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불만 잠재우려 코로나 방역 대책만 강조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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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북한이 최근 전국적으로 방역 사업을 재점검하고 조치를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김정은 정권이 확진자 관리 부실과 경기침체로 커지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코로나19’방역 대책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국적으로 방역사업을 재점검하고, 더 엄격히 실시하기 위한 사업이 힘있게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사업 재점검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7월 2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코로나19’의 방역사업과 평양종합병원 건설, 관련 의료서비스 등 대책 마련을 논의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19’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계속해서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2월 북한에 1천500개의 ‘코로나19’ 진단장비를 기증한 바 있고, 중국 외교부도 지난 4월, 일부 진단 장비를 제공했다고 밝혀 북한이 외부에서 지원받은 ‘코로나19’ 진단 장비의 수량이 상당한 데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금까지 북한 내에서 이뤄진 ‘코로나19’ 진단 횟수가 922명에 불과하다고 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승인을 받은 국제기구들의 의료 지원 물품의 전달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앞서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면제받은 코로나 진단 시약 1만 세트를 포함한 대북방역물자가 북한에 이미 반입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만 5천 명 이상의 격리 조치 외에 922명에 대한 검진밖에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이 제공한 정보의 수치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입니다.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센터장은 최근(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코로나19’를 검사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 제공한 정보의 신뢰도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AP 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리 센터장은 북한 보건성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검진 현황을 통보하는 데 대한 사전 약속을 했다고 해도 이를 집계하는 데 있어 북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는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검진 사례가 국제사회 전체의 지원 현황을 반영하는 것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10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으며, 국제적십자연맹 측은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 현황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와 북한 보건성이 제공하는 수치를 참고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현황·수치 공개보다 방역대책만 강조... 정치적 이용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전국적인 ‘코로나19’ 방역 조치 시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중 국경 관리에만 방점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도주의 지원을 연구하는 이 전문가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보건 수준을 고려하면 선진국 수준의 ‘코로나19’ 방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일반 주민의 이동을 통제하고, 의심환자는 격리부터 하는 ‘구식’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대책을 강조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 만을 보여줌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정치적 업적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고, 실제로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코로나19’ 가 완전히 통제되지 못한 가운데 단지 방역성과를 드러내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진 리 센터장은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평양종합병원을 완공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건설공사가 완료되면 북한 당국은 이를 일반 주민들에 대한 헌신의 업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에 평양종합병원이 평양에 건설되고, 이 건설 사업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는 것은 평양 내 특권층을 우선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 있다며 평양종합병원의 완공을 독려하는 것이 모든 북한 주민들의 보건복지를 보장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로버트 킹: 김 위원장은 평양에 최첨단 의료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체계의 대상은 일반 주민이 아니지 않습니까? 평양의 특권층을 우선 챙기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되며, 그렇지 않다면 왜 하필 이 특정 병원만 무조건 올해 안에 건설돼야 한다고 고집해 왔겠습니까?

일부이긴 하지만 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코로나19’ 방역체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과 함께 재확산의 우려 속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강행하는 것도 그만큼 ‘코로나19’ 대응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방역사업과 대책만을 강조하면서 이를 정치적인 성과로만 내세우려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엘리 반 바렌 대변인은 최근(7월 7일) 대북지원 현황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유엔 면제를 받은 모든 지원 품목에 대한 물품 조달은 마쳤고, 내부 반입 허가를 받기 위한 최종 단계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5월 초에 연맹 측이 대북 원조 물품의 조달을 마무리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그 이후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장비 등 일부 물자의 내부 반입이 차질을 빚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 바렌 대변인은 “원조 물품의 분배에 대한 결정은 공정성과 중립성의 원칙에 따른 평가에 기반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진단 장비와 위생용품 등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제공되는 것이 국제적십자연맹의 최우선순위”라고 덧붙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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