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19’ 속 한반도 정세] ③ 전문가들 “미북, 대화여력 없어”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0-05-0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앵커: 전 세계에 유행 중인 ‘코로나 19’의 여파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북,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속에 한반도 정세를 분석·전망하는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올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작고,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대북 의료·인도주의 지원도 교착 국면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대선 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설령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서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 19’속 한반도 정세 특집,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직관리·한반도 전문가 13명 대상 긴급 설문조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월 22일부터 5일간 미국 행정부의 전직 관리와 학자 등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 유행 중인 ‘코로나 19’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미북·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올해 미국 대선 이전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 ‘코로나 19’에 따른 대북 의료·인도주의 지원 등이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 ‘의료 협력을 앞세운 남북관계 개선의 현실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 대응 여부’ 등이 주요 질문이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수전 손튼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 차관 대행,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설문에 응한 13명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코로나 19’에 따른 미국의 의료·인도주의 지원도 당장 미북 관계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군사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RFA 그래픽

“‘코로나 19’로 미북 교착 국면 전환 쉽지 않을 것”

먼저, 13명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모두 올해 안에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코로나 19’ 대유행과 미국 대선 탓에 올해 말까지 미북 협상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고,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2021년 봄까지도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도 ‘코로나 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미북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과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당장 미국과 대화가 시급할 만큼 나쁘지 않거나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도 북한은 과거 미국 대선이 있을 때마다 결과의 불확실성을 의식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며 이번에도 최소한 11월 대선 이후에나 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이 무언가 (도발을 감행) 한다면, 11월 대선이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선거가 있을 때마다 매우 조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로 커진 불확실성 속에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 진전을 위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 밖에도 모든 응답자들은 대선 이전에 미북 대화가 재개될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거듭 제안한 ‘코로나 19’ 관련 의료·인도주의 지원을 북한이 사실상 거절한 가운데 설문에 응한 대다수(13명 중 11명) 한반도 전문가들은 양국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미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19’에 관한 상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데다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의료·인도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오직 대북제재의 완화뿐이라며 의료 협력이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답했고, 엄 연구원도 북한이 안보와 인도주의 사안을 분리할 것이라며 의료협력은 가능하겠지만, 비핵화 협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도 핵 능력을 유지하면서 대북제재의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김정은 정권의 전략이 바뀌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RFA 그래픽

‘코로나 19’ 남북 의료협력·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대한 견해 엇갈려

앞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 19’를 계기로 남북 의료·방역 협력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국에서는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나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를 생산하거나 북한이 건설 중인 평양종합병원에 의료장비와 의약품, 의료 교육 등의 지원을 모색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이같은 남북 간 의료협력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말에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고스 국장은 남북 의료협력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관련 사안을 승인함으로써 남북·미북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고, 제시카 리 퀸시인스티튜드 선임연구원도 감염병 퇴치, 자연재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남북협력이 미북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또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도 개성공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개인보호장비를 제조하는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초기 약속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개인보호장비 생산을 위한 목적이라도 개성공단의 재개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얼마든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재개가 자칫 김정은 정권을 위한 외화벌이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떠한 시도도 북한의 정치·경제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이같이 제안이 북한 주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것이란 생각부터 잘못됐다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하고, 정말 북한에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는 ‘코로나 19’에 관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최근(4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미북 간에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면 이런 것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셉 윤] 만약 개성공단에서 마스크 등 무언가를 생산한다면 대북제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고려돼야겠죠. 하지만 미북 간에 진지한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런 것들도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이같은 아이디어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RFA 그래픽

“북 고강도 도발에 미 군사행동 쉽지 않을 듯”

이처럼 올해 말, 나아가 내년 봄까지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까’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킹 전 특사를 비롯한 절반 정도(6명)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고, 손튼 전 차관보 대행과 토콜라 부소장 등도 저강도 도발은 가능하겠지만, 대선 전에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만약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했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다수(10명) 전문가들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미국이 ‘코로나 19’로 사회·경제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군사 행동에 나설 여유가 없다고 답했고, 토콜라 부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외교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미국의 대북 군사적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미국이 이를 탐지할 정보 역량이나 감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첫 번째 선택지로 군사 행동을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고,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도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불러올 만큼 큰 도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두 정상의 예측불가능한 결정방식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 정보당국에서 북한이 소형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선제 타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도 한계…미국 대선에서 북 관심 적어”

이 밖에 많은(8명)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개인적 친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북한이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등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데서 드러나듯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과 친서 외교 등이 더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거나 대화를 재개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두 정상의 친분관계가 이미 약화했다고 진단했으며 , 김 정책분석관도 두 정상의 친서 외교가 실질적인 미북 관계의 개선, 비핵화 과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해 5월 이후 발사한 20차례 이상의 미사일과 로켓은 전통적인 군사력 강화의 수단인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북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 중심의 관여 방식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두 정상의 친분관계가 한미연합군의 군사 억지력을 약화한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생산 능력은 오히려 증강을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과 토콜라 부소장도 두 정상의 친분 관계가 올해 대선 전까지 고강도 도발을 막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다면서 두 정상의 개인적인 신뢰보다는 양측 협상가들의 진지한 협상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지적은 두 정상의 친서와 개인적 친분을 앞세운 하향식 외교가 미북 정상회담까지 이끌었지만, 이후 실무협상을 통한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한계와 피로감을 드러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윤 전 특별대표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 사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고 세 번 이상 만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실제 미·중 관계는 아주 형편없죠. 미국이 타국과 관계에서 일정 부분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진정한 태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처럼 미국이 불투명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인상을 외부에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하면서 두 정상에만 의존했던 미북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을 우려했습니다.

끝으로 설문에 응한 한반도 전문가 전원(13명)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북한 현안은 큰 관심을 얻지 못한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대선 국면에는 미국 유권자들이 외교·안보보다 경제·이민 등 국내 사안에 더 관심을 두는 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보건, 의료, 경제 등이 주요 현안이 됐기 때문에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는 한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RFA 설문에 응한 미 행정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수전 손튼,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
토머스 컨트리맨, 군축협회 이사장, 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대행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
조슈아 피츠, 신미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연구원
제시카 리, 퀸시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