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시장 경험 젊은층 사상통제 안간힘”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6-02
Share
“북, 시장 경험 젊은층 사상통제 안간힘” 평양의 젊은이들이 아침 조깅을 하고 있다.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노동당 제1비서직 2인자 자리 단정 어려워

<기자> 북한이 올 초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김정은 총비서 아래 2인자 자리인 제1비서 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북한의 통치체제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인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아직은 한국 언론 보도로만 접했는데요, 아직 판단하기엔 좀 이르다고 봅니다. 예전에도 북한은 예를 들면, 2020년 5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부위원장 직책을 부활시키면서 리병철 부위원장을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제1비서라는 직책이 새로 생겼다고 해도 바로 2인자 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총비서가 업무를 위임한 사실을 보고한 바 있었고 방금 말씀드렸듯이 2016년 한 차례 폐지했던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을 다시 부활시키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엔 북한에서 권력자의 성격이 달라진 결과라고 봅니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절대적 권위를 가진 독재자였다면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시작으로 권력 일부를 군부에 넘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백두산 혈통으로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경험과 인맥도 부족해 모든 권력을 틀어쥐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흐름 안에서 제1비서 직도 생겼다고 봅니다.

김정은 이을 2인자는 결국 김여정

<기자> 신설된 제1비서에는 최측근인 조용원 또는 김여정이 임명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예상대로 두 사람 중 한 명이 임명됐다면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1비서는 일단 노동당이 맡은 여러 임무를 사전에 조율하는 책임자라고 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1비서가 2인자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구요,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만 특별한 존재이고 나머지는 다 똑같은 지위로 서로가 비판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의 남편인 장성택 부위원장도 2013년 12월 처형당했습니다. 제1비서직을 신설한 게 사실이라면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2인자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사실상 제2인자는 누가 보더라도 ‘로열패밀리’인 김여정 부부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용원 비서도 상황에 따라 과거 리용호 총참모장이나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처럼 교체당할 가능성도 늘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 집권 10년째 아직 권위 확립되지 않아 초조한 듯

<기자> 이번 새 당 규약에서는 또 김일성, 김정일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읽히는데요, 김 총비서의 홀로서기 시도, 어떤 노림수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 4월 열린 청년동맹 전체회의에서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명칭을 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올 12월이면 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지 10년이 되는 것도 있고 김 총비서의 권위를 더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 총비서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근거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손이라는 사실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혈통을 부정하면 바로 권력자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기회있을 때마다 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으로 일련의 김일성, 김정일 흔적 지우기 움직임은 권력을 이양받은 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김 총비서의 권위가 확립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당 중앙의 초조감이 나타난 거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북한의 권력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하나의 징후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군 입대 기피자 처벌 강화

<기자> 북한이 최근 들어 청년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기자님, 북한 당국의 청년 기강잡기, 어느 정도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행정처벌법 해석>이라는 내부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올 3월 1일부터 시행된 법률인데요 비밀로 지정돼 있는 200쪽 짜리 문서입니다. 그 안에서 제 눈에 띈 건 군 입대를 회피하려는 자에 대한 처벌 강화입니다. 군 입대를 피하려는 사람, 이를 위해 건강진단서를 위조한 사람, 탈영자를 숨겨준 사람에 대해 3개월 이상의 노동교양형을 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올 봄에 작성됐던 정치사업자료, 명칭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제압 소멸하기 위한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 나설데 대하여>인데요, 당원 근로자 군인 청소년 학생용으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런 행위를 절대 하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문의한 탈북자 한 분은 지금까지는 청소년들에게는 정치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배려가 있었는데 요즘은 청소년들에게도 사상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조치가 내려온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북한 당국으로선 젊은층이 문제가 많다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 젊은층, 김정은 통치체제에 관심 없어

<기자> 북한 청년들이 이처럼 당국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된 배경,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역시 1996년께 발생한 고난의 행군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당시 북한에서 배급제가 붕괴됐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북한 당국의 혜택을 한 번도 받지 못 했습니다.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자신들의 힘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부터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문화나 정보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층은 김정은 총비서나 항일 빨치산 자손들이 중심이 된 권력체제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 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월4일 청년동맹 정책회의가 4월 초 열린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월27일 개최돼 결과적으로 한 달 정도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시 청년동맹의 명칭도 바뀌었는데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지도 않고 리일환 비서가 참석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김 총비서가 청년동맹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경호상 불안감 탓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청년동맹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주로 참가하는 조직이어서 이 세대는 김정은 총비서의 통치체제에 관심이 없는 그런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 도발한다면 미국 대신 한국, 일본 겨냥할 듯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내놓은 첫 논평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속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는 미국이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한 명분얻기 목적이 있습니다. 이번 지침 해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사정거리 800킬로미터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으로선 전혀 위협이 아닙니다. 그래도 반발했다는 건 북한이 군사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를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평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주로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판하는 사람의 직책이 국제문제 평론가인데 북한에서는 아시다시피 민간 평론가는 없기 때문에 바로 북한 당국의 입장 표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속내는 미국만 생각하고 있고 한국은 상대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하면 미국을 자극하는 결과가 나오고 부담스러워지니까 직책을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군사도발을 한다고 하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을 도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마키노 전문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