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1주년 특집기획] <2> 끝나지 않은 여정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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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향한 첫 발걸음이라는 찬사와 함께 부족한 준비로 부실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혹평도 받았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호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하향식 정상회담의 한계를 드러냈고, 이것이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요.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는 미국과 북한. 과연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진전된 비핵화∙관계개선의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1주년 기획특집]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은 미북 간 대화 국면에서 싱가포르 회담의 한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혹평, 무엇이 한계였나?
- 세기의 만남이란 기대 속 모호한 합의문에 실망
- 회담 준비 부족이 부실한 합의 도출해
- 하향식∙개인적 친분에 의존한 회담 한계 드러내
- 첫 단추 잘못 채운 싱가포르 회담이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1차 미북 정상회담(싱가포르 회담)은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비핵화 합의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지만, 혹독한 평가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합의가 기대와 달리 단조롭고 과거 내용을 반복한 데다 비핵화의 세부적인 내용, 합의 사항의 이행 일정 등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동결∙폐기의 구체적인 내용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증,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 등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큰 실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반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위상과 존재감을 알리며 많은 것을 얻어갔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5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싱가포르 회담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면서 당시 부실했던 합의가 지난 2월에 열린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이어졌다고 꼬집었습니다.

[로버트 킹] 싱가포르 회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준비가 매우 부실했다(poorly prepared)는 겁니다. 정상회담의 의제 준비를 위해 참모들이 일할 수 있는 권한도 충분히 부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상회담 합의 내용도 매우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다음 단계로 진전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첫 미북 정상회담은 회담이 열렸다는 것 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도 최근(5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지난 하노이 회담의 결렬 원인은 싱가포르 회담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전 실무협상을 통해 미북 정상이 무엇에 합의할지에 관한 논의가 미진했다는 겁니다.

[정 박] 미북 간 비핵화 진전이 없는 배경에는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가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은 시도해볼 만한 것이었지만, 가시적인 비핵화 진전 없이 2차 정상회담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것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박 석좌는 하노이 회담에서도 날짜와 장소 등 형식적인 사안에 밀려 정작 비핵화 합의의 도출에 전념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오판한 김 위원장 자신도 하노이 회담에서 싱가포르 회담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고 모호한 합의를 기대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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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경험 많은 협상가들이 실무협상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낼 시간과 준비가 부족했고, 오직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에 의존해 하향식 회담을 이끌어간 점을 싱가포르 회담과 하노이 회담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1년…성공인가? 실패인가?
- 싱가포르 회담 평가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
- ‘싱가포르 회담, 성공으로 볼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 많아
- 역사적 첫 발걸음∙비핵화 진전 가능성은 부분적 성공
- 미북 간 대화 의지에 기회의 문 열려 있어…아직 성패 여부 이르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많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 담당 국장은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이행에 전혀 진전이 없기에 성공이란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 카톨릭대학의 앤드류 여 교수는 두 정상의 만남이 상징적으로 중요했고, 싱가포르 회담으로 미북 관계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실질적인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에 근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에노스 정책분석관도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 인권 문제의 개선 등의 희망이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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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을 부분적인 성공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과 카토 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선임연구원 등은 최소한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만남으로써 긴장 완화와 관계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부분적인 성공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크 배리 국제세계평화학술지 편집장은 싱가포르 회담이 중요한 출발점이었지만, 후속 실무협상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비핵화 과정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며 현시점에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미 군축협회의 켈시 데번포트 비확산정책 국장도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성공이라 할 수 없지만, 미북 양측이 여전히 대화 의지를 보이고, 싱가포르 회담에서 시작된 기회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실패라 규정하기도 이르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차기 회담의 성패 여부는 실무협상에
- 대화 메시지 보내는 미 vs 응답 안 하는 북
- 과거 실수 반복 안 하려면 실무협상이 중요
-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협상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 필요
- 실무 관리들에게 충분한 권한 주고 협상 나서게 해야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북 대화는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계속 북한에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5월 4일, 9일)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를 발사했고,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9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압류하면서 미북 간 긴장감은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일본 방문 중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작은 무기’로 평가하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고, 백악관 측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밝혀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최근(지난달 24일) 두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미북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에 전념한다면서 이를 위한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진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을 향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관측입니다.

하지만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해도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비핵화의 범위와 검증, 일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고받을 만큼 기술적∙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무협상에 임하는 대표단에 폭넓은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실무 관리에게 권한을 주고 해결책을 갖고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작은 진전도 이룰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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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포트 비확산정책 국장도 성공적인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미북 양측이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고스 국장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어떤 양보를 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합의를 강조하는 등 결국, 충분한 실무협상이 성공적인 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한목소리입니다.

협상 만이 북핵 위기 감소의 유일한 선택
- 대화 의지 유지…싱가포르 회담 성공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 미북 양측이 양보하고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목표 세워야
- 실무협상 통해 입장차 좁히고 작은 합의라도 이뤄가야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 이후 1년.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는 2차 하노이 회담을 통해 단계적 접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체 상태에 있습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요구하는 미국과 모든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북한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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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처음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주장과 함께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실무차원의 대화가 재개된다면 양측 모두 받아들일 해결책을 찾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기대도 여전합니다.

[데이비드 맥스웰(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미국과 북한이 정말 해야 할 일은 실무협상에 착수하는 겁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의 틀과 로드맵을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진정성 있는 협상을 위해서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핵 위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상만이 유일한 선택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모두 대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싱가포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미국 내 많은 전문가의 해석입니다.

다만,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되는 하향식 접근과 두 사람의 관계만을 내세운 정상회담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미북 양측이 양보하고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무협상을 통해 입장차를 줄이면서 진전이 있는 합의를 이룬 뒤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현재 워싱턴의 기류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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