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밀착은 트럼프 압박용”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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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지난해 6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구두친서’는 현시점의 북중관계를 점검하고, 대미압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북한 당국의 속내를 반영한다고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북 제재완화에 관해 미국과 중간 합의를 바라는 북한이 점진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자오 통(Tong Zhao)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 센터 선임연구원.
자오 통(Tong Zhao)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 센터 선임연구원. /Carnegie-Tsinghua Center For Global Policy

한덕인 기자가 중국 베이징의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의 저명한 북한전문가 자오 통(Tong Zhao) 박사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바라보는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짚어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자오 박사님. 최근(5월 8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초 시 주석에게 코로나19에 관한 위문서한을 보낸 이후 약 3개월 만인데요. 현시점에 중국에 이런 친서를 보낸 김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자오 통 박사: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누구보다 먼저 국경을 전면 폐쇄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중국과 교류를 차단한 나라였고, 북한의 이런 선제적 조치를 중국 측이 좋게 받아들였을 리는 없습니다. 아마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 사정이 점차 나아짐에 따라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관계가 여전히 원만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또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고자 시진핑 주석과 소통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이러한 정황이 앞으로도 북한이 대미 압박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봅니다, 만약 정말로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사태가 잘 통제되고 있다면 말이죠. 북한이 잠시 중단했던 군사적 도발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생각되는데요. 지금도 북한은 미국과 어떠한 중간단계에서의 합의를 성사시키고 대북제재의 완화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하고, 북한은 주로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 할 때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도리어 강압적인 압박 전술을 구사하며 그들 특유의 위기고조 술책(brinkmanship)을 펼쳐왔습니다. 북한은 그들의 군사적 도발 행위가 대미협상에서 지렛대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그들의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술이 효과적이기 위해 북한은 중국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이번 친서는 북한의 본격적인 대미 압박 노선을 암시하는, 일종의 기반을 다지려는 사전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최근까지도 미북 두 정상은 그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여전히 중요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보다 나름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 주석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는데요. 김 위원장에게는 현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 또는 시 주석과의 관계 중 어떤 관계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십니까?

자오 통 박사: 미국과 중국은 분명 북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초강대국이고, 북한은 두 나라의 관계 모두 중요하게 여겨야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은 양국과의 관계에서 무조건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 할 테고요.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미국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보유하고 싶지만 동시에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램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과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제 생각에 현 북한 정권의 계산법은 자신의 핵역량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둔다는 전제하에 미국과 어떠한 중간단계에서의 합의를 성사시켜 제재완화를 끌어내는 것이라 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재 북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가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은 중국을 가까이 둬야 하고, 중국과 가까울수록 대미 압박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항상 어떤 위기를 느끼거나, 중대한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시진핑 주석과 만남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온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 주석과 충분히 좋은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점검하려 할 것입니다 .

“미중 갈등은 북한에 기회”

기자: 미중 갈등이 이어질수록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지연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방해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자오 통 박사: 아닐 가능성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북한은 미중 갈등을 하나의 기회로 여기고 있을 수 있는데요. 북한이 실제 본격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 중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시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도발을 하는 데 있어 사전에 중국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측의 고강도 군사적 도발에 대해 중국도 추가 대북제재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중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한다면, 중국은 더 큰 명분을 가지고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는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를 더 견고히 하려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표출하는 것도 중국엔 미국을 견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중관계가 안 좋아질수록 북한은 여느 때보다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자면, 미중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중관계를 덜 신경 써도 되는 여유가 생기고, 이것은 북한이 대미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 일종의 추진력을 제공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에겐 두 초강대국의 갈등 사이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겠죠. 중국은 꾸준히 대북제재의 완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미국은 항상 북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북한이 중국을 향한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중국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주장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북한은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환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이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 즉 위협 수위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자신의 ‘레드라인’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오지 않았습니까? 중국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

자오 통 박사: 우선 언급하신 ‘레드라인’이란 것이 어떤 식의 조치에 대한 것인지 선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추가 제재에 관한 것이라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비슷할 것이라고 보는데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이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중국도 유엔안보리에서 추가 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지만, 만약 그 ‘레드라인’이 군사적 대응에 관한 척도라면 중국의 기준은 미국보다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그러니깐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을 사용한 도발에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이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물론 북한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안정을 해치고 중국의 문 앞에서 전쟁을 유발하는 것을 경계하겠지만, 앞서 진행된 북중회담에서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은 그다지 북한과의 전략적 협조를 강조하진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북한이 실제로 어떤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그것이 중국과의 사전 논의를 거친 일이라면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입니다. 중국에 미리 알린다면 굳이 북한을 처벌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죠.

기자: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사라졌던 정황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라질 경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을 때 북중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을까요?

자오 통 박사:
이번 중국의 대응을 보면, 김 위원장이 무려 몇 주 동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매우 침착한 대응을 했습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떤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어떤 일이 생겨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 중국의 내정간섭을 꺼리는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경계하는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더 많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 가장 중요한 사안인 최고지도자의 권력계승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겠지요. 북한은 중국에 최대한 내부 실상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누가 북한의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됐든 간에 중국의 가치관을 지지하고 미국을 경계하는 인물을 선호하는 입장일 것입니다. 중국은 나름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북한의 권력계승에 관여하려 들 수도 있지만, 북한이 권력계승에 있어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경계하는 입장임을 고려하면 중국이 이 과정을 좌우할 만큼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권력계승에 관여할 의사가 크게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면서 북한 측의 신뢰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망이라 봅니다.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북중교역이 단절되면서 북중 간 무역 수치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었던 것으로 최근 드러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지면 단절된 북중 교류도 다시 회복세를 보일까요? 중단됐던 관광산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든지 말이죠.

자오 통 박사: 네, 저는 코로나19 사태가 대북제재보다 북한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보는데요. 북한이 북중 국경을 폐쇄하면서 많은 제재회피 수단도 잠정 불가능해졌고,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도 많은 부분 멈춘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북한에 남긴 경제적 피해는 매우 심각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추가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북한은 매우 엄격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인데, 방역물품 조달에서도 많은 지출이 생길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며, 수년간 이어온 제재에 추가된 경제적 악재일 것입니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하고 싶을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도 마찬가지일까요? 중국 역시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를 꺼릴 가능성은 없겠죠?

자오 통 박사: 중국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중국의 내부 경제 역시 매우 큰 타격을 입었고. 북중 국경에서의 지역경제도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의 재개는 북한과 연관된 해당 지역들의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촉매제가 될 것이고, 중국 역시 북한과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꺼릴 이유는 없을 겁니다.

기자: 자오 박사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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