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종전선언 뒤 상호 연락사무소 개소 가능성”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2.06
trump_kju_singapore_b.jpg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미국 요구 수용해 다낭서 정상회담 갖기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시간으로 지난 5일 밤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서 오는 27, 28일 베트남, 즉 윁남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그 동안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 언론이 베트남을 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로 지목했었는데요 결국 예상대로군요. 그런데 베트남 어느 도시에서 회담할 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노이와 다낭이 유력하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단 말씀하신 대로 베트남에서 하기로 결정됐는데, 제가 듣기로는 미국이 다낭으로 요구했고 북한도 수락했다고 합니다.

<기자> 북한도 다낭에서 하기로 했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수락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원래 김정은 위원장 경호 문제 때문에 북한은 평양이나 판문점을 선호한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서로가 부담이 없는 장소에서 하자면서 아시아에서 하자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 안에서 베트남과 몽골이 ‘우리 나라에서 개최해도 된다’고 얘기했다고 하구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도 싱가포르 측에서 북한 방문단의 숙박비 등 모든 경비를 다 부담했다고 합니다. 돈이 많이 들고 여러가지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개최국가의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몽골과 베트남이 좋다고 했는데 몽골은 지금 겨울이라 영하 2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도 많고 해서 개최가 어렵다고 해서 베트남에서 일단 하기로 북한과 미국이 합의했다고 합니다. 개최 도시는, 미국 쪽에서 하노이는 인구도 많고 너무 복잡해 트럼프 대통령 경호에 불편이 많기 때문에 도로 봉쇄가 쉽고 고층빌딩도 많지 않은 다낭이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닌가라며 북한 측에 다낭에서 하자고 계속 요구해왔다고 합니다.

시진핑, 김정은에 일단 트럼프 만나라고 조언

<기자> 경호 문제가 제일 컸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그리고 북한 쪽에서는 자기들의 대사관이 하노이에 있기 때문에 하노이에서 하자고 계속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특히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과 1월에 만났을 때 장소나 시기에 너무 고집스럽게 주장하지 말고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장소보다는 회담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도 다낭에서 해도 된다고 수락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말씀이신데요,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두 번째 만남에서 어떤 성과가 나올지 관심거리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이뤄질지도 궁금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종전선언 가능성에 따라 베트남으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요?

미국, 대북 제재완화 대신 종전선언 응할 듯

마키노 요시히로: 네, 종전선언에 주목하는 건 나쁘지 않은 관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제재완화와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둘 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거기에 대해서 많이 주장할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 제가 있다가 좀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미국도 제재완화 보다는 종전선언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평화협정 아니면 종전선언이, 그리고 종전선언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예를 들면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설치된다거나 하는 그런 가능성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서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가능성이 낮은 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얻어 내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아마 문 대통령에게 오지 말라고 할 겁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미북정상회담 하기 전에 미국과 한국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아직까지 애매하게 응답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미국은 일단 미북협상에 집중할 테니까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거기에 참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CIA∙북 통전부, 물밑 실무협상 주도

<기자> 미국과 북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 2차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본격 실무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전격 방문했는데요, 먼저 비건 대표의 이번 평양 방문 주요 임무가 뭔지 구체적으로 좀 설명해 주시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조금 놀랐던 게 비건 대표가 평양에 들어가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27, 28일에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건 비건 대표가 그리 큰 임무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구요. 제가 듣기로는 여러가지 물밑에서 협상하고 있는 건 미국 CIA와 통전부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의견 중 하나는 통전부의 맹경일 씨와 CIA의 앤드류 김 후임자가 계속 물 밑에서 협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번에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로 지명받았던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도 북한 외무성 안에서 부국장급으로 지위도 높지 않구요. 그러니까 표면적으로 정상회담 일정이나 지원 문제나 논의하는 자리가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북한 공식 매체도 계속 얘기해왔지만 일단 북한이 믿고 있는 협상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볼턴 보좌관도 다 못 믿을 사람들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했던 싱가포르 미북정상 공동성명에 해가 되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무회담에 큰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북한은 원래 1차 정상회담 때도 기억하시겠지만 성 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이 만났을 땐데 그 때도 별로 실질적인 얘기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아마 비건 대표하고 김혁철 전 대사가 평양에서 만나도 아마 북한 쪽에서는 실질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그거는 그냥 정상회담에서 결정하면 될 얘기입니다’라고 말할 걸로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상응조치 입장 차 여전히 커

<기자>이번 실무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간 핵심 쟁점은 아무래도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일 텐데요, 양 측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 주시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서로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일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재완화, 그리고 평화협정,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번에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고 있구요. 이번 주에도 북한의 해외 언론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번에 제재완화는 어렵고 계속 요구해왔던 비핵화 목록은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타협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고 하면 종전선언이나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생각하고 있는 (연합훈련 축소 등)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결국 북한은 이미 공언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어떤 추가 비핵화 조치를 취할지, 그리고 미국은 어느 수준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할 지가 관건일 듯합니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일단 지난해 북미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바가 있기 때문에 그건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영변뿐 아니라 여러 곳에 있다고 하니까, 우라늄 핵폭탄도 이미 완성된 상황이고 해서 포기해도 별로 문제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걸 제시할 수 있구요. 그리고 미국은 제가 보기에 제재완화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계속 얘기해왔지만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제재완화는 어렵다고 하니까. 비건 대표도 지난해 12월에 얘기했지만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 뭔가 제재를 완화한다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건 북한이 원하고 있는 경제제재 완화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건 아니고. 역시 종전선언 아니면 평화협정 그런 걸 통해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그러니까 절대 김정은 체제를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는 김정은 체제를 흔들지 않는다는 걸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를 제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북미 간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얘기도 나오고 있던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연락사무소는 원래 한국이 지난해 9월 여러가지 미국에 낸 방안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래 한국정부가 제안한 방안이지만 미국 입장으로선 자기들에게 별로 부담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유럽 여러나라가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고. 그리고 대사관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비핵화 조치를 감시하는 기지랄까, 시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미국 입장으로선 부담스럽지 않아서 거기에 대해서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 장마당 급격한 가격 인상 없어…시장 안은 자본주의 지배

<기자>마지막으로, 아사히 신문이 지난해 12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청진의 장마당 동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는 데요, 장마당에 비친 북한의 현 경제상황, 어떻던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함경북도 장마당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장마당에서 물건 값이 올랐다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제가 생생하게 느꼈던 건 역시 시장 안에서는 자본주의가 많이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장사꾼들은 1원이라도 더 비싸게 팔려고 하고 주민들은 1월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했거든요.

<기자> 가격 흥정이 일어나고 있었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렇죠, 그러니까 그건 북한에서 점차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거라고 저는 느꼈거든요. 우리가 1월에 인터뷰했던 태영호 공사도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북한에서 자본주의 사상밖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도 아마 없어질 거다. 그러니까 북한 고위층과 주민들 사이의 거리가 많이 멀어질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런 점이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배경 중 하나라고 이번 영상을 보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꼭 이뤄야 할 때라는 지적이십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