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무협의서 비핵화 양보 않을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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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비핵화 관련 태도변화 없어

<기자> 지난 달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판문점 3자회동 이후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동이 11일 베를린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이 달 중순께 재개될 전망인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둔 양국 간 공조와 전략 조율을 위해서인데요, 실무회담 준비,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회담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서로가 ‘하노이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쉬웠다, 앞으로도 신뢰관계 유지하면서 대화를 계속하자’는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판문점 회담에서는 비핵화나 탄도미사일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에 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노동신문도 다음날 보도에서 예전과 똑같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말을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을 살펴보고 있는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비건 대표나 미국정부 관계자는 물밑에서 북미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오리무중인 상황인 듯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양보도 했지만 그 때도 역시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한 말이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회담에서도 김혁철 당시 북한 특별대표는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 같은 의제를 논의하는 데는 응했지만 비핵화에 관해서는 최고지도자가 결정한다고만 얘기하고 의논을 피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실무회담에서, 죄송한 말씀이지만, 비건 대표같은 급의 논의에서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에 관한 양보안을 제시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 내년 대선 전 ‘핵동결’ 성과 얻어내려 할 듯

<기자>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런가 하면 미국이 이번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핵동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동결은 비핵화의 입구이고 목표는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미국이 내부적으로 태도에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를 너무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목표는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이지만 선거 때까지 얻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로 핵동결을 겨냥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지 않을까 저도 생각합니다. 북한의 태도가 너무 강경하고 비핵화와 관련해 양보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까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협상에 대한 피로감이나 좌절감이 있는 것 같아서 협상이 계속 장기화하면 할수록 핵동결 협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로 핵동결을 주시할 수 있다, 그런 말씀이죠? 장기적으로는 핵폐기가 목표이긴 하지만.

마키노 요시히로: 그렇죠. 명목상으로는 최종목표는 FFVD라고 얘기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시간도 모자라고 북한도 협상을 장기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지 않겠나 하는 좌절감,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단 선거때까지 지지자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 그런 걸 얻어 내려고 하고 있고 그게 바로 핵동결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가 하면 비건 대표의 상대로는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도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실무협의에 응하겠다, 외무성이 담당한다, 비건 특별대표의 상대로 구체적인 이름도 소개했다고 합니다. 6자회담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는 외교관으로 김 위원장이 대사로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 주변에서도 말씀하신 대로 유엔 대표부 공사와 베트남 주재 대사를 역임한 김명길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은 듯합니다.

<기자> 미북 실무협상이 열릴 장소로는 유럽 국가들이 거론되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곳이 유력합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우리가 항상 예상할 수 있는 장소는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던 스위스 제네바이지만 민주당인 클린턴 정부 때 일이어서 아마 공화당인 트럼프 정부는 제네바를 싫어할 듯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시 행정부 때 힐 차관보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협상했던 독일 베를린이나 아니면 작년 10월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문한 다음에 비건 대표가 최선희 부상과 만나려고 했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나 아니면 스웨덴 스톡홀름이나 그런 장소는 사실 북한의 재외공관도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협상 장기화 통해 핵보유 노릴 듯

<기자>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 제재해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안전보장만 계속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실이라면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히 제재완화를 요구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판문점 회동 때 ‘앞으로 미국이 대북제재를 유지하겠지만 비핵화가 진전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그런 제재해제나 완화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고 언급도 안 했다고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체제보장이나 안전보장만 요구했다고 하는데 북한으로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같은 구도인 듯합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은 항상 미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체제보장,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는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을 많이 고집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 실무협의에서는 종전선언이나 한국이 중재했던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 양보할까 생각하면서 협상에 응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저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건 그런 요구사항이 아니라 핵보유다, 핵을 보유하기 위해서 북미협상을 장기화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엇박자가 생길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항상 변경하고 있다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계속 엇박자가 생기니까 아마 북미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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