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떨어진 위상 회복 노림수”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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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러시아에 북한은 미∙중 견제 수단일 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먼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 간단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으로선 일단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최고지도자로서 위상이 떨어진 김정은 위원장이 명예회복을 하기 위한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신문도 인민들이 김 위원장을 환송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그건 인민을 위해 분주한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중국이나 한국에 접근하던 시기였는데 올 해는 구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지금 어려운 상황이어서 러시아에 접근하려고 하는 듯한데 러시아는 역시 중국이나 한국 만큼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이니까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자기의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최소한 인민들이 평가할 만한 선물, 식량이나 건설자재 그런 걸 좀 획득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입장으로선 북한은 동맹국도 아니고 중국이나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러, 노동자 파견, 철도 연결 등 공동 이익

<기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이 각각 얻고자 하는 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북러 양 측의 노림수는 과연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러시아에 밀가루 10만 톤을 달라고 요구했고 일단 러시아는 5만 톤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자유아시아방송도 보도했지만, 올 해 12월에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저도 지난 해 현지에서 취재했는데,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론 현지 식당에선 학생비자로 일하고 있는 여종업원들도 많이 있다고 하구요, 북한이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블라디보스토크나 연해주,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러시아 측에서도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걸 같이 고민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저는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으로선 나진항이 아주 매력적인 항만입니다. 러시아 하산에서 나진까지 철도 연결 작업을 계속해왔는데 나진역에서 나진항까지 철도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북한이 트럭을 이용해 나진역에서 부두까지 수송을 도와야 하는 상황인데 러시아 측에서는 나진항 부두까지 철도를 연장해 시베리아 철도까지 직접 연결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선 해외 노동자 문제나 식량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래에 응하지 않을까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직접 겨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합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단계적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한 다음에 비핵화한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로 가고 싶어 하는 듯한데 싱가로프 합의를 무시하고 일괄타결, 즉 빅딜을 주장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비판하고 있는 구도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싱가포르 합의에 서명했던 당사자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 같이 서명한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실패를 인정할 수도 있고 그러면 최고지도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기본적인 원칙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건 못 하고 대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는 구도인 듯합니다.

하노이 회담 때 폼페이오가 서명 만류

<기자> 그런데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콕 집어서 ‘대화의 걸림돌’이라며 교체를 요구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에 출간된 제 책에서 소개했던 일화인데요 2월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전체회의 때 북한이 5개 항목의 공동성명 초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연락사무소 설치와 인도주의적 지원 등 사회∙문화 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자. 두 번째, 정치적 선언, 즉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세 번째, 행방불명된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반환한다. 네 번째, 일단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2017년 이후 부과된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도록 주도한다. 다섯 번째, 이런 조항을 다 이행한 다음에는 미국이 북한의 밝은 미래가 보장돼 있다는 걸 보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들을 보자마자 기분좋게 서명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장 바깥으로 나가자고 얘기했고 회담장 밖에서 ‘서명하실 거냐’면서 ‘만약 서명하시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설득했기 때문에 다시 회담장에 돌아온 다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태도가 바뀌어서 강력히 빅딜을 주장했기 때문에 북한도 너무 당황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영변 핵시설 포기만 얘기하고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고 하니까 북한 입장으로선 폼페이오 장관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김영철, 방북 폼페이오에 ‘트럼프에 전화하라’며 휴대폰 던져

<기자> 반면 북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 듯합니다. 어떻습니까?

4월중순 일본 아사히신문출판에서 출간된 마키노 요시히로 편집위원의 저서 ‘르포 김정은과 트럼프’ 표지.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에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그리고 북일협상의 내막은 물론 북한의 현 상황을 현지 취재와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파헤쳤다.
4월중순 일본 아사히신문출판에서 출간된 마키노 요시히로 편집위원의 저서 ‘르포 김정은과 트럼프’ 표지.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에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그리고 북일협상의 내막은 물론 북한의 현 상황을 현지 취재와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파헤쳤다. 사진제공: 아사히신문출판

마키노 요시히로: 네 역시 제 책에서도 소개했는데 2018년 7월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철 통전부장과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는데 거기서 싱가포르 합의는 그대로 두고 북한이 먼저 비핵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 때 김영철 부장이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의 휴대폰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던지면서 ‘이걸로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라’고 얘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얘기는 절대 안 할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너무 화가 나서 불쾌해 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그건 북한이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게 아니고 북한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은 김정은 위원장도 비방한다는 뜻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계속 신뢰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이 통일전선부장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문책성 경질로 보이는 데요, 앞으로 미북 간 대화에도 일정부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영철이 빠진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별로 영향이 없을 듯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 김영철의 위상이 떨어지는 징후가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에서 찍었던 사진에서 보여지고 있구요, 예상됐던 거였구요. 두 번째 김영철은 지난 1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김혁철이나 박철과 비슷비슷한 위상이었던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박철이 김영철 옆에 앉아서 계속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하고 그래서 김영철이 ‘좀 가만있으라’고 화를 낸 부분도 있고 해서 미국은 김영철이 단장이라기 보다 얼굴마담 정도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일단 얼굴마담, 그 정도였기 때문에 김영철이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비핵화 협상에는) 별로 영향이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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