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의 도발만 없으면 된다는 입장”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3.20
Choe_Son-hui_speak_b 최선희 부상(가운데)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PHOTO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최선희 부상 기자회견은 미국 반응 떠보기용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주(15일)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상대로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한 실망과 비난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압박했습니다. 북한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은 내용인데요, 먼저 들어보시죠.

최선희: 미국 측이 조미관계 개선이라든가 그 밖에 다른 6월12일 공동성명 조항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직 우리와의 협상에서 그 어떤 결과를 따내서 저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명백히 하건데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최 부상의 이번 발언,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로도 이번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북한은 갑자기 조선중앙통신에서 성명을 발표하거나 해왔는데 외무성 부상이 왜 그런 기자회견을 했을까 생각했는데, 제 생각에는 역시 미국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하노이 정상회담은 예상 외로 전개됐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갑자기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제안도 하고 그 뿐 아니라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여러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화를 주고받고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김 위원장도 당황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북미 협상을 어떻게 이어갈 건지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최선희 부상이 그렇게 미국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을 봐가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수위로 대응전략을 정할지 결정하기 위해 그런 기자회견을 한 걸로 저는 듣고 있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로 복귀하고 싶은 듯

<기자> 북한이 ‘협상중단’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실패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 대해 내부 복기를 끝마치고 새로운 협상을 미국과 준비중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은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으로선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고 싶은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합의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평화체제 구축, 그 다음에 한반도의 비핵화가 명기돼 있습니다. 먼저 새로운 북미관계, 다시말해 제재 완화나 해제를 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다시말해 한국전쟁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그런걸 하면서 비핵화하자고 했는데 왜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을 들고 나온 건지 북한 입장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다시 한번 싱가포르 합의 틀 안에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싱가포르 합의가 (이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더라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강행했던 것이니까 자기들도 이제와서 부정할 수 없는, 북한 입장으로선 이른바 금과옥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다시 싱가포르 합의로 복귀할 수 있는지 그걸 고민했던 듯합니다.

일단 최선희 부상의 말을 들으면 아까 지적하신 대로 미국에 대한 실망이나 비난을 거듭했기 때문에 저는 지금 상황 아래서는 북한이 미국과 싱가포르 합의에 따른 실무협상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형식적으로는 협상이 가능하지만 알멩이있는 협상은 어렵다고 보고 결과적으로는 실무협상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을까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 역시 북한에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 반대와 대화지속 입장을 거듭 천명했습니다.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존 볼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 재개를 결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진짜 충격일 겁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우리는 북한과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 발언을 봤는데 그는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미국의 전략은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하노이 정상회담 마지막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웃으며 헤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미국 입장은 최소한 북한의 군사도발만 억제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정권으로선 북한이 2015, 2016년에 계속해왔던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억제하고 있다는 걸 정치적으로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면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은 성공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게 안 된다고 하면 트럼프 정권의 한반도 정책 업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재개만 피하고 싶다는 전략 아닌가 생각합니다.

, 미국에 실무협의 중단 선언 가능성

<기자> 북한의 군사적 도발 재개 방지, 이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마지노선, 즉 저지선이라는 말씀이신데 북한 입장으로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대화로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다시 도발로 돌아서지 않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렇지요. 제가 보기엔 최선희 차관이 예고한 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뭔가 입장을 정할 것 같은데, 먼저 지금 상황에서는 북미협의를 계속하기 어려우니까 일단 중단하자고 한 뒤에 가만히 있다가, 얼마 정도 소강상태가 계속될지 모르지만 6개월-1년 지속하다가, 그래도 트럼프 정권이 싱가포르 합의대로 협의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면 그 다음에 도발에 나서겠지요. 도발을 하더라도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한다고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도 축소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되다는, 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어느 정도는 긴장을 고조시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고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첫번째 북미협상을 중단시키고 그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어느 정도 군사도발도 재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문제는 역시 미국과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양 측이 중간에서 접점을 찾아나갈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엔 김 위원장 입장으로선 싱가포르 합의가 금과옥조입니다. 자기가 사인했기 때문에 그게 실수였다거나 잘못이라고 하면 자신을 부정한다는 거니까 어렵다고 봅니다. 또 미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긴장을 고조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북한도 (이 상태로) 계속갈 것 같아요. 미국도 볼턴 보좌관이 김 위원장에게 빅딜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니까 다시 중간 정도로 내려가자고 하기 어렵죠. 그 정도까지 했다고 하면 한 번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싸움이 일어나고 그러면 서로가 싱가포르 합의는 없었던 걸로 하고 다시 (대화)하자고 하는 정도가 돼야 다시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대화 재개가)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북한 설득해야 하지만 마땅한 카드 없어

<기자> 교착상태인 미북 간 핵협상에 한국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특사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 안에서는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은 북한을 설득하는 의미에서의 중재자입니다. 미국을 설득하는 중재자 역할은 상상할 수가 없죠,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에 있으니까.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를 설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도 한국이 북한에 내놓을 카드가 없거든요. 여러가지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이나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여러가지 얘기했지만 지금은 가능하지 않구요. 만약 그런 걸 한다고 하면 한미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 쪽에서 지금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는 없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미국에 대해서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자고 압력을 가해야 하니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제가 보기엔,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등에 접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자기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보는데 그 때 한국과는 얘기 안 한다, 한국에 실망했다, 그러니까 전혀 상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죠.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고. 양쪽이 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부에서 어느 쪽으로 가면 가장 효과적으로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 지금 계산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 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과 배경을 둘러싼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구체적 정보를 내놓길 거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최근(17일) 보도했는데요, 북한으로선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더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을 폈지만 이게 결국 판을 깨는 악수가 된 거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월28일 회담 초반까지는 자기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아깝다거나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마 ‘스몰 딜’로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평안북도 영변군 안에는 해커 박사가 2010년에 방문했던 핵시설 이외에도 수 킬로 미터 떨어진 서위리나 분강 지역 지하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명박 정권 당시에 CIA-국정원 (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미국정부로서는 북한이 ‘우리가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 ‘아 그럼 영변군에 있는 핵시설을 포기하는 구나’ 라면서 그럼 영변에 공개된 시설만 포기할 건지, 아니면 공개하지 않은 분강이나 서위리 시설도 포기할 건지, 좀 의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이 계속 물어보니까 북한이 ‘다 포기한다’ 라고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시설도 얘기하지 않고 위치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신이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는 코헨 변호사 청문회나 그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빅딜로 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불신감이 회담이 결렬되는 어느 정도 원인이 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