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대북제재 영향 확산에 “대북제재 곧 풀린다” 선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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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도시에서 진행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학습 집회.
지방 도시에서 진행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학습 집회.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당국과 일반 주민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주민의 불만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곧 대북제재가 풀릴 것이다”라고 선전할 정도인데요.

특히 미국 정부가 추가 대북제재를 앞세워 ‘최대 압박’을 강조한 가운데 “과연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가 여전히 북한의 핵야욕을 꺾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의 효과와 전망을 노정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3월이 되면 경제제재가 곧 풀린다. 3월부터는 기름값도 떨어질 것이다”

요즘 북한 내부에서 확산하는 소문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의 여성동맹회의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조선에 응원단도 가고 회담까지 했으니 곧 우리의 승리로 끝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 중국 합작업체의 철수로 가동이 중단된 혜산 구리광산은 “새로운 합작 대상을 찾고 있으니 3월이 되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대북제재로 중국 수출길이 막혔던 함경북도의 무산 철광산도 “곧 수출이 재개될 것”이란 말을 반복하는 등 지난해부터 ‘제재완화가 멀지 않았다’라는 북한 당국의 말이 계속됐다고 ‘아시아프레스’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내에 대북제재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 불만이 확산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처럼 근거 없는 선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압록강 너머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대북제재로 수출이 멈춘 구리 광산이 있는 곳이다.
압록강 너머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대북제재로 수출이 멈춘 구리 광산이 있는 곳이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 전문가들 ‘대북제재 영향 크다’ 한목소리

- 북한 내부, 대북제재가 불경기로 이어져

- 북한 당국, 주민 불만 확산 우려도


최근 채택된 주요 대북제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2017년 8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 철광석 등 주요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으며 한 달 뒤인 9월 11일에는 대북 원유 수출을 연 400만 배럴로 동결하고, 석유제품은 연 200만 배럴로 제한함과 동시에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섬유제품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도 더 강화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9차례의 단독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주요 인사는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과 개인을 제재했으며 지난 2월 23일에는 북한의 선박과 해운 분야를 겨냥한 사상 최대규모의 제재까지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줄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제재는 계속된다는 겁니다.

많은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미국 정부가 채택한 대북제재가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물론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북한의 금융 전문가인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광진 선임연구원과 전 북한 39호실의 고위 관리였던 리정호 씨의 설명입니다.

[김광진 연구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수준의 대북제재가 온전히 집행된다면 북한 정권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핵∙미사일 자금과 통치자금의 고갈, 엘리트 계층의 소득 축소, 전반적 거시경제의 위축, 물가∙환율상승, 주민 생활의 충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장마당 경제, 시장 경제가 확산될 것이고요. 현재 당국과 주민 저축으로 1년~2년 정도는 버티겠지만, 이것이 고갈되면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겠죠.

[리정호 씨] 김정은은 초강력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 외교적 고립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있으며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제재에도 끄떡없이 자력갱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100% 거짓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대북제재는 과거에 있어 본 적이 없는 매우 초강력한 제재입니다.

북한 내부에서 나타나는 대북제재의 영향은 지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3배까지 가파르게 오른 연료값은 지금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북한 군대와 일반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싼 기름값이 운송비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이행으로 수출∙수입길이 막히면서 영업을 못 하는 무역회사가 속출하는가 하면 아예 사무실 문을 닫거나 직원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지난 2월 23일, 중국 세관 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북한은 석탄과 철광석, 해산물 등을 수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합작 사업과 석유 제품의 수출 제한 등으로 지난 1월 중국의 대북 수입액은 약 4천700만 달러,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무려 77%나 감소했습니다.

그 여파로 북∙중 사이를 운행하던 화물 운송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와 수입 감소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당연히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향이라는 것은 중국의 무역∙세관 통계를 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연료값이 많이 올라가면서 일반 사람의 생활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많이 막혀서 수출 산업에서 일했던 사람의 현금 수입이 많이 줄었다는 말도 많이 들립니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앞으로 통치 자금도 걱정될 겁니다.

대북제재가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뿐 아니라 일반 주민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서 당국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장경제의 저항력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버티고 있지만, 점점 주민의 불만이 확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빨리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주민은 이전의 사회주의 시절의 주민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 스스로가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이전과 다르다’라고. 국가가 아무것도 안 해주지만, 스스로 돈벌이를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시장까지 대북제재의 악영향이 받으면 주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미리 대비하고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최대의 압박’ 대북제재가 북한의 비핵화 이끌어낼까?

- 전문가들 “북 정권, 오래 버티지 못할 것” vs “제재만으로 비핵화 낙관 일러”


전방위적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화 국면에 나선 것이 아니냐? 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심지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한국을 찾은 이유도 그만큼 북한에 미친 대북제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제안에 미국 정부는 “핵을 포기한다는 진정성을 보이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라며 최대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제재가 효과는 있지만, 아직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미국 재무부에서 테러리즘∙금융분석관을 지낸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조나단 쉔저 부회장도 대북제재가 북한에 미친 영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인데 지금까지의 제재로는 이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조나단 쉔저] 대북제재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비핵화를 이룰 만큼 충분하냐? 는 것이죠.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지만, 아직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려는 것이죠. 물론 대북제재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적 봉쇄를 가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 야욕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켄 코스 CNA 국제관계국장 등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큰 희망을 품고 있지만, 제재가 북한의 정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이시마루 대표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 이사장도 대북제재가 불러올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해 아직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제재 효과에 대해 말할 때 김정은 정권에서 정책 변화를 생각하느냐? 가 문제죠. 정책 변화를 고려해야 할 만큼의 타격이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기미는 안 보입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화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북한 내부에서 영향은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김진향 교수] 북한에 대한 제재가 대화와 관계회복으로 나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하면 안 될 겁니다. 제재는 북한에 매우 가혹하죠. 매우 불편합니다. 하지만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고 있다고 연결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 설정한 여정에 따라 작심하고 나온 것입니다. 북한의 의도 자체가 큰 틀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입니다. 문제의 해법은 그들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 압박을 한다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안 할 것이냐? 오히려 제재와 압박을 하면 살기 위해서라도 더 그럴 것이다.

반면 김광진 연구원은 북한에서 확산하는 대북제재의 악영향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에서는 가파른 붕괴(steep fall)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광진 연구원]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다급해진 북한은 대남 평화공세로 대북제재를 이완시키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움직임을 계속 시도할 겁니다. 또 중국의 양보, 러시아로의 대체재 통로 확보도 시도할 겁니다. 내부적으로는 절약, 국산화, 자력갱생, 시장확대 허용, 경제 자율성 확대 등의 추가 조치들이 있을 수 있고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릴수록 추가적인 핵∙미사일, 군사적 도발의 선택도 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올해 북한의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정책적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최대의 압박과 최대의 관여’를 제시한 것처럼 오늘날의 대북제재는 외교와 물리적 충돌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으면 매우 거칠고 국제사회에 불행한 일이 될 2단계 해법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대북제재만으로 북한을 온전한 비핵화로 이끌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김광진 연구원
김광진 연구원 Photo: RFA

김광진

“대북제재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수준의 대북제재가 온전히 집행된다면 북한 정권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핵∙미사일 자금과 통치자금의 고갈, 엘리트 계층의 소득 축소, 전반적 거시경제의 위축, 물가∙환율상승, 주민 생활의 충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장마당 경제, 시장 경제가 확산될 것이다. 현재 당국과 주민 저축으로 1년~2년 정도는 버티겠지만, 이것이 고갈되면 상황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다.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다급해진 북한은 대남 평화공세로 대북제재를 이완시키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움직임을 계속 시도할 것이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릴수록 추가적인 핵∙미사일, 군사적 도발의 선택도 할 것이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이시마루 지로 대표 사진-위키피디아

이시마루 지로

“당연히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연료값이 많이 올라가면서 일반 사람의 생활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많이 막혀서 수출 산업에서 일했던 사람의 현금 수입이 많이 줄었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앞으로 통치 자금도 걱정될 것이다. 그런데 시장까지 대북제재의 악영향이 받으면 주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미리 대비하고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나단 쉔저
조나단 쉔저 Photo: Foundation for the Defense of Democracies

조나단 쉔저

“대북제재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no doubt that sanctions are having an impact) 문제는 비핵화를 이룰 만큼 충분하냐?란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지만,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려는 것인데 물론 대북제재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적 봉쇄를 가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 야욕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 ‘최대의 압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제재는 외교와 물리적 충돌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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