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전단 살포에 엇갈린 입장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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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_sanghak_leaflet_b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왼쪽두번째)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단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최근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압박에 나서고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고 나선 데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탈북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인권을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한 그루의 나무로 인해 전체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국가 안보를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다뤄야 하는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측의 강압적인 요구에 다소 ‘순응하는 태도’로 즉각적인 해명을 제공한 것은 합리적이다.”

“외교적인 관점에서 북한 측의 다소 ‘무례한 언사’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정면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한국 내 논란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엇갈린 태도를 나타냈습니다.

헨리 페론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선임연구원은 최근 (6월 7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나무 한 그루가 숲을 가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우선순위는 한반도의 안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현실적인 접근법을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남북관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위험성이 있는 행동도 현시점에는 경계할 필요가 있고, 이중 대북 전단살포 행위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페론 연구원은 남북 합의는 1972년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까지 서로의 정치 체제를 훼손하지 않고 상호 존중을 중심으로 공정한 지도 원칙을 세워왔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중간지대는 각자 상대방을 전복하거나 비방하는 것을 자제하고, 각 국민이 동일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취한 다소 ‘수긍적인 태도’가 북한 측의 ‘나쁜 행동’에 도리어 보상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적대적인 행위’를 이유로 한국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적대적인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자 한다면 북한 스스로가 먼저 해명할 사안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비판이 지난 2018년 4월 남북 간 서명된 판문점 협정에 기반한 것이지만, 이를 수시로 어겨온 것은 도리어 북한이라며, 대북전단에 관한 문제 제기는 적반하장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아울러 베넷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현재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탈북민 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 관한 한국의 대응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제 생각에 이것은 보통일입니다. 문재인 행정부의 대북 태도는 무엇일까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북한의 요구, 압박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보다 더 복잡합니다.

란코프 교수는 문재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가 좋은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고, 그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한국이 북한에 제안하는 남북교류 관련 사안들은 북한의 관점에선 “별 희망이 없는 제안”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강경파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도 심한 압박을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결국은 한반도에서 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공포가 있고 위기가 생기면 피해자들은 누구입니까? 멀고 먼 나라에서 사는 미국 사람들이에요?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와 같은 좋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별 희망이 없는 제안을 하고, 북한 측이 분개할 수 있는 행위를 기피하는 성향이 심합니다.

란코프 교수는 올해에도 한국 정부는 북한 측에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명목 아래 코로나19 사태 협력 및 북한과 가장 인접한 파주의 ‘남북산림협력센터’를 통한 남북산림협력사업 관련 제안 등을 했지만 “북한 측이 직접 필요로 하는 돈 주기, 즉 경제지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다만 한미 관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한국 정부가 취해온 올바른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남북 안전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들의 정책을 높게 평가합니다. 거짓말도 많고 왜곡도 많지만 올바른 정책이에요. 왜냐하면 문제가 생기면 조치하니까요. 보수파는 어느 정도 현실주의가 없는 지나치게 사상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란코프 교수는 한국이 북한 당국과 무언가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걸림돌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만연한 것이 여전히 안타까운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한국 정부가 탈북자 비난에 대한 사안을 두고 북한에 정면 반박하는 모습을 목격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한편 영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극심한 경제적 궁지에 몰린 북한 당국이 그들 특유의 ‘벼랑끝전술’의 일환으로 앞서부터 계획한 대남도발을 ‘대북전단’ 빌미로 삼아 감행했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6월 9일) 지적했습니다.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 북한은 한국에 더는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단번에 한국과 관계를 끊기 보다는 그 관계를 끊기 위한 어떠한 조건이 필요했던 거죠. 그 조건이 바로 대북삐라였던 거예요.

박 대표는 올해가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북한이 해당 시기에 맞춰 ‘대북삐라’라는 사안을 앞세워 남한과의 관계 단절을 시사하며 북중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이 대북 정보 작전의 효력을 방증한다는 일부 지적에 관해 페론 선임연구원은 “매우 투기적인(a very speculative assessment) 평가”라고 해석했습니다.

논란이 된 ‘대북삐라’ 즉, 전단들은 제한된 수의 사람들에게만 전달될 수 있고, 북한은 그동안 ‘대북삐라’를 남한 측의 도발 증거물로 전국적인 선전을 이어왔다는 겁니다.

페론 연구원은 ‘대북삐라’가 외부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분명한 점은 풍선이 수십 년 동안 북한으로 보내져 왔고, 북한 정권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는 것”이라며,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 전단들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대북전단’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장되고 군국화된 핵보유국 북한과의 국경에서 일어나는 국가 안보 문제”라며 대북전단을 보냄으로써 얻는 것이 진정 국가안보보다 중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마크 배리 국제세계평화학술지 편집장도 최근(6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전단을 단 풍선을 보내는 것은 이미 2년 전에 중단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러한 풍선들이 밀반입된 플래시 드라이브나 마이크로SD 카드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도달한다고 믿기에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다만 착륙한 전단지를 줍는 북한 주민은 체포될 수 있고, 그의 가족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풍선을 통해 전단을 보내는 행위가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으론 도움이 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박지현 대표는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북삐라’가 탈북을 결심을 돕는 작용을 한 사례가 없지 않다며, ‘대북삐라’가 북한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만 야기한다는 지적은 편향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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