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정상회담] 북 인권 문제로 ‘샅바 싸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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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탈북자이자 북한인권 운동가인 지성호 나우 대표가 목발을 들어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탈북자이자 북한인권 운동가인 지성호 나우 대표가 목발을 들어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비디오 캡쳐

앵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VID)가 미국의 핵심 의제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비핵화 협상에 쏠리는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는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와 탈북자들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과연 북한 인권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수 있을까요? 노정민 기자가 전망해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Finally, we are joined by one more witness to the ominous of this regime. His name is Mr. Ji. Seong-ho. 마지막으로 잔혹한 북한 정권의 증인을 이 자리에 초청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지성호입니다.

지난 1월 30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 씨의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잔혹한 북한 정권의 증인으로 지 씨가 소개된 순간입니다.

열차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뒤 굶주림과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한 북한을 오직 목발에 의지해 탈북한 그의 사연이 소개된 이후 지 씨는 북한 인권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 씨와 함께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도 함께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8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지 씨는 9일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그날 이후 많은 사람이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성호 씨] 대한민국 국민도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요. 미국 정부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애써주는 마음을 많이 갖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북한도 그날 행사 이후에 아마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아요.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곧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 씨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인권 문제가 거론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성호 씨] 저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뵀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북한 인권에 대해 진심 어린 마음을 갖고 계시고, 미국의 많은 정부 관계자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는 꼭 거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저도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함께 하려고 합니다.

- 올해 초 지성호∙오토 웜비어 앞세워 북 인권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 탈북자∙대북 인권단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 반드시 다뤄야”

- 전직 관리∙한반도 전문가, 북한 인권 다룰 가능성 높지 않아

- RFA 설문 응한 14명 전문가 중 인권 언급은 단 두 명.

많은 탈북자와 북한 인권 단체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인권 개선을 언급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자유주간 행사가 열린 한국의 서울에서는 탈북자 단체가 한반도 비핵화와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북한을 압박해달라는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으며, 특히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촉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납북자 문제도 꼭 해결해야 할 주요 안건이 돼야 한다는 것이 탈북자와 인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김성민 북한자유주간 준비위원장, 그레그 스칼랴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김성민 ] 북한 인권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입니다. 이런 것을 탈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 말씀드렸습니다. 김정은 체제 보장을 인정받으면 북한 주민은 영원히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노예 상태에 있는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첫째는 미국인 인질을 풀어준다면 납북자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 납북자를 포함한 외국인 납북자 문제를 투명성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 문제입니다. 지금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21세기 문명 세계에 합류할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정치범 수용소를 아직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21세기 문명 세계에 합류할 수 없습니다.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가 많지만, 일단 납북자 문제와 정치범 관리소를 해결해야 합니다.

신년 국정 연설에서 지성호 씨와 오토 웜비어 씨를 소개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전직 관리들의 관측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언급될 수 있을까?’를 묻는 말에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고, 또 다른 전직 관리는 “인권 문제는 북한에 불편한 의제이기 때문에 양국 간 핵심 현안으로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미국 행정부에 가장 중요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핵과 미사일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인 폐기를 촉구하는 가운데 북한의 인권 개선까지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거론될 뿐 북한 인권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직 관리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북 정상회담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4명의 응답자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전문가는 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 공화당∙기독교계 지지 얻으려면 북한 인권 거론해야

- 경제적 풍요도 인권 개선의 수단, 비핵화와 개혁개방 의지 확인해야

- 인권 문제도 장기적인 노력 필요, 꾸준히 압박하고 요구해야

- 인권이 최고 가치인 ‘미국’ vs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 ‘북한’

- 트럼프 대통령, 인권 문제 그냥 넘어가기도 부담∙의제 조율 난항?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 북한 전문가는 미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덕적, 인권적 차원뿐 아니라 공화당과 기독교계로부터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에게 기본적인 인권 개선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I think President Trump should try to secure a commitment from Kim Jong Un to implement some basic human rights norms, such as the freedom of movement and information, not only for moral and human rights reasons but also to ensure that his Republican and evangelical Christian base will support and be committed to any eventual agreement with North Korea.)

윌리엄 뉴콤 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도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협상에만 전념하는 것은 기회를 낭비하는 일이라며 정치범 수용소를 포함한 인권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길이기에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경제적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라는 주문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한국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정치범 수용소’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세계에서 가장 탄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 아래서 계속 고통받고 있으며 1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기본적인 자유를 박탈당하는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지독한 인권 침해를 겪어온 데 대해 미국 정부는 최대 압박 정책과 함께 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 관계의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자국민을 수용소에 가두는 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킹] 만약 앞으로 장기적으로 관계 진전이 이뤄진다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다른 나라와도 관계 개선이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북한 인권에서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자국민을 수용소에 가두는 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진전시켜야 하는데, 시작부터 최대한의 요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문제를 압박하는 과정과 노력을 계속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국제사면위원회,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도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라”며 압박하는 가운데 올해 초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소홀히 여기기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비핵화에 밀려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 간에는 인권 문제에 대한 조율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반도 전문가와 탈북자, 인권 단체들은 남북∙미북 대화 국면에서도 북한을 여전히 잔혹한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된 북한 간 정상회담에서 인권 개선은 뒤로한 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에만 합의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은 꼬집습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제 입장은 낙관적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성호 씨를 포함한 탈북자들을 만났고,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뒀고, 아베 일본 총리에게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약속한 것 같고요. 미국인 3명도 석방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분명히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대북인권단체는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지성호] 억류됐던 미국 국민을 풀어주고 송환한다. 이것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김정은은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고, 국가의 최고 책임자로서 큰 책임을 갖고 있고, 그것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노력과 각국의 정상들이 함께 노력해서 정말 북한 주민의 인권도 개선될 날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버트 킹] 북한이 정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면, 장애인의 인권을 다루는 관리, 북한 인권에 관한 특별판무관 등을 평양에 초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또 우리가 이 같은 진전을 이룬다면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북한을 계속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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