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쥐어짜낸 성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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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쥐어짜낸 성과 삼지연 신도시에 건설중인 아파트.
/AF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 노동당 제8차대회 폐막 직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문제가 주요 의제였습니다. 문 박사님, 당시 회의에서 주로 어떤 문제가 논의됐는지 먼저 짚어볼까요?

문성희: 네, 8차당대회가 열린 직후였기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경제발전5개년계획에 관한 문제들에 관해 중점적으로 토의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지난해 예산 집행과 결산, 올해의 국가예산에 대해서도 토의됐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최고인민회의가 의회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산문제 등이 토의된 듯한데요, 김정은 총비서는 참석했나요?

문성희: 김정은 총비서는 원래 대의원이 아니기때문에 참석은 안 했어요. 앞으로도 최고인민회의에는 참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해요. 사실 국무위원장직 변경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헌법 개정도 없었습니다.

<기자> 그럼 이번에는 경제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토의가 됐다고 봐야 할까요?

문성희: 그렇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성과보다 결함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이제껏 좋았던 것을 강조하고 결함에 대해서는 내적으로만 언급을 하는 측면이 컸는데 결함에 대해서 솔직히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8차 당대회 보고를 봐도 그렇지만 자랑차게 언급할만한 성과가 그렇게 없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성과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이 없었던가요?

문성희: 물론 성과도 약간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이 적극 추진되었다는 것이 하나이고 삼지연지구의 개건도 큰 성과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2010년대 전반에 백두산에 가기 위해 삼지연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인상깊었던 것은 거기 사는 어떤 분과의 대화였어요. 마침 텔레비전에서 뭔가 중요한 행사를 중계하고 있었던 시간이라 그 행사 중계를 안 보고 이렇게 밖에서 일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전기도 안 들어 오는데 어떻게 텔레비전을 볼 수가 있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 당시 삼지연지구에는 전기가 만족스럽게 안 들어 오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 장소가 북한식으로 말하면 ‘산간문화도시의 표준, 본보기’로 달라졌다고 하니까 대단한 성과이기는 하지요.

<기자> 지난 5년간 거둔 성과는 그 정도에 그쳤다는 건가요?

문성희: 일단 려명거리,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중앙동물원 같은 것을 ‘기념비적 창조물’로 올리고 있는데 려명거리는 고층아파트단지이니까 그래도 인민생활 향상에 직결되지만 온천이나 동물원 건설은 특별히 인민생활과 직결하지는 않지요. 물론 문화 정서적인 생활과는 관계되니까 넓은 범위에서 보면 인민생활에 직결한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그만큼 큰 성과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고 봅니다. 희천발전소가 건설되었다, 그런 얘기가 없다는 것이지요.

<기자> 북한에서는 지난해에 코로나 예방과 수해 극복에 많은 노력과 재정이 동원되었던 게 아닌가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내각사업보고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성과로 제시하고 있어요. 태풍으로 인한 수해와 관련해서는 자연재해의 후과를 가시고 새로운 집들을 건설한 것을 성과로 올리고 있고,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북한 사람들의 생명안전을 보위한 점, 안정적인 방역태세를 유지한 점, 위생방역부문에 정연한 사업체계와 토대를 확립한 점 등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만큼 코로나와 수해에 많은 자금이 쓰였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기자> 결함과 관련해서는 어떤 점을 지적하고 있는가요?

문성희: 전력 생산 목표를 비롯한 5개년전략의 주요경제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8차당대회에서 엄중하게 제기된 문제입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다시 강조된 셈이지요. 그리고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에서 제기되는 물질적수요를 국내에서 생산 보장할 수 있게 다방면적이고 종합적인 경제 구조를 갖추기 위한 사업을 전망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엄중한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그러니까, 이것은 경제 구조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제 건설이나 북한 사람들의 생활에서 요구되는 물질들을 원만히 생산하기 위한 경제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경제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로도 들리지 않습니까? 지금 북한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강조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경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경제 건설 전반에서 제기되는 물질적 수요를 국내에서 생산 보장하는데 걱정이 있다, 이런 말이니까요.

<기자> 경제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신데, 북한 당국은 전혀 그럴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뭣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고 할까요? 경제만으로 끝나면 좋지만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중국, 베트남도 결국 반체제적인 움직임도 가끔 보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다면 뭔가 새로운 방안이 제기되었나요?

문성희:그건 특별히 없어요. 기본은 8차당대회에서 제시된 과업들이 다시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은 당 중심의 나라이고 북한 내각은 당이 제시한 노선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기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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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0일 방문한, 건설이 한창이던 자강도 희천수력발전소 2호발전소 전경. 평양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이 희천2호발전소는 2012년 4월5일 완공됐다. / 문성희 제공


<기자> 좀 전에 5개년전략기간의 전력 생산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북한이 인정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전력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건 다른 경제 분야에도 많은 지장을 주지 않을까요?

문성희: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러니까 북한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인데.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보고를 읽으면 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송변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력의 도중 손실을 극력 줄이”라고 하면서 생산된 전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기자>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북한에서 전기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것은 물론 발전소 가동율도 있겠지만 다른 하나는 송전선 때문에 전력이 도중에서 손실된다는 문제입니다. 희천발전소 건설이 한창이었던 2011년에 북한에서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눴던데, 그 분은 희천발전소가 건설된다고 한들 전기 문제가 그리 간단하게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요. 희천발전소는 평양의 전력 수요를 보장하기 위해서 건설되고 있었지요. 저도 현지에서 군인 건설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은 멀리 보이는 송전선을 가리키면서 “이 송전선을 통해서 평양까지 전기가 가게 됩니다”고 하셨거든요.

<기자> 송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네, 결국은 송전선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제가 이야기를 나눈 평양 사람도 그러니까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희천발전소 이야기가 북한에서 전혀 안 나오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막대한 돈과 인원을 동원해서 발전소를 건설해도 그 발전소가 제 힘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런 문제들이 북한에서는 과거에도 제기 되어 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는 ‘전력의 도중 손실’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회에 송전선 문제가 잘 해결돼가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결국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송전선도 새롭게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네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데 송전선을 새롭게 바꾸자면 자재가 필요하겠지요. 문제는 그것을 조달할 방도라고 보는데. 아무래도 북한에서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점도 있고 해서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 5개년계획기간에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성희: 그거야 아직 5개년계획기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지금 시점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지요. 다만 내각보고에서는 “인민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실제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결심을 피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낡은 사업체계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사업방식들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강구하여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진일보를 이룩한다고 하고 있기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생활력을 발양시켜나가는데서 지장이 있었다’고 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말그대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잘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동 관리제는 북한식 개혁정책이지만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북한에서 개혁, 개방 정책이 전진하기를 기대하는 저로서는 좀 아쉬운 측면인데요. 이렇게 총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마음은 있다는 것이기에 거기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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