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베이징서 북 최선희 기다린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3.27
Choe_Son-hui_speak_b 최선희 부상(가운데)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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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스냅백 포함된 북 비핵화 합의 불가능

<기자>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냅백, 즉 일단 제재를 해제하되 합의 위반땐 제재를 복원하는 방식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 달 중순 평양에서 한 발언 내용인 데요, 마키노 지국장님, 스냅백 조항이 포함된 비핵화 합의, 과연 가능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스냅백 조항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2월28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즉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을 다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어떻게 비핵화할 건지 합의한 다음에 그런 전제조건 아래서 스냅백 방식도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포기한다고만 얘기하고 자신들이 어떤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체 핵시설을 포기한다는 건지,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최선희 부상도 기자회견 때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한다거나 핵신고를 하겠다거나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전제조건이 변함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스냅백 합의는 의미가 없고 만약에 그렇게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유엔의 대북제재는 미국 혼자서만 해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불가능한 얘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최 부상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이었는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반대하는 바람에 스냅백 방식을 통한 제재완화에 미, 북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듯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폼페이오 장관이나 볼턴 보좌관이 반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건 아니구요 제가 듣기로는 미국은 북한과 실무협의에서 계속해서 북한이 얘기하는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변 핵시설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영변에 있는 어떤 핵시설을 포기할 건지 파악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북한이 거기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북한이 비해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을 하려고 하는건 아닌지 미국이 의심스럽게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출발하기 전에 북한이 핵신고를 한다거나 그런 의사가 있다고 하면 이번에는 스몰딜을 할 수도 있고 앞으로 천천히 하면 된다거나 하는 여지가 남아 있지만 (북한이) 그럴 의지가 없다면 빅딜로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에어포스원, 즉 대통령 전용기에 올랐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28일 정상회담 전 날 만찬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 측에서 많이 탐색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이 진짜 스몰딜을 할 생각인지, 빅딜도 할 생각이 있는지를 탐색하다가 김 위원장이 전혀 비핵화 신고에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 한반도 긴장고조 카드 ‘만지작’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주에 중대장∙중대원정치지도원 대회를 지도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2013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열렸는 데요, 김 위원장이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를 언급했군요. 어떤 의도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봤는데요 김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도’ ‘앞으로도 고생할 것같지만 우리는 잘 해야 한다’거나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간접적으로 자신들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구요. 제가 알기로는 북한 군부가 진짜 열악한 상황입니다. 지난 12월에도 양강도 국경경비대에서 불상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급 병사들에게 고향에서 보내온 돈이나 배급으로 받은 식량을 상관들이 다 수탈했다고 합니다. 하급 병사가 중앙당에 호소해서 알려졌다고 하는데 해당 부대가 직전에 잘 하는 부대라고 상을 받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검열 당시에는 근처의 농가에서 식량을 빌리거나 해서 위장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으니까 김 위원장도 걱정이 되겠지요. 그리고 북한군 중대는 소대 4개로 구성되는데 160명 정도. 중대장은 보통 대위가 맡는데 40대 초반 정도로 북한군의 핵심이죠. 그래서 이들을 결속시켜야 할 필요가 있겠죠. 또 앞으로 미국에 대해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데 그 중에 하나가 한반도를 긴장상황으로 몰아가고자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일어나면 미국도 부담스럽거든요.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도 조금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런 환경을 마련하고 싶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세분석∙전략회의 중…노선 안 정한듯

<기자>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번 주 함께 베이징에 머무르면서 미국과 북한 간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미북 양측이 만났을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리수용 부위원장과 비건 대표가 격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물론 비건 대표는 북한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베이징까지 갔을 겁니다. 자기가 베이징에 있으니까 최선희나 김혁철에게 나오라는 그런 사인인 듯합니다. 북한도 물론 미국의 속내는 알고 싶지요.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을 해서 미국의 반응을 살펴봤듯이 (미국의 속내를 알아야) 북한이 앞으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비건 대표는 공개적인 접촉을 하는 사람이니까 만약에 북한이 베이징에 나왔다고 하면, 아무 합의도 없었다고 북한도 인정하고 있는데, 북한이 그냥 쉽게 다시 대화에 나서는, 쉬운 상대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가 있는 듯합니다. 비공개적으로 정보기관끼리 만날 수는 있지만 공개석상에서는 아직 만날 때가 아니죠. 그리고 지난 주에 주요국 북한 대사가 많이 평양에 들어갔지 않습니까, 그건 아마 정세를 분석하고 김 위원장의 측근들끼리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정세분석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전략회의를 한 뒤 아마 최고인민회의 하기 전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하고 그 뒤에 전략을 결정하면 그 방침에 따라 대화한다고 하면, 그 때부터 접촉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 지난 달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했던 괴한이 사건 뒤 미국 연방수사국과 접촉했다고 스페인 법원 당국이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유조선이 어떤 단체인지 취재했는데요 (전신인) 천리마 민방위는 2013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민간단체의 하나였던 것 같은데 2014년 봄에 나온 COI, 즉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작성을 위한 조사활동에 많이 협력하면서 힘을 키웠다고 합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후원으로 자금도 풍부하고 탈북자 등과 많이 활동해왔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과도 관계를 맺고 중국에서 탈북자 구출작전이나 정보공작 등 불법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활동해왔는데 이번에 일부가 공개됐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유조선도 타격이 크고 앞으로 활동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구요. 여기다 북한의 명분찾기에 이용당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미국 정보기관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요, 만약 인정하면 빈조약 위반 등 문제가 되니까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이 ‘미국은 역시 나쁜 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도발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