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재기 노리는 돈주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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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재기 노리는 돈주들 한 여성이 평양에서 애완견과 함께 길을 가고 있다.
/A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북한에서 많은 돈을 벌었던 돈주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거든요. 우선 돈 잘 버는 돈주들의 삶은 어떻습니까?

[김혜영 씨] 막대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의 삶은 일반 주민들에 비해 화려하고 호화롭습니다. 우선 대도시의 큰집에서 사는 것은 기본인데요. 사람이 많은 아파트보다는 단층 주택을 선호합니다.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기 때문이죠. 또 몰래 개인 승용차와 운전기사를 두거나 집에 가정부를 고용하는 돈주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밖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 집에 사람을 들이고 월급을 주며 일을 시키는 겁니다.
돈주들의 집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들이 많은데, 특히 한국 제품을 많이 씁니다. 전기밥솥이나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과 생활용품도 한국 것을 많이 쓰는데, 비싸고 품질이 좋기 때문에 돈주들이 좋아합니다. 또 호텔이나 고급 식당을 자주 이용하면서 재력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또 은행에 돈을 맡기지 못하니까 돈을 버는 대로 집 안에 쌓아두거든요. 그리고 재투자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집에 보관해 둔 외화가 많으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돈 쓰는 것이 너무 쉬운 겁니다. 물론 모든 돈주들이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돈주들의 삶은 일반 다른 사람들에 비해 풍요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돈주들이 내세우는 부의 상징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혜영 씨] 북한에서 부를 과시하는 것은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집에 승용차만 한 대 있어도 큰 부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개인적으로 승용차를 갖거나 운전기사를 둘 수 없거든요. 그래서 회사 이름으로 차를 뽑고, 회사가 고용한 것처럼 운전기사 직원도 둡니다. 하지만 사실상 개인용이죠.
돈주들은 현금이 많으면 고리대금업도 하고, 식당이나 상점, 목욕탕 등을 차려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죠. 사업체를 몇 개 하느냐도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수시로 집을 지어 팔면서 돈이 되는 것은 다 하고 사는 겁니다. 한 마디로 돈주들의 생각은 '돈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라는 겁니다. 

- 북한에서 돈주들이 애완동물도 키우나요? 북한에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부의 상징인가요?   

[김혜영 씨] 네. 북한 평양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외국에서 대사로 재직하고 귀국한 집이라든지, 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고위층에서 많이 키웠는데요. 애완동물은 서로 입소문을 통해 아는 사람들끼리 달러를 주고 사고팔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애완동물은 가격이 비싸니까 부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독일 대사를 지내다 온 집에서 애완동물 새끼를 낳아 파는 것을 보았는데요. 당시에는 애완동물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유행이어서 어느 집에나 달러를 주고 사는 것이 자랑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개 사료가 없어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줬는데, 지금은 외화 상점에 개 사료가 있을 겁니다. 

- 사회주의 북한에서 개인 운전기사, 가정부, 정원관리사 등을 고용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많은 돈주들이 이렇게 하고 사나요?

[김혜영 씨] 말씀하신 대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돈주들은 돈을 많이 벌려니 바쁘거든요. 그래서 집안일이나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북한에서는 이를 가리켜 ‘머슴을 둔다’라고 표현합니다. 정원을 가꾸고, 집에서 밥을 해주고, 애완동물도 돌보고, 기타 잡일도 하면서 각종 사회동원에는 그 집 식구의 일원으로 대신 내보내기도 하죠. 그 조건으로 월급을 주면, 그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수입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머슴을 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남들에게는 자신들의 먼 친척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다 알죠. 북한에서는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닌데요. 돈을 많이 버는 돈주들에게는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돈을 많이 벌어봤지만, 이렇게 머슴을 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워낙 신고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돈이 많을수록 사람을 믿기가 쉽지 않고, 집에 사람을 들인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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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한 상류층 가족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AP


 -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과 유엔 대북제재로 돈주들의 수입이 급감하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런 사람들을 내보내거나 월급을 삭감한다고 하거든요.

[김혜영 씨] 아무래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돈주들의 역할이 크게 줄었고, 현금 수입도 급감할 수밖에 없죠. 당연히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어디에서 가장 먼저 줄이겠습니까. 돈주들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개인이 고용했던 인력들을 먼저 내보내겠지요. 아무래도 사람을 부리는 일에서 가장 지출이 많으니까, 장사가 안되고 수입이 적으면 인건비부터 줄이는 겁니다. 그다음으로는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줄여가거나 외식 횟수도 줄이면서 최대한 돈이 덜 나가도록 애를 쓸 겁니다.

요즘은 북한에서 돈이 잘 돌지 않고, 수입도 없이 가진 돈만 소비하자니 돈주들도 생활이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보관해 놓은 물건도 거의 없을 테고, 코로나 국면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구축해놓은 정보망도 사라지면서 막막한 상태일 겁니다.

 - 혜영 씨도 북한에서 수입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어떤 대처를 했습니까?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은 무엇이었나요?

[김혜영 씨]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이렇게 어려워 본 적이 없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에는 지금처럼 검열도 심하지 않았고, 북∙중 국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밀수는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었고요.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자랑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있었고, 이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북한에 있는 친척과 몇 달 만에 연락이 닿았는데요. 그분이 요즘 시장에 나가도 쌀값을 비롯해 모든 생필품값이 너무 오르고, 조미료 등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대성통곡을 하며 우실 수가 없습니다. 있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요즘 북한 사람들은 지출을 줄이려 해도, 더 줄일 것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 이렇게 돈주들을 통해 또 다른 고용 창출이 있었는데, 돈주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집에서 일하는 인력들을 내보내거나 임금을 줄이면, 연쇄적인 생활고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김혜영 씨] 아무래도 돈주들이 고용했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이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겠죠. 돈주들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제법 많은 돈을 받았을 테고, 그 돈으로 가족들이 먹고살았을 텐데, 하루아침에 일을 못 하게 되거나 월급이 줄면,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죠. 이는 단순히 돈주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돈주들이 고용했던 사람들도 직장을 잃거나 현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의 영향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현금 유통을 담당했던 돈주들의 어려움은 북한의 경기 침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돈주들이 이같은 상황에서도 나름 대처를 해서 돈을 벌려 하지 않겠습니까? 돈주들이 다시 재기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김혜영 씨]네. 당연합니다. 돈주들은 이미 돈맛을 봤기 때문에 다시 재기할 겁니다. 요즘처럼 단속이 심하고, 힘든 상황일수록 돈주들은 돈의 힘을 더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돈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돈주들은 그런 경험들이 축적돼 있고,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기만 하면 재기할 기회를 얻을 겁니다. 그럼 저희가 지금까지 말했던 집에서 일해주는 사람들이나 돈주들과 연관돼 있던 사람들도 다시 기회를 얻게 되겠죠. 북한에서 현금의 유통을 담당해왔던 돈주들이 살아나야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네. 지금까지 '재기를 노리는 돈주들’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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