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탈북자 특집 #1] 끝나지 않은 정착 - 우리에겐 기회의 땅

토론토-노정민 nohj@rfa.org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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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건축회사 사장으로 정착한 탈북자 최용택 씨. 지난해 1월 캐나다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오늘날 이룬 성공으로 캐나다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며 살고 있는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주길 바라고 있다.
캐나다에서 건축회사 사장으로 정착한 탈북자 최용택 씨. 지난해 1월 캐나다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오늘날 이룬 성공으로 캐나다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며 살고 있는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주길 바라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앵커: 북한을 떠나 한국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한 많은 탈북 난민이 최근 추방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난민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캐나다 이민 당국의 결정 때문인데요. 이는 캐나다 탈북자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위장 난민’이라는 불편한 시선에 맞서 캐나다 정착의 희망을 이어가고픈 탈북자들은 언제 캐나다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 삶의 일터에서 꿈을 키워갑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특별기획으로 ‘캐나다 내 탈북난민 문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추방위기에 놓인 탈북 난민의 오늘’을 다룬 ‘끝나지 않은 정착 – 우리에겐 기회의 땅’ 편을 전해드립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주의 최대 도시, 토론토. 이곳에 약 300명의 탈북자가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토론토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1시간을 달려간 오로라 (Aurora)의 한 고급 주택단지. 이곳에서 탈북자 최용택 씨를 만났습니다.

[현장 ACT: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 씨가 작업 중인 곳은 단지 한쪽에 위치한 2층 주택. 망치 소리, 드릴 소리, 음악 소리 등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지하실부터 2층까지 주택 전체를 새로 고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최 씨는 주택을 개∙보수하는 건축 회사의 사장입니다.

[기자] 사장님이세요? 집을 모두 새로 고치시나 봐요?

[최용택] 2층부터 지하까지 다 고치는 겁니다. (기자: 소개 좀 해 주세요)

이 상태에서 새로 다 해야 하는 거에요. 바닥하고, 벽도 하고, 천정도 다 하고, 조명도 하고, 화장실, 방도 새로 하고...(기술이 대단하신데요.) 1층도 조명을 새로 다 놓고, 화장실 새로 다 하고, 바닥도 다 깔고…

(얼마짜리 집이에요?) 180만 불. (공사비는요?) 20만 불

캐나다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은 최 씨는 어엿한 건축회사의 사장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난민 영주권을 받고 아내, 두 자녀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었지만, 지난해 1월, 캐나다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 씨가 한국을 거쳐왔다는 것이 취소 이유였습니다. 북한에서 캐나다로 바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 난민 자격이 없을뿐더러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최용택] 2009년에 난민 통과가 됐는데 지난해 1월 말 취소가 돼서 인도주의적 난민 신청을 한 상태예요. (난민 취소로 나가라고 할 경우) 그 부분이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아이들은 선택권 없이 부모를 따라와 이곳에서 태어났잖아요. 자라다 보니 캐나다인데, 어느 날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충격이 클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고민이 큽니다. 어른들 잘못으로 끝나면 되는데 후대까지 고통을 겪어야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인도주의 난민 신청((인도주의 정상참작 프로그램)을 한 최 씨는 첫 난민 신청 당시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고 이제 이민 당국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민 지위를 취소한 이민 당국의 결정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회의 나라 캐나다에서 10년 넘게 열심히 노력했고, 오늘날 이룬 성공으로 캐나다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며 살고 있는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용택] 캐나다에서 산 지도 10년이 넘었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해요. 지금 이만큼 살고 있는데 다시 새로운 곳으로 가면 얼마나 힘들까? 가족이 있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에게 또다시 큰 변화를 주면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이 다 같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는데, 지금 다 뒤집는다면 너무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아요.

- ”생활 터전 모두 일궈놨는데, 여기서 또 나가라니...”

- 한국 거쳐 왔거나 북한 출신 증명 미비한 탈북자는 난민 지위 거부∙취소

- 운전∙일자리∙은행거래 등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

- 난민 지위 거절∙상실되면 추방 위기 직면

2012년 캐나다에 도착한 이후 6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성주(가명) 씨도 난민 심사를 위한 청문회가 열린 2014년 당시 자신이 북한에서 온 한국 국적자임을 밝혔지만,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김 씨는 난민 심사 절차가 모두 중단되면서 운전면허증 갱신도 불가능해졌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도 없는 데다 은행 거래 등 기본적인 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성주 씨도 난민 심사가 열린 2014년 당시 자신이 북한에서 온 한국 국적자임을 밝혔지만,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이 기각됐다. 현재 난민 심사 절차가 모두 중단되면서 운전면허증 갱신도 불가능해졌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도 없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나다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성주 씨도 난민 심사가 열린 2014년 당시 자신이 북한에서 온 한국 국적자임을 밝혔지만,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이 기각됐다. 현재 난민 심사 절차가 모두 중단되면서 운전면허증 갱신도 불가능해졌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도 없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김성주] 대부분 여기서는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는데 증명할 수 있는 기본 문건들이 없어요. 그것 때문에 기각되는 사람도 많고, 저 자신도 그 이유로 기각됐는데 청문회가 끝난 그 다음 달부터 탈북자들의 난민신청 절차가 모두 정지됐습니다. 2014년 3월부터인가, 올 스톱돼서 모든 문건이 정지상태에 들어갔어요.

그럼에도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미 제2의 고향처럼 몸과 마음의 터전이 된 캐나다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신분 문제가 잘 해결되면 자신이 취득한 2개의 건축 자격증으로 일자리를 구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것이 성주 씨의 바람입니다.

[김성주] 북한이 내 고향이지만, 고향을 떠나면 다 타향이잖아요. 타향에 나가서도 내 마음이 통하고 정착이 잘 되면 제2의 고향이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신분 문제만 해결되면 그 말을 할 것 같아요. 지금 현재는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피해를 당하지 않을지, 또 한국에 대한 인식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지금 한국에 들어가면 다시 첫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또 길을 개척한다는 것도 참 막연한 상황입니다.

- 토론토 내 대다수 탈북자, 비슷한 상황에 직면

- 2013년 이후 캐나다 정부가 난민 지위 취소를 신청한 사례 400건 넘어

- 2017년까지 캐나다에서 추방된 탈북자도 165명

- 난민 인정 기각된 탈북자들 “다시 한국에 돌아가게 될까 두려워”


오늘날 캐나다 토론토 내 탈북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난민 지위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자신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이미 난민으로 인정받아 영주권까지 받은 탈북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정부가 난민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에는 다른 나라에서 난민 자격을 받아 그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 범죄기록이나 인권침해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 난민 신청이 기각됐거나 난민 신청을 보류 또는 자진 철회한 사람 등이 포함되는데, 대부분 탈북자가 첫 번째에 해당합니다.

캐나다 이민 당국이 대부분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 2013년부터 난민 지위를 취소하는 절차에 들어갔으며,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는 지위를 박탈당했고, 난민 지위를 근거로 제공한 영주권도 자동으로 상실됐습니다.

캐나다 이민 난민국이(Immigration and Refugee Board of Canada)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절차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가 법원에 난민 지위의 취소를 신청한 사례(Vacation Application)는 총 408건입니다. 이 중 51건의 난민 지위 박탈이 결정됐고 333건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아예 난민 신청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탈북자도 적지 않습니다.

또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에 따르면 2013년부터 국외로 추방된 탈북자 수는 165명이며 탈북자 95명에 대한 추방 절차도 진행 중인데, 대부분 난민 지위 심사에서 탈락했거나 난민 지위를 박탈당한 경우입니다.

[김성주] 안 된다고 판결이 나면 동시에 당사자와 국경수비대에 바로 보내는 거죠. 이제 이민국에서 우리는 당신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이것으로 난민에 관한 문건 처리는 끝난다. 그리고 그 문건을 국경수비대에 보내면 난민신청이 거부된 당사자는 그 순간부터 불체자가 되는 거죠. 그러고 나가라는 통지서가 와요. 기한을 주는데 한 달이면 한 달, 일주일이면 일주일, 그 기한 안에 나가라고.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 건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 건물 RFA PHOTO/장소연

실제로 2015년에 추방 명령을 받은 뒤 국경수비대에 체포돼 구치소에 구금됐던 탈북자 이성진(가명) 씨도 주변의 도움으로 추방 명령이 중지된 이후 인도주의적 이민을 신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3살 때 고아가 되고 꽃제비 생활을 거친 이 씨는 북한을 떠나 중국 한국을 거쳐 캐나다까지 왔지만, 여전히 떠돌이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만약 인도주의 난민 신청마저 기각돼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또다시 편견, 차별 등과 맞서야 하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이성진 씨] 만약에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야 해요. 그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북한에서도 중국에서도 살았으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라면 또 살아야죠. 하지만 한국에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비행기 타고 가다 섬에 뚝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캐나다에는 할 일이 있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거죠. 여기에서는 누가 북에서 왔다고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는 것...그런 것은 못 느꼈어요.

- 캐나다까지 오게 된 두 가지 큰 이유, ‘차별’과 ‘가족의 안전’

- 탈북자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구나 기회를 보장받고자 캐나다 선택

- 중개인∙일부 변호사의 무책임한 정보로 시작된 난민 신청이 오늘의 결과 낳아

- 난민 변호사 “탈북자가 캐나다에 오기까지 타당한 이유 있어”

캐나다에 정착한 대다수 탈북자는 한국을 떠난 가장 큰 이유로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 등을 꼽습니다. 특히 북한을 떠나는 순간부터 반역자가 되고 한국에 정착하면서 자신과 북한에 남은 가족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가장 피하고 싶었습니다.

또 캐나다에서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없이 다른 이민자와 똑같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고 뭐든 열심히 하면 성공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최용택] 한국에서 텔레비전에 출연했는데 북한에 있는 가족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겪으면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캐나다를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캐나다로 오게 됐죠. 저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자기 주관대로 살 수 있는 나라인 것 같아요.

[김성주] 저도 그랬어요. 저도 당시에는 해외로 나가려고 생각했어요. 북한에서 탈북, 즉 북한을 떠난 사람은 그 자체가 죄인이 돼요. 그리고 특히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적대국이기 때문에 거기에 간 사람은 어찌 보면 나라의 반역자가 되고 그 가족들은 최고의 처벌을 받으니까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것이 탈북자들의 소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탈북해서 나도 편안하고 가족도 피해를 입지 않는 게 소원인데, 한국을 떠나게 된 사람들의 첫째 이유에요. 나 자신과 북한에 있는 가족들 피해, 그걸 피하려고 하는 게 첫째 목적...

[이성진] (한국에서) 차별도 있었고, 제가 여러 곳에 다니면서 아는 형들 집에 놀러 가면 그 형들이 농담 섞은 어조로 이런 말을 해요. 너희는 좋겠다. 여기 와서 정착금도 다 받지, 얼마나 좋니? 너는 우리의 세금을 먹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취업 면접을 갔을 때도 과장님이 처음부터 왜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느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여기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온타리오주의 이민 난민 법률 전문 캐서린 브루스 변호사는 최근 캐나다 정부가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잇달아 내리는 데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하지 않고 캐나다에 오기까지,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당연히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겁니다.

또 대부분 탈북자가 중개인과 이민 변호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고 그 정보에 기초한 무분별한 난민 신청이 오늘날의 상황을 낳았다고 꼬집으면서 난민 지위를 상실한 탈북자들이 다시 합법적인 신분을 보장받을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캐서린 변호사는 주장합니다.

[캐서린 브루스] 이곳 캐나다에 있는 탈북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고, 부정확한 정보에 따라 잘못 대처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곳에 난민신청을 한 탈북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트라우마(심리적 고통)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성 노예로 팔려간 북한 여성들, 북한에서 감금과 구금으로 고통받았고, 한국에서도 탈북자들이 우울증과 높은 자살률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트라우마를 지닌 탈북자에게 삶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탈북자 사회 “위장 난민이란 시선, 불편하다”

- “잘못과 실수 바로잡고,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줬으면”

- “탈북 이후에도 고통과 위기 안고 사는 탈북자는 한국을 거친 난민”

- “기회의 땅 캐나다에서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

- “정착 위한 여정 끝내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 꿈꾸게 해줬으면”


탈북자들도 자신들을 일컫는 ‘위장 난민’이란 단어가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부터 난민이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난민 신청의 자격이나 조건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중개인과 변호사의 말만 신뢰한 것이 잘못이라는 자책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개개인의 배경과 사정이 다 다르고 한국을 거쳐 온 탈북자를 난민으로 해석하는 기준에도 논란이 제기되는 때에 캐나다의 탈북자 사회를 무조건 ‘위장 난민’의 시선으로 보는 것에 대해 탈북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 ‘위장 난민’이라는 딱지가 불편하시죠?

[최용택] 상당히 불편해요. 계획적으로 위장 난민을 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캐나다에 와서 살아보겠다고 하지만, 브로커가 있을 것 아니에요? 이런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하니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고, 그런 부분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다들 그렇게 선택한 것 같아요. 얼마나 큰 죄인지,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 그때 알았으면 다 안 했을 거에요. 알면서 할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한국에서 힘든 상황을 겪고 또 다른 돌파구를 찾다 보니 나왔다고 생각해요. 각자만의 사정이 있을 것 같아요.

[탈북자: 이영국(가명)] 첫 단추가 잘못된 거죠. 브로커가 문제이고, 변호사가 이를 알면서도 다 하니까 캐나다에 가면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것이 잘못된 거죠. 본인의 잘못도 있지만, 브로커가 처음에 잘못 시작하니까 다른 사람도 다 그 정보를 알고 거짓말을 하게 된 거예요.

[김성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위장 난민이라는 말이 인정될 수 있겠지만 저희는 특별 케이스라고 보는 게 어떻겠냐? 싶어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일체 외부와 소통이 없어요. 난민이라는 것 자체도, 실제 난민을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는지, 난민들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보호해 주는지 절차도 모르고 내가 난민으로 등록되는 게 어떤 건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한국에 가서도 내가 난민인지 아닌지도 몰라요. 그리고 난민인지 모르고 캐나다에 왔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위장 난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토론토 내 탈북자 난민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레이먼드 조 (한국명: 조성준) 온타리오주 의원도 캐나다에 온 탈북자를 여전히 한국을 거쳐온 난민으로 바라봅니다. 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삶의 고통과 신변 안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에 난민으로 인정하고 캐나다에 정착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레이먼드 조] 지금 난민으로 들어온 사람 중에는 여기서 애들이 태어났어요. 이들은 캐나다 시민이죠. 그런데 부모들이 가면 같이 따라 나가게 되죠. 그럴 때마다 제가 편지를 써 줍니다. 이렇게 나가서 다시 돌아가게 되면 고통이 대단하다. 아이들 적응 문제도 심각하고, 이미 캐나다에서 많이 정착했고, 좋은 캐나다 시민이 될 수 있는데 왜 내보내려고 하느냐? 탈북 난민은 한국을 거쳐온 사람들이지, 법적으로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난민이다. 정책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남게 해달라는 거죠.

2011년 캐나다에 정착해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다른 탈북자와 마찬가지로 난민 지위를 상실한 박민영 씨. 캐나다 생활 8년 동안 식당 일을 하며 열심히 살면서도 캐나다가 차별 없는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가 난민 지위를 박탈하면서 언제 캐나다를 떠나야 하는지 매일 불안한 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박 씨의 자녀들도 혹시 한국으로 가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생활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엄마와 갈등도 커졌습니다.

박 씨는 북한을 떠나 한국에서 국적을 받았지만, 이를 숨기고 난민 신청을 한 잘못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캐나다 이민 당국의 관용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박민영] 아무튼 우리가 한국을 거쳐와 거짓말한 것은 인정해야죠. 우리가 태어난 곳은 북한이고, 한국에서 한국 국적을 받았고, 거짓말한 것은 인정해야 해요.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관용을 베풀어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내가 한국에 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캐나다에서 여기 남아서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애들 문제가 많이 걸렸거든요. 여기서 살다가 한국에 가면 적응을 못 하잖아요. 그럼 애들 인생은 어떻게 되겠어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7명의 탈북자는 모두 난민 신청이 기각됐거나 이미 인정된 난민 지위를 박탈당했고, 이 중에는 추방 위기에 직면한 탈북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캐나다에서 여느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거나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픈 부푼 기대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강제북송의 위험을 무릅쓴 채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캐나다에 올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신분 문제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을 떠나 캐나다까지 오게 된 긴 여정과 그 과정에 담긴 삶의 애환을 한 단어로 풀어낼 수 없듯이 오늘날 캐나다 내 탈북자 사회의 현실을 단순히 ‘위장 난민’이란 한 단어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이들이 미처 꺼내지 못한 과거와 미래를 꿈꾸는 삶의 희망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습니다.

[최용택]북에 남아있는 식구에 대한 죄책감이 늘 있어요. 나만 잘 먹는 것 같고, 나만 따뜻하게 자는 것 같고. 그런 죄책감에 늘 사로잡혀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차별을 받고, 나로 인해 북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입고 불이익을 당하면 고통이 상당할 것 같아요. 그 상황을 하루 이틀이 아닌 항상 겪고 사는 심정이니까 그런 것도 피하고자 캐나다를 선택하게 되는 거죠. 살기 위해 북을 나오고, 북에서 중국에 가고, 살기 위해 남한에 가고, 살기 위해 캐나다까지 오게 되는 것 같아요. 기나긴 여정이죠.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대에서 그것을 끊고 싶어요. 다음 대물림을 안 하고, 캐나다에서 제3국으로(한국으로) 가게 되면 제 자식들은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요. 그런 대물림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원입니다.

[이성진] 지금 북한을 나와서 캐나다까지 오면서 여러 나라를 많이 거쳤잖아요. 아직 영주권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착 못 하고 떠돌이 같은 삶을 살고 있거든요.

-캐나다에서 어떤 꿈이 있으세요?

저는 일단 식당일이 편하고요, 그래서 나중에 나만의 작은 식당을 차리는 것이 꿈이에요.

[김성주] 지금 캐나다에서 신분 문제만 확실히 되면 내가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벌써 2개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걱정도 없고, 오히려 기술 자격증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올라설 수 있는 그런 조건은 되니까 만약에 여기에 정착하면 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캐나다 토론토에서 RFA 자유아시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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