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전력난’...단둥에서 본 북한

단둥-노정민 nohj@rfa.org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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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철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철교.
RFA PHOTO/ 노정민

[RFA 특집] 북중국경 '두 도시 이야기'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북∙중 교역의 80%가 이뤄지는 거점 도시입니다.

오늘날 단둥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중 교류가 크게 위축된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경제∙인적 교류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압록강철교를 사이에 두고 두 도시가 빛과 어두움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노정민 기자가 중국 단둥시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마주한 곳입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철교, 북한 영사관, 10여 곳에서 성업 중인 북한 식당, 북한 물건을 파는 상점,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휘장을 달고 단둥 시내를 거니는 사람들을 통해 북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둥 시내 10여곳에서 성업 중인 북한 식당.
단둥 시내 10여곳에서 성업 중인 북한 식당. RFA PHOTO/ 노정민

도강과 밀수, 탈북 방지를 위해 북∙중 국경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은 북한 사회의 단절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단둥시 현지 주민의 말처럼 1~2년 전만 해도 없었던 곳을 포함해 철조망이 끝없이 펼쳐지고, 철조망 너머 북한 땅에는 밭일을 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도 간혹 보입니다.

[현지 주민] “여기 내려가서 낚시하는 것도 보려 하고, 이럴 때도 있었는데…이게 뭐하는 짓인지”

북·중 국경을 따라 양측에 모두 설치된 철조망. 논을 거니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보인다.
북·중 국경을 따라 양측에 모두 설치된 철조망. 논을 거니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보인다. RFA PHOTO/ 노정민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이 다리는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양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개통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리 밑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파는 몇몇 상인들만 자리 잡고 있을 뿐입니다.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은 신압록강대교. 아직 개통되지 않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은 신압록강대교. 아직 개통되지 않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신압록강대교 아래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북한 상품이 팔리고 있다.
신압록강대교 아래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북한 상품이 팔리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북한과 중국을 이어주는 압록강철교는 단둥시를 찾는 중국인과 외국인의 필수 관광지가 됐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할 때 열차를 타고 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늦은 밤, 북한에서 차 한 대가 다리를 건너 중국으로 넘어오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밤에 불을 밝히는 압록강철교. 북한 측에서 차량 한 대가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밤에 불을 밝히는 압록강철교. 북한 측에서 차량 한 대가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관광객들은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고, 유명 호텔에는 북한 관광 상품을 소개하는 안내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흥미롭고 신기한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유람선을 타고 더 가까이에서 바라본 북한.

가장 먼저 아파트 건설 공사가 눈에 띕니다. 공사가 한창인 둥근 모양의 ‘태양아파트’는 ‘꽃바구니 아파트’로도 불립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약 5만 달러에 한 채를 살 수 있습니다.

‘태양아파트’ 주변에서 다른 아파트도 건설 중인데, 요즘 신의주에는 건설 공사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신의주에서 건설 중인 ‘태양아파트’. 신의주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신의주에서 건설 중인 ‘태양아파트’. 신의주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RFA PHOTO/ 노정민

압록강에는 북한 국기를 단 배가 이동 중입니다. 배에 탄 북한 주민이 유람선에 탄 관광객들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강변에는 오래된 선박들이 정박해있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구호도 보입니다.

모래 작업 중인 크레인에는 요즘 북한 당국이 계속 강조하는 ‘자력갱생’이란 단어가 크고 선명하게 쓰여 있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애써 보여주는 듯합니다.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공장이 가동 중임을 보여줍니다.

압록강변에서 바라본 북한. 크레인에 적힌 ‘자력갱생’ 구호가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압록강변에서 바라본 북한. 크레인에 적힌 ‘자력갱생’ 구호가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길을 걷거나 배에 올라타고, 작업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에서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밤에 바라본 압록강 철교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불빛의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단둥은 늦은 시간까지 수많은 조명으로 밤을 환히 밝히고 있지만, 강 건너 신의주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전력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밤에 바라본 북한 땅. 조명으로 환한 단둥과 달리 북한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밤에 바라본 북한 땅. 조명으로 환한 단둥과 달리 북한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RFA PHOTO/ 노정민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단둥시에서는 북∙중 간 경제∙인적 교류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중 무역의 첫 번째 관문인 중국 세관. 2019년 4월 29일, 월요일이 되자 압록강철교를 건넌 수십 대의 북한 화물트럭이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트럭은 모두 ‘평북’이라 쓰인 번호판을 달고 있습니다.

중국 세관을 통과하고 있는 북한 화물 트럭. 평안북도 번호판을 달고 있으며, 대북제재 탓인지 이날 들어온 수십 대의 화물트럭은 모두 비어 있었다.
중국 세관을 통과하고 있는 북한 화물 트럭. 평안북도 번호판을 달고 있으며, 대북제재 탓인지 이날 들어온 수십 대의 화물트럭은 모두 비어 있었다. RFA PHOTO/ 노정민

화물칸은 모두 비어 있는데,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빈 트럭으로 들어와 중국 물건만 싣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세관 앞에는 북한에 보낼 승합차가 주차돼 있고, 세관 주변에는 북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습니다.

세관에는 운전수를 통해 북한 물건을 건네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가 하면 가슴에 휘장을 단 북한 주민이 단둥을 찾거나 북한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 사람의 행렬 등으로 분주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은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단둥에서는 제한적이지만, 북∙중 간 경제∙문화∙사회∙인적 교류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발전되고 자유로웠던 단둥시와 달리 낙후되고 통제된 듯한 신의주시의 모습에서 북∙중 간의 차이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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