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북한 인권, 길을 묻다] <2> 아직 남은 숙제 그리고 기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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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7년 열린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 모습.
사진은 2017년 열린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 모습.
연합뉴스 제공

앵커: 4년마다 정기적으로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인권 심사를 앞두고 북한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인권증진에 힘써왔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는 추세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사안에 비해 인권 문제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중 있게 논의되지 않아 온 데 대해 우려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RFA 특별기획, 북한 인권, 길을 묻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아직 남은 숙제, 그리고 기대’에 관해 살펴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인권 관련 ‘보편적 정례검토(UPR)’, 즉 인권 상황 심사를 앞두고 북한이 제출한 보고서는 “유엔안보리 제재와 일부 국가의 잔혹하고 일방적인 제재”를 인권 증진 부진에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북한이 인권증진을 위해 힘써왔다고 항변하면서 내놓은 다소 생뚱맞은 ‘제재 탓’ 주장에 국제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인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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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제재의 완화를 촉구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King: The North Koreans are using their presentation to the United Nations to make the case for lifting sanctions.)

킹 전 특사는 “기존 유엔 제재는 이미 식료품 및 의약품에 대한 제재를 배제하고 있다”며, 문제는 “북한이 자국 주민들을 위해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입하려는 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식료품과 의약품 등과 같은 인도주의적 물품의 조달 대신 군수 물자 충당과, 미사일과 무기 개발에 재원을 투입해 왔다는 겁니다.

(King: They are simply not seeking to purchase medicines and food for their people.  There are no sanctions on the import of grain or medicines. )

킹 전 특사는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상위계층뿐만이 아닌, 일반 주민들을 위한다면, 유엔 제재 내에서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입하는 데만 쓰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무기 개발보다 자국 주민을 돌보는 일에 더 진지한 입장이라면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와 인권운동가들도 대체로 최근까지도 북한의 인권 상황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비핵화 협상의 외교적 국면에서도 북한이 “정치범수용소를 유지하고 시민들에게 엄격한 감시를 지속하는 등 북한 인권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디펜스포럼재단의 수잔 숄티 대표도 최근(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갈수록 북한의 인권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지금은 인권을 묵인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인권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지 않은 점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숄티 대표는 특히 북한의 어린이와 여성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이에 관해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잔 숄티] 과거 고아로 남겨져 노예처럼 노동을 강요당했던 한 증인이 이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며, 여전히 빈번한 북한의 인신매매에 대해서도 증인들이 나와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노예로 취급당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국이 연루되어 왔다는 점 또한 알릴 겁니다. 또 특히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현시점에 인신매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임이 분명합니다.

앞서 지난 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 200명 중 약 75(150명)%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인신매매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으로, 주로 중국인 남성과의 강제결혼이나, 강제노역, 강제성매매 등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숄티 대표는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국전쟁 유해 발굴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시작으로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한 인도적 지원까지 논의되는 단계에 달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 세계 인권운동가들과 구호단체들의 목소리는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 연방의회에서는 지난 회기에 이어 이번 회기에서도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초당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해 7월에는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연장하는 재승인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심도 있게 다룬 ‘아리아 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 of 2018)’도 지난해 말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미국법으로 공식 제정됐습니다.

‘아리아 법안’에서는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을 비롯해 미국,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시민들에게도 심각한 인권 유린을 범해 오고 있다”며 “인권 또는 종교 자유를 침해하고 검열 활동에 종사하는 국가와 기관 및 개인에게 미 대통령이 나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은 의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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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들은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리 가드너: 북한 주민들은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국가를 개방하려는 지도세력을 가진다면, 북한의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로 향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위협이 없는 국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존중하는 국가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그가(김정은) 어떤 형태의 정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든 간에, 가장 최선인 길은 북한 주민들의 삶과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기반을 마련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 개원한 제116 회기에서도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들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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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 의회에서 발의된 대북 법안 및 결의안 가운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접 언급한 경우만

등 5건에 이릅니다.

특히 마이클 코나웨이(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철폐 촉구 결의안’은 지금까지 54명의 민주·공화 양당 하원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동참해 북한 인권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 철폐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 당국이 약 8만 – 12만 명으로 추정되는 수감자(political prisoners)를 석방하고, 국제 적십자위원회가 수감자 석방과 재활을 돕기 위해 수용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크리스 밴 홀렌(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과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5일 재발의한  ‘오토 웜비어 은행업무 규제법(Otto Warmbier B.R.I.N.K Act)’도 국제적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현황의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그레이스 맹(민주∙뉴욕) 하원의원이 최근(3월 14일) 발의한 ‘미주 한인 이산가족상봉 촉구 법안’ 역시 북한인권특사가 공석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 인권개선의 중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법안은 또 “북한 정부가 미주 한인을 이산가족 재회 과정에 포함하는 것은 긍정적인 인도주의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이 인도적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 나가길 촉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 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 역시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은 여전합니다.

비록 실질적인 북한 인권문제 논의가 현실적 어려움 탓에 조만간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받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한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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