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5.15
abe_summit_b 최근 북일 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한미, 북 발사 미사일 지대함 변경 가능 평가

<기자> 북한이 지난 4일에 이어 9일에도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군사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지대지 미사일이지만 북한은 지대함 미사일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지대지이지만 지대함으로도 변형 가능한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물론 주한미군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7, 2018년에 했던 것처럼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전개하려 할때 북한이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미사일을 염두에 두고 계속 개발해 왔다고 합니다. 지대함 미사일은 지대지 미사일에 비해 이동하는 함정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레이더도 미숙하고 초계기도 별도 많지 않은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만들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론 북한이 이미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하면 만약 앞으로 미국이 (항공모함 등을 이용해) 한반도에 접근하려고 할 때 충분히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걸 염두에 두고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미국으로선) 사거리가 짧아서 문제가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외교적 고립 북, 다시 벼랑끝 전술 시도

<기자> 북한이 이처럼 현 시점에서 무력시위를 잇따라 벌이고 있는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역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뒤 북한이 여러가지 외교적으로 (실패를) 보충하려고 노력했다가 잘 안 되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났는데 회담이 별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때 주장한 대로 미국의 상응한 조치가 없는 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어렵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그런 북한의 주장을 이해해 주고 미국이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입장을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는 지지했지만 북미회담은 해야 한다고 강력히 김 위원장에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 때 상당히 실망한 모습을 보였고 회담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경제적으로도 도와달라고 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일단 러시아가 노동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의 해외노동자를 수용한다거나 하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나머지는 거의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러시아 한테도 접근하지 못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서는 6월에 시 주석이 G20 참석차 일본에 가는 데 그 때 한국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어서 6월 이전에 5월에라도 시 주석을 북한에 초청해 북중 정상회담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어려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도 접근하기 어렵고 러시아와 만났는데 별로 성과가 없고 해서 이번에 다시 벼랑끝 전술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재강화’ 속 북 ‘미사일발사’ 계속될 듯

<기자>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신데요, 그렇지만 북한이 낮은 수준의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과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고 있는 듯합니다. 어떻습니까, 미북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화의 틀이 깨진다거나 하는 상황은 미국에도 북한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입장으로선 핵실험이나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는 건 자신의 업적이니까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요.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이 서명했던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대화는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미국도 북한도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의 틀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상대방에 압력을 가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입장으로선 제재강화, 북한 입장으로선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것일 듯합니다. 지난해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지만 반대로 단거리 미사일은 발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또는 시험발사는 필요없지만 군사훈련은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일단 7월에 한미군사훈련도 있을 테니까 거기에 맞춰서 중장거리 미사일, 장거리 미사일은 아니더라도 중거리 미사일은 군사훈련 차원에서 발사한다거나 아니면 정권수립일인 9∙9절에 맞춰 새로운 미사일을 보여준다거나 그런 시위는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연말까지는 기다린다고 하니까 그 때까지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하자고 갑자기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대화가 재개되는 그런 상황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북∙일 비밀접촉 계속

<기자> 네, 현재로선 대화재개가 좀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시구요, 그런가 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건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의 외교는 아무 근거없이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아베 총리가 아무 근거없이 언론플레이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듯합니다. 저도 아직 개인적으로 확인은 못 했지만 최근에도 북한과 일본의 비밀접촉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는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계속 북한과 접촉은 하고 있고, 한편으론 김 위원장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도 협상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는 정도는 있는 듯합니다. 지난 3월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제 기억으론 5일 연속 일본을 비난했는데 그건 북한이 일본과 물 밑 협상을 했는데 잘 안되니까 일본에 양보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정치인으로선 납치피해자 문제는 정치적으로 위험이 있는 사안이라서 아무 근거 없이는 그런 얘기는 안 할 겁니다. 오는 7월에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 정상회담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인 공식 협상을 시작하고 그런 협상시작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시도를 했다고 봅니다. 저는 일본 입장으로선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과 협상하지 못 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본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있을 듯합니다. 저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북일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김영철, 초기 암 증세로 봉화진료소서 치료중 소문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와병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가 듣기로는 김영철 부위원장은 초기 암 증세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평양의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암 초기라고 하니까 심각한 것 같지는 않고 치료중이라는 거죠. 물론 그것 뿐만 아니라 하노이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도 느끼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게 몇 차례나 사과했다는 거죠. 건강 상태도 좋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병원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건 역시 중앙당 부장급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김 위원장이 김영철을 문책한다거나 숙청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 듯 합니다. 물론 김혁철이 숙청당했다는 얘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던데 김영철은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정치적으론 건재하지만 건강상 문제다, 이런 지적이신 듯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