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반도 비핵화 실무협의에 안 응해”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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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 주역 스티븐 비건(왼쪽)과 김혁철.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 주역 스티븐 비건(왼쪽)과 김혁철.
연합뉴스TV 제공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핵군축 회담’ 의도 무산은 다행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핵 담판이 결국 결렬됐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하노이 현지에 나가 계신데요, 먼저 이번 정상회담 곁에서 지켜보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이제까지 진행해왔던 실무협의에서는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4가지 사안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는데, 3번째 사안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전혀 (협의에) 응하지 않아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 아래서 공동성명을 채택하면 큰 일이라고 걱정했는데 일단 그런 문서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북한이 원했던,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바꾸는,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이 되는 길을 열어 놓겠다, 그런 의도를 무산시켰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무산시킨 게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말씀이시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싱가포르 합의를 좀 진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실무진 차원에서 있었기 때문에 평화선언을 한다거나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가 사실 있었지요. 오늘 김정은 위원장도 연락사무소를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고. 그래도 그런 걸 받아들인다는 건 역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그런 상황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양 정상 간 합의가 불발된 가장 큰 원인, 아무래도 비핵화와 제재완화 범위를 놓고 미북 양 측의 이견을 보인 듯한데 어떻습니까?

북한도 제재 완전 해제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

마키노 요시히로: 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여러가지 미국의 사정도 잘 연구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려고 하면 미국 혼자만으론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실무협의 과정에서 남북 경제협력,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제재 예외로 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얘기가 오고가지 않았겠습니까? 북한도 제재가 완전히 해제된다거나 그렇게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원했던 건 일단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하고 그래도 북미관계는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을 벌 수 있고, 파키스탄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결국 완전한 제재완화를 들고 나온 배경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복안이었다는 말씀이시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그렇죠. 제재해제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그런 걸 협상의 하나의 수단으로 하면서, 그러면 일단 제재해제는 못 하니까 그건 놔 두고 대신 여러가지, 예를 들어 종전선언을 한다거나 그렇게 하면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북한은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재해제가 오히려 회담을 결렬시키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국내 정치적 이유로 생각 바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합의를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는 강수를 둔 배경,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결단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국내사정, 코헨 변화사의 증언이나 자신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고 하는, 자기가 그러니까 화제도 모을 수 있고 민주당도 이해해 줄 테니까, 그런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결국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과 잘못된 합의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 핵 포기 어렵다는 사실 재확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으로서도 영변 핵시설 외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등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제재해제를 들고 나와 회담을 결렬시킨 의도가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위원장 역시 미국의 요구를 다 받아들였다고 하면 아마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북미관계에 관해 많이 선전해왔기 때문에 (이번 회담 결렬이) 김 위원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체제유지를 생각한다고 하면 핵은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고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 대면해서 요구한다고 해도 핵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도 너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북한이 아마 일단 총화를 거쳐, 김 위원장이 잘못했다거나 그런 얘기는 절대 못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말한 것처럼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러니까 그런 만남을 계기로 실무차원에서 좀 더 얘기하자’고 그런 선전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도발 행위는 북한이 삼갈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그런가 하면 이번 회담을 결렬시켜도 될 만큼 김 위원장으로서도 국내 정치적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반대로 그 정도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정치적 여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만약 (김 위원장이) 미국의 요구를 다 받아들였다고 하면 아마 북한에 있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북한 내부에 설명할 만한 능력이 (김 위원장에겐) 아직은 없다고 저는 생각하구요. 김 위원장은 올 해 신년사에서도 양복을 입고, 서양사회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줬습니다. 김 위원장도 고민도 하고 자기 스스로 오늘 회담하기 전에 많이 고민했다고 얘기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김 위원장도 그렇게 (합의)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상황, 핵은 필요하다는 주변 사람을 설득할 만한 능력이 아직은 없구요. 아직도 불안정한 상황, 제가 보기엔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됐다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은 아마 핵개발이나 핵완성뿐만 아니라 완성된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 때 그 순간에 북한의 목표가 달성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후에는 북한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에 도이모이 정책을 도입한 것처럼, 아마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하면 그 후에 실질적인 경제개혁도 시작하고 사기업도 인정하고 할 것입니다. 그 때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까지는 아직 못 한다고 하니까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한 분위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저는 예상합니다.

다시 긴장국면 조성될 가능성 배제 못해

<기자>이제 관심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인데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큰 문제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만나기 전에는 ‘아 뭐 여러가지 나쁜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최고지도자끼리 만나면 (해결)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앞으로 그런 핑계는 대지 못하게 됐습니다. 너무 어려운 부분이고. 그래도 서로가 긴장을 원하고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러면 싱가포르 회담 이후로 해왔던 건 뭐냐, 정치적 실수냐’고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건 피해야 하니까 실무협의는 계속한다고 하지요. 김정은 위원장도 똑같은 입장이니까 그렇게 할 겁니다. 그래도 실질적으로는 다음 주, 3월4일부터는 한미공동훈련도 시작되니까, 연합훈련 시작하면 (북한으로부터) 뭔가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면 북한도 미국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불안정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구요. 그러면 김 위원장 입장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그러면 김 위원장이 얘기했던 새로운 길, 아마 제가 생각하기로는 김 위원장 자신도 새로운 길이 뭔지는 아직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보지만 점점 분위기가 나빠지면 김 위원장도 다시 도발할 수 있고 그래서 다시 긴장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다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지적이십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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