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 악화로 미북 회담 외 선택지 많지 않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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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해관(세관) 거리가 무역차량 발길이 끊어져 썰렁하다.
단둥해관(세관) 거리가 무역차량 발길이 끊어져 썰렁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미북 정상회담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전해지는 경제 상황, 특히 핵심 권력층의 경제 활동이 매우 어렵고 체제의 불안요소로 떠오르면서 결국, 김 위원장의 선택지는 미북 정상회담 외에 다른 길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노정민 기자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북한의 경제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 4월 북∙중 무역 통계, 전년도보다 85% 감소

- 무역회사, 광산, 수산기지 인근 경제활동 큰 타격

- 북한 권력층의 경제적 혜택에도 직격탄, 착취 시스템 붕괴

- 간부들 “김정은 체제에서 우리가 고통받나?” 체제 불안 요소

중국 세관 당국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4월의 무역 통계를 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85% 감소했습니다.

2월 94%, 3월 89%씩 각각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도 북한의 대중 무역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핵심 권력기관 산하 무역회사의 사무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무역일꾼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가동을 완전히 멈춘 함경북도 무산 광산, 대북제재로 계약이 해지된 양강도 혜산시의 구리광산, 수출길이 막힌 청진시의 수산기지 등에서 종사한 노동자들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일은 물론 임금이나 배급도 없다 보니 직장을 이탈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람은 북한의 핵심 권력층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수출길이 막히고 외화 수입 수단을 잃으면서 권력층이 그동안 누려온 혜택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권력층의 수입원 고갈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의 외화 수입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죠. 중국과 무역통계만 봐도 개선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평양의 특권층이나 부유층, 핵심 권력층은 중국에 대한 수출로 먹고사는 계층입니다. 일반 서민이 실업자가 되면서 현금 수입이 떨어지고 어려워졌는데, 평양의 핵심 계층인 부유층과 권력층도 착취 시스템을 잃고 있다는 거죠. 계속될 경우 평양에서 외화벌이에 의존해 살았던 사람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중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 연구소 객원 연구원도 점점 높아진 대북제재 수위가 핵심 권력층에 큰 타격을 줬다고 진단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했고, 김정은 정권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불안요소가 됐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중호 연구원] 2017년의 대북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었냐? 하면, 북한으로 들어가고 북한이 수출하는 것을 차단하는 조치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북한이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여야만 북한이 사고 싶은 것을 사잖아요. 그런데 인민들이 아닌 통치 집단이 쓸 돈이 주머니에 들어와야 하는데, 못 들어온단 말이에요. 가만히 보니까 이 상태로 2018년 12월까지 가다가는 바닥이 나는 거죠. 그러니까 주변의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에서 우리가 고통받고 있네”라고 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이처럼 체제 유지에 불안함을 느낄 만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이 서둘러 북한의 정책을 바꾸게 했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미북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미북 정상회담 취소로 미북 관계 급반전?

- 제재 계속되고 수위 높아질수록 북한 경제는 더 악화

- 이미 평양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져

- 버티기냐? vs 미북 회담이냐? 선택지는 많지 않아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자 트럼프 대통령도 ‘트럼프식 비핵화’를 내세우며 ‘체제안정’과 ‘경제부흥’을 강조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로 결국 지난 24일, 미북 정상회담이 잠정 취소되기까지 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로 미국과 북한이 다시 재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북한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김중호 연구원] 제재 수위라는 것이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계속 도발을 이어가면 그 다음은 무엇일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수입을 차단하는 겁니다. 북한의 수출과 수입을 차단하면 무슨 일이 발생하냐 하면, 수출해서 버는 외화는 통치집단의 주머니에 들어가고요. 수입해서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오면 핵 개발뿐 아니라 일반 각 경제 단위의 경제 주체들에게 배급되고, 거기서 생산 활동을 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것이 공장이나 기업에서 빼돌려져서 장마당에 갖다 파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한 데, 이게 다 차단되면 인민들 생활공간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없어지면서 가격이 올라가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고문도 AP통신에 “대북제재가 매서웠고,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김 위원장이 왜 회담에 나오려 했는지 기억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북한 인사도 평양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가 더 커졌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심각한 빈부격차는 물론이고, 북한 핵심 권력층의 경제활동에 직격탄이 된 대북제재가 계속될수록 김정은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김 위원장이 취할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데에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정은 정권은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계속 외화수입이 줄어드니까 체제를 유지하는 데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김정은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죠. 김정은이 갖고 있는 통치자금을 풀어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죠. 두 번째는 경제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타협하고 빨리 핵 문제를 앞당겨 해결하는 길이죠.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고 봅니다.

[김중호 연구원] 북한이 핵을 만지던 손으로 돈을 만질 수 없어요. 국제사회가 북한에 돈을 줄 의향이 있는데, 돈을 받으려면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핵이라는 먼지를 다 씻어내고 돈을 만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죠.

비핵화에 합의하면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적 부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

미북 정상회담을 경제적 난관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지만, 비핵화의 의제와 합의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라는 강수를 받아든 김 위원장의 고민은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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