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은 대미 지렛대 강화용”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06.18
Abe_Japanese_abductee_b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Kazuhiro Nogi/Pool Photo via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일본의 대북 구애는 국내외의 달라진 환경 탓

<기자> 마키노 지국장님, 일본 정부의 달라진 대북 접근법이 화제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일 ‘북한과 정상회담을 원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사실상 구애를 보내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하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일본 국회를 포함해 여러 장소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가 북일 정상회담에 관해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북일 정상회담에 이렇게 열의를 보이고 있는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국제환경이 북한과 대화하려는 흐름이 생겼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있을 것 같고 또 하나는 국내 정치적으로 아베 정권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북일관계를 호재로 이용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기자> 아베 정부가 곤란에 빠져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청취자들을 위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아베 정부가 국내적으로 처한 곤경은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겁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내에서는 아베 정권과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들에 대해 아베 총리나 주변 사람들이 여러 정치적 편의를 제공했다는 그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민당 소속인)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지금 30-40% 대를 왔다갔다 하는 상황인데요, 일본의 정치인 사이에서는 자민당 총재의 지지율은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자민당 총재의 지지율이 높아야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거죠. 현재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30% 정도입니다. 따라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30%가 안 된다는 판단이 서면 의원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 대신 다른 지도자가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 유리한 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일 관계개선 관건 납치문제 당장 해결 어려워

<기자> 당 내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호재가 필요하고 북일 정상회담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뭐 그런 판단이라는 지적인데요, 일본 정부와 북한 사이에 놓인 현안인 납치문제 해결이 정상회담 개최에 관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맞습니다. 일단 북한 언론은 계속해서 일본인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이미 끝난 문제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북한으로서는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사죄했다거나 그 다음에 여러가지 조사도 하고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일본 정부는 전혀 납득하려 들지 않고, 사실 일본인들로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인데요, 그래도 북한 입장으로는 좀 불만이 쌓여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북한 핵문제와 달리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정보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으로서는 일본정부가 (납치문제와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같은 상황 아래서는 납치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그런 확실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납치문제에서 큰 진전을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아베 총리와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베총리도 역시 정상회담을 했지만 결과도 없이 그냥 만났다고 하면 여러가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자민당 안에서도 (양 정상이) 그냥 만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난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 차원에서 회담도 많이 하면서 확실하게 납치문제나 그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경제지원 확신때 일본과 정치적 협상 나설 것

<기자> 북한 입장으로서도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그리 나쁘진 않을 걸로 생각되는데요 평소 일본 내 조선총련 취재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물론 지금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과거에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게 자신들의 체제 보장에서 가장 중심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제가 보기로는 요즘에는 핵 보유 대신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하면서 비핵화를 통해 체제 보장을 얻어낼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으로부터는 안전보장이라는 대가를 얻어 내려고 하는 거고 한국이나 일본으로부터는 경제적인 대가를 얻어 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역시 북한 입장으로서는 만약 북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면 과거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했을 때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식민지 배상금) 액수를 참고하면서 보통 100억-200억 달러 정도는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듣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그런 경제적인 지원은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하면 일본과 여러가지 정치적인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입장도 관심거리입니다.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직접 취재하셨는데요 외신 보도를 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막판까지 싱가포를 방문을 고려했다는데요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점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들이 관심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중국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단 한국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13일에 한국, 미국, 북한 간 3국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미국이 확실하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과 미국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두 나라끼리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고 그리고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미국도 북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기자> 네 한국정부가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런 말인데요 마지막으로 중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느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 예를 들어 중국인들의 북한 단체 관광을 전면 확대할 조짐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 데요 어떻게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그런 움직임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국, 미국, 일본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12일 열렸던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보다는 여러가지 해명한 게 많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건 역시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도 약속받지 못하고 경제제재도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하는 걸 주변국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다음날 중국에 가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에는 제재완화는 없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대북제재가) 미국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북미관계 이외의 (통상문제 등) 여러가지 국제관계에서 미국에 대해서 유리한 입장을 얻어내려는 움직임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은 미국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군요.  마키노 지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