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손전화 보급①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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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역 앞 광장. 오가는 평양 시민들 너머로 ‘우리의 총창우에 통일된 조국이 있다!’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보인다. (2011년 9월)
평양 역 앞 광장. 오가는 평양 시민들 너머로 ‘우리의 총창우에 통일된 조국이 있다!’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보인다. (2011년 9월)
사진: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은 인민생활 향상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부터는 북한 당국이 최근들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인민생활 향상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문성희 박사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 들어 연초부터 부쩍 인민생활 향상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요 배경이 궁금합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김정은 위원장이 올 해 신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8번이나 썼다는 것은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의 21번에 비해 17번이나 많는 셈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인민생활 향상이 현재 북한에서는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그것도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지요.

<기자> 그러니까 인민생활이 지금 어렵다, 이런 방증으로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기자> 지난 4월 11일과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를 먼저 잠시 짚고 넘어가죠. 경제 부문에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강조점은 뭐였나요?

문성희: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 2일째 회의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오래간만이지요. 여기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성을 띄게 되어있다는 것, 그로 인해 제재가 계속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며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 실행을 강조했습니다. 자립경제,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겠지요. 제재가 지속되는 속에서 모든 것을 자신들만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먹는 문제와 소비품 문제를 최단기간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건 오래전부터 이야기 돼 온 것입니다.

<기자> 자립경제, 자력갱생만으로 인민들의 먹거리, 소비재 부족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문성희: 그런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요. 자력경제를 강조하면서도 특별히 새로운 방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경공업 공장에서 원료, 자재의 국산화와 함께 재자원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틀어쥐고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결국 자재와 원료를 외국에서 사들여 올 수는 없는 조건에서 이미 쓰던 자재와 원료를 재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런가 하면 내년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을 마무리하는 해인데요 역시 인민생활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돼 있는 듯합니다.

“손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사진찍고 싶다”고 하자 기꺼이 포즈를 취해준 북한 대학생. (2011년 8월)
“손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사진찍고 싶다”고 하자 기꺼이 포즈를 취해준 북한 대학생. (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문성희: 네 그렇기는 한데, 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 첫날째 회의에서는 기광호 재정상이 국가예산에 관한 보고를 했는데 거기에 이러한 구절이 있어요.

“지난해(2018년) 국가예산집행에서는 결함도 있었습니다. 나타난 결함들은 경제지도 일꾼들이 현실발전의 요구와 세계적수준에 맞게 자기 부문, 자기 단위를 추켜세우기 위한 대담하고 적극적인 경제작전과 지휘를 따라세우지 못한다면 인민경제전반을 정비보강하며 활성화할데 대한 당면한 경제건설목표를 달성할수 없고 당 제7차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고지를 제 기간내에 점령할수도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 마지막 구절을 보면 다음해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결코 낙관을 할 수 없다는 북한 지도부의 심정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결국 제재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으로 볼 수 있을까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제재로 인해 자재와 원료가 안 들어오는 것도 심각하지만 북한과 경제거래를 하는 나라들이 없어진다는 측면도 심각하겠지요. 다만 제재를 완전히 지키지 않고 있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해요.

<기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분야별로 인민생활 향상에 관해 검토해 보기로 할까요? 먼저 북한에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손전화 얘기부터 해보죠. 북한에서 손전화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보급돼 있나요?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Photo: RFA

문성희: 북한에서 ‘손전화’라고 불리는 휴대전화 보급은 한국의 KBS가 올해 1월 7일에 보도한데 따르면 600만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2003년에 한 차례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보급이 중단됐습니다. 몇 해 동안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가 2008년 12월 말 다시 보급되기 시작했지요. 2008년 12월 말 당시 가입자는 1천694명. 하지만 2009년 3월 말에는 1만 9천208명으로 증가하고, 같은 해 6월 말에는 4만 7천863명, 그리고 2010년 9월에는 3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후에도 휴대전화 사용인구는 계속 늘어나 2011년 말에는 100만 명을 돌파한 뒤 2015년 260만 명, 2016년에는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보도됐어요. 빠른 속도로 보급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손전화가 보급된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그거야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2003년에 조선신보 특파원으로 평양에 장기체류하던 시기에는 아직 고정전화가 주된 통신 수단이었는데 평양은 둘째치고 모든 집에 전화가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연락을 취하는데 매우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런데 손전화가 생기면서 연락을 하기 쉬워졌지요. 그리고 북한처럼 사회기반시설이 잘 정비되지 않은 곳에서는 전화선을 일일이 설치해야 하는 일반전화보다 오히려 무선 전파를 사용하는 손전화가 보급하기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파생되는 경제효과도 있을 듯한데요, 새로운 돈벌이 수단도 생겨나지 않았나요? 예를 들어 휴대전화 수리소 같은?

문성희: 수리소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닌데 당연히 있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완전히 제 추측인데 중고품 판매소도 있을 수 있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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