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위기의 북한 경제] ②탈북자 가족 “도와달라” 눈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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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사진은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연합뉴스

앵커: 경기침체에 따른 현금 수입의 감소로 북한의 민생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생활고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 중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북자들도 당장 돕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생활고로 어려워하는 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딸에게 도움을 요청한 내용의 편지. “힘들어도 엄마를 도와주길 기다린다”는 내용과 함께 편지지에는 그리움과 미안함에 흘린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북한에서 생활고로 어려워하는 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딸에게 도움을 요청한 내용의 편지. “힘들어도 엄마를 도와주길 기다린다”는 내용과 함께 편지지에는 그리움과 미안함에 흘린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북한에서 탈북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들의 송금을 담당했던 북한 내 중개인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연락을 끊었고, 경기침체로 이들의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5개월이 넘은 현재, 북한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북한 내 가족을 도울 수 없는 탈북자들의 이유를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첫 번째 이유: 탈북자 가족 단속 강화로 중개인 활동 중단

[40대 탈북 여성] 우리 어머니가 상황이 어렵다며 편지를 써서 보내줬습니다. “너무 힘들고 어렵다. 한 번만 더 도와 달라.”고 말입니다. 편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더라고요. 상황이 너무 안 좋구나. 빨리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북한 신의주에 가족이 있는 40대 탈북 여성 이선영 씨는(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최근(지난 5월)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음성 통화는 도청이 될 것을 우려해 직접 종이에 쓴 편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온 겁니다.

한국에 정착한 딸의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을 알지만, ‘힘들어도 엄마를 도와주기를 기다린다’. ‘다른 가족의 신세가 불쌍하다’는 사연이 적혀 있고, 편지지 곳곳에는 그리움과 미안함에 흘린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 조치로 북중 국경이 봉쇄돼 무역과 밀수가 쉽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현금 수입은 급감했는데 생활 물가는 계속 오르다 보니 견디다 못해 한국에 있는 딸에게 도움을 호소한 겁니다.

지난 3월에도 송금을 했던 이 씨는 이번에도 하루빨리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최근 탈북자 가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면서 송금에 관여했던 중개인들이 활동을 중단한 겁니다. 어떤 중개인은 아예 연락조차 끊겼습니다.

[40대 탈북 여성] ‘코로나 19’ 때문에 북한에 현금이 많이 말라서 돈을 보내주고 싶어도 지금 북한에서 ‘탈북자 단속이니, 처벌이니’ 하니까 무서워서 전화를 못 하는 거죠. 그동안 전화했던 사람들이(중개인) 다 자취를 감춘 겁니다. 지금 같은 때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머니가 ‘코로나 19’ 때문에 어려워서 돈을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하니까 (중개인이) ‘지금은 보내지 말라’고.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이 조용해지면 그때 보내라’고 해서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주고 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북한 내에서 송금 중개인들이 많이 적발된 것으로 안다고 최근 (6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도 단속 때문에 송금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저희도 송금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송금 브로커(중개인)를 단속하기 위해 세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송금 브로커도 많이 잡혀간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에서 돈을 받던 사람들이 많이 단속됐기 때문에 당분간 기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이고요. 우리도 매달 송금 중개인을 바꿉니다. 고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RFA 그래픽

탈북자 출신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7월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의 민간단체가 날려 보낸 대북 전단 문제를 계기로 탙북자 가족에 대한 조사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와 연관된 송금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안찬일 이사장] 송금은 탈북자 문제의 일부이면서도 핵심적인 문제인데, 탈북자 가족의 송금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송금뿐 아니라 북중 국경일대의 탈북자 가족, 연고자, 친척들을 전면적으로 사찰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위성에 탈북자 가족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중 전단을 뿌리는 단체와 관련된 사람은 수용소에 보내라고까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전체 탈북자 가족이 통제되다 보니 이와 연관된 송금 문제가 상대적인 위험에 빠지고, 송금 브로커들이 자세를 낮추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 경기침체로 중개인의 자금 사정 악화

북한의 경기 침체에 따른 현금 수입 급감과 자금 사정의 악화도 대북 송금이 어려워진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활동 중인 화교 출신의 한 대북 무역업자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북중 간의 비공식 외환거래인 일명 ‘환치기’입니다.

탈북자가 중국에 있는 송금 중개인에게 돈을 보내면 이 중개인은 다시 북한에 있는 파트너 중개인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러면 북한에 있는 중개인은 자신이 보유한 자금에서 수수료를 떼고 탈북자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는 데 요즘은 경기침체로 북한에서 돈이 마르다 보니 먼저 건네줄 돈이 여의치 않은 겁니다.

이 무역업자는 북한 중개인은 물론 이들에게 돈을 대주는 돈주들의 보유 자금이 넉넉해야 ‘환치기’가 가능한 데 요즘은 무역 감소로 외화를 비롯한 현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북중 국경의 봉쇄로 인적 교류가 막히다 보니 나중에 중개인들끼리 만나 정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믿고 거래할 파트너 중개인이 감소한 것도 탈북자 가족의 송금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이 무역업자는 덧붙였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현금 부족에 따라 탈북자 가족의 송금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와 안 이사장 등 전문가들도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안찬일 이사장] 이전에는 북중 국경 지역에만 송금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황해도 사리원, 해주까지도 당일에 탈북자 가족에게 돈이 전달되는데, 송금을 비밀리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공안기관 요원들, 인민보안성 관리들을 끼고 해야 안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자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브로커나 북한에 있는 브로커, 돈주 등이 모두 조심하다 보니 돈이 마르는 거죠.

탈북자 송금 단속... 민생경제, 북한 체제에 악영향

오랜 대북제재와 ‘코로나 19’로 5개월 넘게 북중 국경이 봉쇄된 탓에 현금 수입이 급감한 북한 주민으로서는 탈북자 가족의 송금이 절실합니다.

개인으로서는 당장 식량과 생필품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소비하는 현금을 통해 장마당 경제를 활성화하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40대 탈북 여성] 지난 3월에 돈을 보낼 때 무조건 쌀과 기름, 소금, 된장 같은 먹을 것만 사놔라. 무조건 비축해 놓으라고 했는데,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북중 간에 밀수도 안 되고 ‘코로나 19’ 때문에 각종 단속과 통제로 (경제활동을) 옥죄고 있는 거죠.

/RFA 그래픽

지난해 3월,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한국 내 탈북자 4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 송금한 경험이 있고, 1회 평균 송금액은 2천460달러였습니다.

탈북자 가족이 보낸 송금은 시장에 돈의 유동성을 불러오고 ,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는데, 탈북자가 많은 함경북도와 양강도는 ‘탈북자 경제권’이란 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특히 오늘날 북한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고 북한 주민 스스로 시장 활동을 통해 먹고사는 기본 경제구조가 흔들리는 때에 탈북자 가족의 송금까지 단속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민생경제를 더 위협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안찬일 이사장] 지금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로 무연탄, 철광석 등 수출이 안 돼 북한에 돈이 말라 있습니다. 말라가는 돈은 중국과 밀무역, 탈북자 가족의 송금 등으로 다시 윤활유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계속 제재가 있고, 송금도 안 되면서 북한의 자금이 마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에서 이같이 통제가 주민의 생활과 장마당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풀어주면 모를까, 계속 이렇게 탄압하고 조여간다면 북한 주민은 물론 북한 체제의 유지에도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이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은 현금 부족입니다. 돈이 없다 보니 식량과 생필품을 사지 못하고, 과거 ‘고난의 행군’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북한 내부 주민과 전문가들이 전한 상황입니다.

또 당분간 북한의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탈북자 가족의 송금도 언제쯤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북한 가족의 소식에 당장 도울 길이 없는 탈북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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