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의 커리어우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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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의 커리어우먼 평양의 한 미용실 모습.
/AF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최근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양에 거주했던 영국 외교관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외교관 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북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보다 직업을 갖고 싶어 했다"라고요. 혜영 씨도 평양에 거주하셨는데,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혜영 씨]네. 북한 여성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가정을 갖고 아이 낳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자식까지 힘들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대신 좋은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을 선호한 겁니다. 이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면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북한도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집을 사거나,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듭니다. 말로는 무상교육이라고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내라는 할당량이 많고, 각종 행사는 얼마나 많은지. 북한 여성들 자신도 돈 벌기가 힘든데,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낳으면 더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평양에 사는 북한 주민 중에는 권력층이나 상류층이 많은데요. 그중에서 젊은 북한 여성들이 직업을 갖고 싶어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김혜영 씨] 북한 여성들이 중앙대학을 졸업하면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부터 좋은 직업을 갖습니다. 보위부나 중앙당, 보안성, 법기관 등에서 일을 하는데요. 하지만 그 밖의 여성들을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봉사총국으로 많이 갑니다.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생기거나 북한 내에서도 식당 봉사나 수입 물건을 만지는 일에 종사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북한 여성들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거죠. 외화벌이 사업도 매우 좋은 직업입니다. 또 외국어를 잘해서 외화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일하는 것도 선호하지요.

- 북한 여성들이 최고로 여기는 직업이 있나요? 또 어느 정도 소득을 얻으면 만족할까요?

[김혜영 씨] 북한 여성들이 최고로 여기는 직업이 있지요. 출신성분이 좋으면 북한 여성들도 중앙당에서 일할 기회나 일들이 많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직업을 가지면 가문의 영광도 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죠. 평양에서 북한 여성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습니다. 소득이야 많으면 많을 수도 좋죠. 작년에 한국에 정착한, 제가 알고 있는 탈북 여성도 무역일꾼 출신인데 자신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을 떠나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이 북한 여성들의 꿈이 된 겁니다.

- 외교관 부인이 2017년부터 2019년에 경험하고 들은 내용이니까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북한 여성들의 생각이 과거 여성들과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혜영 씨] 당연히 그럴 겁니다. 북한에서 여성들은 편할 날이 없지요. 각종 행사에 동원돼야 하고, 그렇다고 일상생활이 나아지는 것도 없지요. 그런 어머니 세대를 본 젊은 여성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요. 또 일반 직업을 가진 주민들에 비해 무역을 하거나 돈을 다루는 사람들은 고급식당에 가서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차를 타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자본주의 계급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런데 평양에서 외국인들도 만나보고, 외부 정보를 접해 본 젊은 여성들은 직업관이나 가치관이 더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더 잘 살고 싶다'라는 욕구를 억누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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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거리를 걷고 있는 여자 대학생들. /AFP


- 외교관 부인의 또 다른 인상적인 대답은 북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받는 압박, 여성의 역할만 강조하는 북한 사회에 대해 불만 등도 털어놨다고 하거든요. 북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받는 압박이나 강요받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김혜영 씨] 평양에서 사는 여성들은 삶이 참 힘듭니다. 매일 긴장해야 합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여맹원들이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선동 활동도 해야 하고요. 인민반에서 내라는 여러 가지 할당들도 감당해야 합니다. 한 예로 새벽마다 온 마을 청소부터 시작해 눈이 오면 큰길도 치워야 하고, 제설작업도 해야 하고요. 외국 정상이 평양을 방문하거나 큰 정치행사가 있으면 추운 날에도 한복을 입고 나가 환영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온전히 가정생활에만 전념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물이 잘 나오나요. 전기가 잘 들어오나요. 주부의 역할만 하기도 힘든데, 각종 사회적 역할까지 강요하니까 여성들의 삶이 더 힘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북한 여성 기업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 등도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요즘 북한의 경제활동에서 여성의 역할이 큰 때에 이런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혜영 씨] 최근 탈북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김정은 시대에 여성들이 할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마 음만 먹으면 여성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거죠. 아까 말씀드린 그 탈북 여성도 자신은 큰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자신은 그 꿈이 실현 가능했다고 했거든요. 그만큼 이제 북한 여성에게도 기회는 있는 겁니다.

북한 여성들이 꼼꼼하고, 추진력이 있고, 남성들보다 장사수완도 좋고, 경험이나 아이디어도 많거든요. 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성들을 교육하고, 북한 무역의 책임자에 여성을 임명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세미나에서 나온 말처럼 북한 여성 기업가를 육성하고, 권한도 주고, 교육이나 지원을 해 준다면 북한 여성들이 훨씬 더 잘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죠.

- 혜영 씨가 이전에 북한 경공업부에서 일할 때도 여성이기 때문에 역할의 한계가 있었나요?

[김혜영 씨] 제 경우에는 여성이라고 해서 역할에 제한은 없었습니다. 제 경험상 북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여성과 남성들 모두 각각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서 여성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남성들의 역할과 조화를 이룬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외교관 부인은 북한 여성들이 현대 여성의 고민이 있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북한 여성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뭘까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요.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일까요?

[김혜영 씨] 저는 북한 여성들도 외부 세계에 대한 시각이 이전보다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성공의 기준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일 겁니다. 수출 부문에서 일하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봉사원 등이죠. 또 요즘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외부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북한 여성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인데요. 북한 당국도 달라지는 북한 여성들의 생각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방향으로 장려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지금까지 '북한의 커리어우먼'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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