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돈주’ 출현②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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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이 늘면서 서양요리문화도 침투하고 있다. 평양에서 성업중이었던 이태리 식당의 한 종업원.(2011년 8월 25일)
북한에서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이 늘면서 서양요리문화도 침투하고 있다. 평양에서 성업중이었던 이태리 식당의 한 종업원.(2011년 8월 25일)
사진 제공: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의 출현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신흥부유층, 돈주의 부상에 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그런데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 당국이 돈주를 묵인하고 있는 듯합니다. 북한 당국이 돈주를 단속하지는 않던가요?

문성희: 현지에서 돈주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돈주가 단속됐다는 얘기도 들어본 일은 없습니다. 돈주를 단속했다는 얘기는 현 시점에서는 외부에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돈을 벌어서 주변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면 아마도 단속될 것이지만….

휴일에 평양 근교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 평양 여성들. 옷차림이 비교적 세련돼 보인다. (2011년 9월 22일)
휴일에 평양 근교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 평양 여성들. 옷차림이 비교적 세련돼 보인다.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지난 시간에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얘기를 해주셨는데, 북한 당국도 이런 자영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거나 방관하거나 최소한 단속은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도와주지는 않고 있지만 적어도 방관하고 있고 단속은 절대 하지 않고 있죠. 지금 단속을 하면 북한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상품을 사고 있고 또 돈주가 있어야 북한 경제가 돌아가니까요. 돈주나 자영업자를 단속하면 주민들 생활도 어려워지는 거니까 북한 당국도 단속을 할 수 없는게 아닌가 싶어요.

<기자> 이처럼 북한에서 돈주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경,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제 추측으로는 북한 당국과 돈주는 상부상조, 즉 서로 돕는 사이라는데 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현재 북한에서는 초고층 고급 아파트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잖아요. 이런 아파트의 건설비를 누가 내는가 하는 문제인데 절반은 당국이 내지만 절반은 돈주들이 낸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절반은 국가에서 주민들에게 배정을 해주는데 나머지 절반은 돈주가 투자용으로 갖게 된다는 그런 말이지요. 이런 현상을 볼 때 정부와 돈주가 상부상조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돈주는 투자용으로 구입한 주택을 임대하면 더욱 더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정부는 건설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북한에서 돈주들이 고층 아파트를 짓는데 투자금을 내고 일부 아파트를 직접 분양받고 이걸 되팔고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하는 현상도 있겠네요, 그럼.

문성희: 네 있을 수 있지요. 그러니까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건 제가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당시에도 많이 들어봤어요. 북한에서 당국이 집을 배정해주는 것만 있었으면 집 값이 오르고 내리는 현상은 있을 수 없겠지요. 아마 (돈주들이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거품, 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기자> 한편에선 북한 당국이 홀로 대형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는 자금부족 상황도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문성희: 북한 당국이 국가 예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얘기가 들려온다는 것 자체가 제재도 있고 해서 건설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추측이고 정황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기자> 돈주들이 권력과 결탁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희: 북한은 지금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권력과 결탁하지 않으면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돈주라도. 권력과 결탁한다는 말이 좀 나쁜 인상을 주는데,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돈주와 정부가 상부상조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돈주의 힘이 필요하다, 돈주의 입장에서는 정부를 도와준다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돈주는 국가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자기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겠지요.

<기자> 그런데 돈주들 중 일부는 당과 군부 등 핵심 권력기관의 간부와 결탁했고 또는 가족, 친인척 관계이고 권력의 힘을 빌어서 부를 축적했고 이런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떻습니까?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Photo: RFA

문성희: 제가 2000년대 말에 북한에 있을 때 (TV에서 방영된) 영화를 한 편 봤는데 외화벌이를 하는 여성 무역업자와 그 남편이 외무성 소속 외교관으로 나오는 영화였어요. 그 영화에서는 다들 열심히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그 여성 무역업자만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고 부정적으로 묘사됐어요. 그 여성의 남편이 외무성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 권력을 이용해서 무역업에서 돈을 벌고 있었는데 그런 걸 굉장히 나쁜 일로 간주했던 영화였어요. 권력과 결탁해서 부를 축적하는 걸 부정적인 현상으로 묘사했는데 결국 이런 게 주민들한테서 반감을 사게 되니까 그랬겠지요.

<기자> 일종의 권력과 결탁해 부를 축적하는 데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저로서는 꽤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어요. 북한에서도 개인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영화에서는 인정을 하는구나. 그리고 북한에서는 외화에 간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기자> 그 영화의 결말이 궁금하군요.

문성희: 네 그 여성 무역업자는 결국 이혼을 당하고 굉장히 비참한 처지에 내몰린다는 내용이었어요. 남편이 ‘너는 장사에만 눈이 멀어서 국가를 위한 사업에 소홀했다’며 나무라면서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 뭐 그런 식으로 끝맺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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