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①경제난 속 시장통제에 '죽을맛'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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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①경제난 속 시장통제에 '죽을맛'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 두 명이 최근 (4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대해 중국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전해 준 북한의 경제 상황. 취재협조자는 강력한 시장 통제로 현금 수입이 급감해 구매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답답해했다.
/아시아프레스

앵커: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라고 약속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최근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가운데 북한의 국가∙민생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현금 수입의 급감과 물가 상승 등으로 주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 당국은 시장 통제를 더 강화하면서 주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 출범 당시보다 더 못 살게 됐다는 불만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고난의 행군’을 선언한 북한의 현 상황을 여러 방면에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피폐해진 북한의 국가∙민생경제 현주소를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돈 쓰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 말라버린 현금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한 주민이 (이하 안전 위해 익명 요청, 일본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 최근 (4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내온 휴대전화 문자에는 북한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 나옵니다.

이 주민은 생활이 어려운 이유를 묻자 “시장을 통제하니 장사도 잘 안되고, 식량을 사 먹을 돈은 없고, 물가는 크게 오르면서 모두가 길거리에 나 앉을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요즘은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라는 겁니다.

장마당에는 어린이나 노년층의 꽃제비도 많이 늘었고, 농촌 지역에는 이미 절량세대, 즉 먹을 식량이 전혀 없는 세대도 한 분조당 3~4세대는 되는데, 영양실조와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다른 지역의 주민도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물가 상승으로 돈주,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이 매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북∙중 국경이 재개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위기감도 나타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취재협조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일단 중국 상품이 들어오지 않아 물건이 부족하고, 수입과 수출도 못 하는 데다 이동 통제가 심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중국에서 원자재도 들어오지 않아서 생산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가동률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작년 후반기부터 계속됐는데, 지금도 똑같고 갈수록 심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제가 거의 매일 북한 내부 사람들과 통화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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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주민들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는 여전히 먹을 식량이 다 떨어진 절량 세대가 많고, 시장 물가도 크게 오르는 것에 대한 큰 위기감을 나타냈다. /아시아프레스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이 전해주는 북한 내부 소식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탈북민과 북한 내 가족을 연결해 주는 한 탈북 브로커(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에 따르면 요즘 북한 북부 지방의 시장 활동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이 사라진 데다 북한 주민들의 현금 수입마저 끊겨 경제 활동이 잘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우선 물가가 오른 것은 중국 수입품입니다. 수입이 안 되니까 물건 부족 때문에 생긴 것이고요. 일반 생활에 필요한 콩기름, 조미료 등 필수품도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것보다 심각한 것은 일반 대부분 사람의 현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구매력이 떨어진 거죠. 제일 필요한 식량 구매가 대부분 사람에게 닥친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도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북한에 어머니를 둔 탈북민 김혜영 씨는 요즘 어머니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생 경제가 어렵다는 중개인의 말에 돈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브로커들의 활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해 도움은커녕 반년 가까이 어머니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탈북민들에게 물어봐도 아예 연락조차 안 된다는 말뿐입니다.

[김혜영 씨] 잠을 못 자겠어요. 그때 엄마가 도와달라고 할 때 내가 좀 더 돈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되고요. 신의주 쪽에서는 배로 밀수를 한다고 하는데, 양강도 쪽은 돈을 건네주는 브로커들을 다 잡아들였답니다. 80세 되신 어머니가 어떻게 되지는 않으셨는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는데, 굶고 계시진 않는지 정말 미치겠어요.

“김정은 정권 들어 식량 상황 최악일 수도”

4~5월 보릿고개를 맞은 북한의 식량 상황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 GS&J 인스티튜트의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 봉쇄와 외화 부족 등으로 올해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식량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원장]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국에서 제대로 식량이 들어오기가 힘들었습니다. 공식 무역이나 비공식 둘 다 좋지 않았습니다. 예년에 공식 통계상으로 약 70~80만 톤의 부족할 경우에는 그럭저럭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부족량이 130만 톤까지 되니까 평년에 비해 부족량이 50만 톤 이상 더 늘어난 것이잖아요.

북한 시장에서 판매하는 쌀값은 1kg당 4천 원대 초반으로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옥수수와 밀가루 가격은 올랐습니다.

[권태진 원장] 쌀 가격은 상당히 하향 안정이 돼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먹는 옥수수나 밀가루 경우에는 가격이 꽤 많이 올랐습니다. 주민들이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 즉 소득이 떨어졌기 때문에 쌀 대신 옥수수나 밀가루 쪽으로 전환하는데, 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주민들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이죠. 소득은 줄었는데, 식량 가격의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반 주민들로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여전히 시장에서는 쌀과 옥수수 등이 판매되고 있지만, 농촌에선 돈이 없어 사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장마당이나 시장에서 식량 부족 현상은 없습니다. 보릿고개 때문에 힘든 곳은 농촌이죠. 농촌은 지난 3월 초부터 작년에 분배받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이제 절량세대, 즉 하루도 먹을 식량이 없어진 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있어서 지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만, 농촌이 정말 힘든 거죠.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최근 한 행사(조지워싱턴 한국학연구소 주최)에서 시장 활동의 축소로 소비자들의 구매 기회가 줄어든 데다 옥수수, 돼지고기 등의 물가 폭등으로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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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한 국가 경제도 위기... 기로에 서 있어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민생경제뿐 아니라 국가 경제도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진단합니다.

미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리 객원 연구원은 여전히 완공되지 못한 국가적 건설 사업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첼 리 연구원] 북한의 주요 건설 사업 현황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산∙갈마 국제관광지구와 삼지연 관광특구 등 북한 당국의 핵심 건설 사업이 완공되지 못했고, 평양종합병원처럼 더 관리가 가능했던 건설사업도 애초 작년 10월 10일이라는 완공 시기를 넘겨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시기까지 갈 것 없이 김정은 정권이 출범했던 약 10년 전과 비교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는지를 평가해봐도 오히려 그때보다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북한 내부에서 확산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고난의 행군 당시의) 국제환경, 북한 내부 환경이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10년 전과 비교하면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만 9년이 되는데요. 지난 9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9년 전과 비교해 지금 먹고사는 문제나 기업소와 공장의 가동률 등이 나아졌는지를 비교해야지, 20년도 넘은 최악의 시기와 비교해 지금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지난 2012년, “우리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던 김정은 총비서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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