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④주민들 냉담…불만∙동요 확산

워싱턴 – 노정민, 박수영 인턴기자 nohj@rfa.org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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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④주민들 냉담…불만∙동요 확산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가 최근 (4월 27일) 중국에서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고난의 행군 선언’에 대한 반응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답한 내용. 취재협조자는 “이전부터 고난의 행군은 하고 있었다”라며 반사회주의 단속과 시장 통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프레스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선언한 ‘고난의 행군’에 대해 주민들은 개인 장사와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시장 활동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해 사회주의 사상의 재무장을 공표한 것이 이번 ‘고난의 행군 재선언’이란 건데요. 북한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동요와 불만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FA 긴급진단] 북, 고난의 행군 재선언.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고난의 행군’ 발언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사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인 경제 활동에 대한 통제 의지

“지금까지 계속 고난의 행군 속에 살았다.”

“개인 장사에 대한 통제를 각오하라는 것으로 안다.”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한 주민이 (안전 위해 익명 요청, 일본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 최근 (4월 27일)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내온 반응입니다.

이 주민은 김정은 총비서가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데 대한 견해를 묻자 “이미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은 없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 발언은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단속하고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경고라는 설명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개인 경제활동을 단속한다는 김 총비서의 의지가 고난의 행군으로 표현됐다며 실제 북한 내부에서 시장 활동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됐다고 최근(4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만, 내부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냉담하더라고요. 작년에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미 고난의 행군은 시작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는 냉담한 반응이 있고요. 최근 시장에 대한 통제가 엄청 심해졌습니다. ‘개인 활동은 안 된다’, ‘관리하에서 모든 경제활동 하라’라는 통제가 4월부터 정말 심해졌습니다. ‘개인적인 경제 활동을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을 고난의 행군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국에 사는 탈북민 출신의 인권운동가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도 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 발언을 반사회주의 사상을 뿌리 뽑기 위한 경고로 해석했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북한에서 시장 경제의 발달로 자본주의를 체험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을 김정은 정권이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지현 대표]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장마당을 열면서 많은 북한 주민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맛을 보며 살았거든요. 지난 10년간 북한을 떠난 사람들을 보면 이전처럼 굶고 배고파서 떠나온 사람들보다 자유를 찾고, 한국의 영화, 노래 등의 영향을 받아 떠나온 사람들이 많거든요. 바로 지난 10년 간 시장을 열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많고, 미디어를 많이 보면서 다른 세상을 보게 됐잖아요. 저는 이번에 발표한 고난의 행군은 90년대처럼 식량이 없고 사람들이 굶주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비사회주의 사상을 뿌리 뽑기 위한 하나의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리나 윤 선임연구원도 최근 (4월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주민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정권이 권력 유지에 불안함을 느끼는 방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의도적으로 무엇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것과 무역과 밀수 등을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이런 움직임은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움직임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권력을 더욱 견고히 하고 그의 정권이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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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장 입구 모습.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무 사람들


“민생 경제는 나 몰라라... 인권 상황 우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시장 활동과 사회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더 통제하면 현금 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져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도 단속에 대한 동요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지현 대표] 북한 주민들이 지난 10년간 개인적으로 시장을 운영했다면 올해는 국가시장경제를 시작하거든요. 장마당에서 개인들이 식량도 팔고, 여러 가지를 팔았는데, 이것을 국가가 하겠다고 나서면서 지난달(3월)에는 무산에서 주민들과 안전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시위가 일어나 100명 정도가 잡혀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도 개인 거래가 통제되면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의 거래가 현저히 줄어들 뿐 아니라 북한에 들여오는 무역 물품과 원조 물자도 평양 내 핵심 권력층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반 주민의 필요는 무시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관계의 교착 국면에서 대북제재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때에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자력갱생을 통해 대북제재에 맞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4월 13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임을출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북한 경제가 추구하는 자력갱생의 전략은 대북제재가 효과 없음을 입증하는 겁니다.

[임을출 교수] 북한이 주장하는 자력갱생은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우리가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부과하는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는 핵 문제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경제 건설도 하고 경제도 회복해서 제재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각종 국가사업에 필요한 자재와 현금 등을 주민들에게 부과하다 보니 생활고를 겪는 주민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고 열차 방송원 출신 탈북민 정진화 씨는 전했습니다.

[정진화 씨] 최근 (북한을 나온) 탈북민에게 ‘어떤 것이 가장 어렵냐’고 물어보면 ‘당국이 계속 뭘 내라고 한다’는 겁니다. ‘아파트 건설하는데 시멘트를 내라’, ‘종합병원 건설하는 데 돈을 내라’ 등 주민들에게 주는 것은 없고, 뜯어가는 것만 많다는 겁니다. 지금 코로나19로 국제사회가 어려운 때에 평양시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잖아요. 막막한 데 아직도 주민들에게서 뭔가를 걷어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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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통제 강화할수록 불만 증폭될 것”

하지만 고난의 행군 재선언을 통해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통제할수록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만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GS&J 인스티튜트의 권태진 북한∙동북아 연구원장은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곳곳에서 주민들과 권력기관이 충돌하는 모습도 전해지고 있다며 이것이 오히려 김정은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이 거의 죽음이거든요. 주민들로서는 코로나19로 죽으나 고난의 행군으로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매우 정치적인 부담이 될 겁니다. 그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계속 버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북한 주민들이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기는 힘들고요. 그래서 곳곳에서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아무리 김정은 총비서가 공포정치를 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박지현 대표] 지금은 90년대가 아니고 2021년도잖아요. 북한 주민 스스로 어떻게 살아남았고, 국가가 더는 자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았기 때문에 여기서 더 통제가 들어가면 오히려 북한 사람들의 불만에 불을 붙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고난의 행군이 더 강하게 들어갈수록 북한 주민들이 일어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의 국가∙민생 경제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 재선언은 개인 경제 활동과 외부 정보 유입 등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선전포고가 됐습니다.

하지만 사상의 대결도 결국 경제적 풍요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미 경제적 자유를 경험한 북한 주민들을 계속 단속과 통제로 고립시킨다면 사회적 불만은 더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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