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북핵 해법이 현실적’ 목소리 커져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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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이 미국의 민간단체 한미연구소(ICAS)가 연방하원건물에서 주최한 북한 문제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차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이 미국의 민간단체 한미연구소(ICAS)가 연방하원건물에서 주최한 북한 문제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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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지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관련 시설까지 해체하는 리비아식 핵 폐기, 이른바 ‘빅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어서 미북 간 교착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에서는 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과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의 완화 등을 중간단계로 삼아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란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 “이른 시일 내 비핵화는 비현실적”

- 당장 미북이 해야 할 일은 절충안 협상

- 단계적 접근법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이치에 맞아

-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류 조금씩 바뀌는 듯


“미북 협상에서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불릴 만큼 미국 외교에 큰 영향을 끼치는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최근 밝힌 말입니다.

하스 회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 기고한 글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절충안을 협상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세우되 단계적 접근법(a phased approach)을 모색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시점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이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전망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현실적인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겁니다. (At this point, any realistic policy must begin with accepting the reality that complete and fully verifiable denuclearization is not a realistic prospect any time soon.)

하스 회장은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뿐 아니라 핵물질,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생산의 동결은 물론 핵 관련 시설의 신고와 국제사찰단의 검증에 합의하는 것을 대가로 일부 실질적인 대북제재의 해제와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모든 대북제재의 해제와 외교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하스 회장은 덧붙였습니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실장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리비아 방식의 빅딜(큰합의)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만이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해결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요즘 워싱턴에서 변화하는 기류라고 최근(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존 메릴] 워싱턴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계적 비핵화와 대북제재의 완화 등 점진적인 접근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메릴 전 국장은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현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비핵화로 가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이면서 영구적인 비핵화에 앞서 핵무기 생산과 실험 중단, 핵확산 차단 등 점진적인 단계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메릴 전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현 단계에서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이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견해차 어떻게 좁힐 수 있나가 최대 현안

- 미 전직 관리∙전문가들 “애초 합의한 스몰딜부터 시작해야” 한목소리

- 비핵화 진전 속도와 대북제재 해제 범위 비례…유연성 보여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비핵화의 정의와 대북제재의 해제 시점 등을 놓고 미국과 북한 간 입장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 재확인되면서 워싱턴에서는 이를 어떻게 좁혀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을 택할 때라며 ‘모 아니면 도’식의 협상 방식은 오히려 외교적 노력이 시작되기 전보다 상황을 더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애초 합의했던 스몰딜에 관한 내용부터 다시 다루면서 서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등을 제도화하는 등 실무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습니다.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부르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미북 양측의 견해차가 크지만, 스몰딜로 되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스몰딜로 되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주요 핵시설인 영변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주의 지원 등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개성공단의 재개처럼 일부 대북제재의 예외 조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거래로 되돌아가는 겁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북한의 핵물질 생산의 중단과 영구적인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의 중단 등 중간 합의(interim agreement)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겁니다.

메릴 전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요구 수위를 낮추고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때 제재 완화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존 메릴] 대북제재는 북한이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북한이 병진 노선에서 경제 우선 정책을 선언했지만, 대북제재 때문에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재가 북한의 변화를 막고 있는 거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협력사업 등 남북경협도 대북제재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도 대북제재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겁니다.

하스 회장 역시 비핵화의 진전 속도와 대북제재의 해제 범위는 비례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의 유연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미북 간의 교착 국면이 길어지는 현상 유지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워싱턴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목표와 접근법으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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