지연군에서 못 했던 것처럼 전력공급을 잘 못하고 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거기다 중국 사람들도 교통이 불편한 삼지연군까지 가서 카지노를 즐길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합니다. 삼지연군 개발에 필요한 카지노 수입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락시설이나 숙박시설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