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도발 1차목표 달성했다고 평가”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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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ison_office_explode_b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고 바로 옆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전면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북, 중국 영향 도발 수위 조절 나선 듯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예고됐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했습니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대남 비방 전단 살포 위협 등 한반도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데요, 마키노 위원님,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 어떤 배경이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정세가 좀 바뀌었는 데요, 일단 중국에게서 식량지원을 받았거나, 남북 사이에 밀약이 있었거나, 미국이 군사적으로 경고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일단 한국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남북 간 접촉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구요, 미국의 군사적 경고도 공개적 행동은 없다고 듣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과 미국은 지난 17일 하와이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 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완화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제가 듣기론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협력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고 하는데 이런 논의를 토대로 중국이 북한에 식량지원을 시작했다고 저는 봅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계속 어려우니까 한국에 대한 군사도발 노선이나 미국과 긴장을 계속 유지하는 그런 노선은 변함없다고 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은 일단 최근의 행동이 문재인 한국 정부에 대해 어느정도 성과를 얻어 냈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김영철 통일부 장관이 사임했고, 이건 명백히 북한 도발의 성과입니다. 한국 여당에서는 도발하는 북한이 나쁘다는 목소리가 아니라 남북대화를 중단시키는 미국이 나쁘다거나 남북대화를 실현하지 못한 통일부도 나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도 나오면서 한미관계에도 이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와 여당에서 나오고 있는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반미정서로 확대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 격상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런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북한으로선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그런 사정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라도 남북한이 충돌하는 상황, 남한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태에선 북한과 대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김정은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도발수위를 높이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카드를 꺼내려는 속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 코로나로 국경 봉쇄하면서 식량수급도 영향

<기자> 그런데 결국 북한의 최근 대남도발도 그렇고 이번 군사행동 보류도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북한 상황, 얼마나 어려운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1월 말 국경을 봉쇄한 영향이 너무 큰 듯합니다. 삼지연군 개발사업과 원산갈마 관광단지 건설사업이 6월에 다시 시작됐다고 하는데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참가 희망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강냉이 밥이라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이맘때에는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햇감자를 출하하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사정이 조금 개선되는 시기인데 올 해는 시량부족 탓에 아직 잘 여물지 않은 햇감자를 이미 캐서 먹어버렸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에서는 평소에는 매달 국정가격으로 구입 가능한 생활필수품이 지정된 공급표를 받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지정된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해졌고 북한은 동요하는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 한국을 상대로 도발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이렇게 북한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미국이 올 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북한 문제는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나마 북한으로선 한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게 북한에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닐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뭐니뭐니해도 문재인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은 남북유화노선입니다. 남북대화가 붕괴된다고 하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그런 뜻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대화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일단 한국과 경제협력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게 안 되더라도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기면 이번 도발의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보고 있는 듯합니다.

북 도발 최소 목표는 김여정 정치적 위상 격상

<기자> 그런데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노선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했는데요, 경험이 부족한 김 제1부부장의 최근 거침없는 행보, 어쩐지 좀 위태로워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한 내부 평가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한국에 대해 자주 도발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정책 목표는 김여정의 정치적 지위를 격상시키겠다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론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요즘엔 공개활동을 자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과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김여정 제1부부장은 2009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김정은 위원장을 지명했을 때 자신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고모인 김경애가 북한에선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어려워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김 제1부부장은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고 김 위원장 입장에선 신뢰할 만한 측근들이 없는 상황 아래서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지위를 격상시켜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북한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발수위를 끌어올릴 건가 하는 점도 관심거리인데요, 북한이 올 연말까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같은 대규모 도발을 할 걸로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북한은 만약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면 앞으로 4년간 북미 간 협의가 어려울 걸로 예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고 그렇게 판단하면 큰 도발은 하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못 한다고 생각하면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수확물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할 듯합니다. 그러면 그 때는 큰 도발, 이른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도 있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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