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정책 검토 내달 말 완료”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2.10
“바이든 대북정책 검토 내달 말 완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노동당 전원회의, 김정은 불안감 드러낸 행사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기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외 부문의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고 관영매체가 보도했습니다. 마키노 위원님, 활동 방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번 당 전원회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저는 회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나의 퍼포먼스, 즉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할까요? 김 총비서가 ‘통이 큰 작전안과 명철한 방도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지만 무엇이 통 큰 작전인지 숫자나 근거는 전혀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밤 8시 방영되는 조선중앙 TV를 날마다 보고 있지만 제강소나 농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간부들은 자신들도 8차 당대회 지도에 따라 획기적인 방법을 실행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원자재나 에너지를 어떻게 담보해낼 건지, 외국의 투자를 어떻게 유인할 건지 근거가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당 전원회의를 당대회 한 달 만에, 짧은 시간에 가진다는 사실이 김 총비서의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자신의 권력기반인 고위 간부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 한다는 그런 불안한 마음이 이번 당 전원회의가 열린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 상황 어렵지만 고난의 행군 수준은 아냐

<기자> 코로나19 봉쇄 여파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약품과 생필품까지 부족하다는 건데요, 현재 북한 내 상황, 어떤지 혹시 취재해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저도 취재하고 있는데요. 어려운 상황은 말씀하신 대로 진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하는 범위 안에서는 북한이 현재 처한 상황은 1990년대 경험했던 고난의 행군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양에 상주하는 외교관과 일반 평양시민(이 겪는 생필품 품귀 등 어려움)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주로 외교관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외화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선 대부분 수입품을 취급하거든요. 평양에 주재했던 전 영국 외교관 부인도 최근 RFA에 말한 대로 외교관들도 평양 시내 상점을 방문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 당국이 출입을 금지하는 상점도 확실히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만 방문할 수 있는 상점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북한에서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필품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던 게 있습니다. 그것은 쌀이나 소금, 식용유 같은 기초식품은 매우 중요하다고 자주 강조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도 기초 식품 (공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요. 밀가루나 식용유는 중국 제품이 질이 좋지만, 북한 안에서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소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생산이 중단됐다는 정보도 있었지만, 2월9일 조선중앙TV가 원산에서 소금 생산을 재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설탕만 북한이 자체 생산할 수 없다고 듣고 있지만, 북한에서 설탕은 사치품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예전에 ‘나라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설탕을 선택하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북한 내에서 설탕이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견딜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수입품도 점점 없어지고, 생활이 편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반 주민들의 생활이 붕괴된다는 그런 정도는 아니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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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열병식 등장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지속은 미국과 협상하고 싶다는 의미

<기자> 한편 북한이 지난해에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 보고서가 일부 공개됐는데요, 북한의 제재 위반이 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네 김 총비서는 지난 달 당대회에서 핵기술을 더 고도화시키겠다,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더 발전시키겠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으로선 당영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이 계속되는 이유로 먼저 미국과 협상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협상하고 싶기 때문에 핵개발을 계속하는 그런 조용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처럼 미국과 협상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핵을 포기하지는 못 합니다. 이게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김 총비서는 권력을 유지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군부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군부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하면 군(부의 뜻)을 존중해야 합니다. 따라서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 유력 연구소, 미국의 북 핵보유 인정 우려 제기

<기자> 이런 가운데 일본 국제문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가 미국의 대북정책 전망을 담고 있다면서요? 어떤 내용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소인 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 8일 연례 전략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주미 일본대사를 역임한 사사에 겐이치로 이사장이 기자회견도 했는데요, 저도 참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바이든 정권이 의도적으로는 아니라도 북한과 군비관리(군축)협상에 나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제가 듣기로는 바이든 정권은 대북전략 검토를 계속하고 있는 데 3월 말까지는 검토가 끝난다고 합니다. 바이든 정권 내부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핵 비확산을 중시하는 (핵) 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의견들이 대립하고 있는 그런 현재 상황을 반영한 보고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일 정부,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강화에 경계심

<기자> 앞서 한국 국방부도 이 달 초 공개한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특수부대 위협에 관해 언급했는데요, 일본 내 반응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 국방부가 4일 공개한 2020년 국방백서에서 미사일 여단이 9개에서13개로 늘고 위협도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새로 늘어난 4개 미사일 여단은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여단, 그리고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 여단인데 새로 개발한 탄도 미사일 여단이 생겼다고 일본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12만 명 규모의 특수부대는 AN2 비행기나 공기부양정, 잠수함을 활용해 한국에 침투하겠다는 말입니다. 이번 국방백서에서 이처럼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더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나 일본 정부도 경계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마키노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