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돈주’ 출현③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4-1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2010년 8월)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2010년 8월)
사진: 문성희 박사 제공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의 출현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신흥부유층, 돈주의 부상에 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에서 부동산 매매가 활발하다면서요? 직접 현지에서 보시니까 어떻던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부동산 가격이 매해 오르고 있다는 것은 2011년 방문 당시에도 현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평양에서는 당시 4년 전에 비해 최고 열 배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었어요. 평양중심가의 중구역에서는 5천 달러 짜리였던 집이 1만2천 달러에 팔린다는 것이였어요. 지방도시인 함흥의 경우에는 좀 더 싸게 거래되고 있었어요. 집 한 채 사는데 2천500 달러부터 3천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였는데, 그래도 현지 사람들은 “다음 해엔 좀 더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토지는 국유이기 때문에 토지 매매는 할 수 없지만 아파트의 방이나 농촌 주택의 권리 같은 것은 매매를 해도 상관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 ‘통일뉴스’가 2013년 4월 4일에 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 출범 후, 평양 인근에 새로 생긴 신도시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국가에 지불하면 주택을 새로 건설하거나 개조하는 권리가 주어졌고 구매자는 개인적으로 자택을 소유하고 임대하는 것도 인정됐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셈이지요. 물론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부동산 매매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부가 이러는 걸 보면 김정은 정권과 돈주의 관계는 지난 시기보다 진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해요.

그리고 고층 아파트의 경우 절반은 국가가 절반은 돈주가 건설비를 부담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공구도 돈주들이 대줄 수가 있지요. 물론 돈주가 자금 등을 제공하는 것은 나중에 분양을 하기 위해서이지요.

<기자> 결국 돈주들이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어서 한 편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측면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부분인데 북한 당국이 이걸 묵인하는 배경은 결국 아파트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문성희: 제가 확언하지는 못하겠는데 일단은 북한 당국은 아무래도 주택을 주민들에게 배정해주고 싶다, 그런 측면은 아직 있고, 다만 모든 걸 다 해결하진 못하기 때문에 돈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역시 예전부터 주택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해결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시기부터 계속 주택문제가 고민거리로, ‘1만세대를 건설하겠다’하면서 계속 건설해온 것이어서 아직도 더 많이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그렇게 볼 수 있겠지요.

<기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택, 부동산 매매가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문성희: 저도 당연히 주택은 국가에서 배정해주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부동산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북한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식구가 많아지면, 예를 들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거나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며느리, 그리고 자기 자식들과 함께 살 경우 세 세대가 같이 한 집안에서 살게 되지요. 그런데 옛날처럼 집은 두 세대가 사는 크기밖에 없으면 말이 되겠습니까? 반대로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 부부만이 살게 되면 ‘불필요하게 방이 많아서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집안도 있지요. 그럴 경우엔 서로가 집을 바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도 부동산 매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함흥에 사는 제 친구도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국가에서 배정받고 살던 집을 팔고 좀 더 시골로 이동했다는 말이었고, 집세가 좀 싼 곳으로 간다는 얘기로 자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였지요. 농촌에 사는 한 친구는 ‘지금이면 50만 엔에 집을 팔 수 있기에 어찌할까 고민중’이라는 말도 하고 있었어요. 부동산 매매가 예사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들렸어요.

<기자> 부동산 가격이 계속 바뀌니까, 지금 이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데 혹시라도 나중에 더 내릴지, 오를지 모르니까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이군요, 북한 주민들이.

문성희: 그렇지요. 지금 50만 엔에 팔까, 아니면 혹시나 집 가격이 70만엔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기자> 자본주의 사회와 똑 같군요.

문성희: 네 똑같아요.

휴일에 풀밭 나무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춤을 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2011년 8월).
휴일에 풀밭 나무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춤을 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북한을 방문하셨을 때 개인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라는 사람들을 지방에서 직접 만나 보셨다면서요?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Photo: RFA

문성희: 네,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돈주’라 불리는 사람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돈주’라고 북한 사람들이 부르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장사꾼’은 많이 들어보고 만나봤지요. 양강도에 갔을 때 혜산에서 자동차에 넣는 개솔린(휘발유)을 파는 여성이 있었는데 현지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장사꾼’이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북한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한 추측인데 ‘돈주’라고 하면 금융, 부동산, 유통, 노동시장 등에 관여하는 좀 규모가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고 ‘장사꾼’은 좀 더 규모가 작은 개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집 앞에서 여행용 가방 같은 것을 펼치고 거기에 담배나 사탕, 껌, 빵 등을 파는 광경을 보았는데 이런 사람을 북한에서는 ‘장사꾼’이라 부르고 있었고 그리고 언젠가 말씀드렸을 지 모른데, 평양에서 산책할 때 달피(마른 명태)를 파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이런 사람도 ‘장사꾼’이겠죠.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개인 가게나 사적인 기업, 즉 개인이 하는 기업이 존재하지 않지 않은가요?

문성희: 공식적으로는 물론 사적인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공식적으로 사기업이 존재하면 이건 완전히 시장경제화가 됐다는 거지요. 다만 개인적으로 장사를 하는 비공식적인 개인 사업가, 사적인 기업은 존재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가방을 펼치고 빵이나 담배를 파는 사람, 버스나 전철 표와 담배를 교환하는 행위, 그리고 북한에서는 가정에서 냉면이나 초밥을 짓고 그것를 택배해주는 장사도 존재해요. 전화로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배달해주는 거지요. 이것도 하나의 개인장사, 사적인 기업이지요. 평양의 골목에서 자전거 수리를 해주는 할아버지도 보았어요.

이런 사적인 기업이 점점 늘어나면 북한에서도 시장경제화가 촉진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분석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