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김여정 DVD 요청으로 트럼프에 찬사”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7-1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폭죽놀이 장면.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폭죽놀이 장면.
/AP

앵커: 최근 북한의 김여정 제 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의 독립기념일 DVD’를 받고 싶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이 이상하다면서도, 북한이 미국과의 추가 회담을 원한다는 간접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정치적인 선동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미국)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김)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최근(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명의로 북한이 내놓은 담화의 마지막 부분에 담긴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논란의 발언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National Interest) 한국 담당 선임 국장은 최근(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해당 영상을) 원한다면 인터넷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텐데, 굳이 담화를 통해 이런 발언은 한 것은 다소 뜬금없다”면서, 북한 측의 “완전히 이상한 요청”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인터넷상 ‘미국의 독립 기념일’이란 검색어로 찾아보면 관련 행사에 대한 과거 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지금은 2002년이 아닌데 (김 제1부부장이) 왜 그런 DVD를 원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그러한 DVD나 특정 미국 소식에 대한 정보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창구인 ‘뉴욕 채널’을 통해서도 쉽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만 북한 측이 ‘DVD’라는 매개체에 어떠한 상징성을 부여해 향후 미북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사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하나의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 역시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또 이같은 신호가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들 간에 암묵적으로 활용되는 하나의 ‘암호’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기 때문에 “현실보단 제임스 본드(첩보)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 측의 미국 독립기념일 관련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7월3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진행한 연설에 대해 북한 측이 호평을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의 보수 진영으로부터 “역대 최고”라는 호평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대해 북한 측이 지지한다는 입장, 나아가 현 북한 정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에서 일어난 인권 관련 운동과 연관된 여러 사건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좌익 문화혁명이 미국의 독립혁명을 전복하려고 한다”며 자신의 보수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높이 그리고 자랑스럽게 일어설 것이지만, 오직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만 무릎 꿇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가 믿는 것이고, 이러한 가치들은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분투할 때 우리를 인도해 주는 것입니다.

반면 워싱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근(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DVD’를 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해석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여정의 발언이 어떤 종류의 요청도 아니었다고 본다”며, 미북 대화의 재개를 뜻하는 신호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한의 선전선동부를 지휘한다는 점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정권이 가을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김 제1부부장이 사전에 선언하고자 했던 사안 중 하나가, ‘북한 당국이 조만간 진행할 열병식이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보다 더 거창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DVD’에 관한 북한 측의 요구가, 해당 발언에 대한 한미 당국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던진 일종의 ‘노림수’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의 발언 하나하나에 한미 당국이 열띤 분석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사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북한의 측의 ‘선동작전’ 이라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 자신은 이른 시일 내에 북한 당국이 “제재완화에 대한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실무회담 또는 정상회담에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제재완화를 얻어내겠다고 선언한 김 위원장이 그러한 조치를 끌어내는 데 지금까지 실패한 점을 들어 내부에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미북 간 오간 대화의 내용을 토대로, 한미 당국은 물론 북한도 여전히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제가 보니 지금 미국 측도, 남한 측도, 북한과의 회담을 재개할 의지가 있습니다. 북한도 아마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장마당과 같은 것 아닙니까? 북한은 지금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미국이나 남한 측에서도 좋은 양보를 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별 관심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아마 처음부터 사전에 미국과 남한 측이 그들이 희망하는 양보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측이 대놓고 ‘미국과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점에 대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역시 최근 한국 방문이 ‘북한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서 대립각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같은 의사 표명은 양측이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해 펼친 일종의 ‘외교적 정치 공방’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겁니다.

란코프 교수는 이어 북한도 회담에 관심이 있지만, 사전에 약속되야 할 ‘선제조건’은 ‘제재완화’라며, 여전히 미국과 탑다운(하향식)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서 북한에 제재완화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미국과의 추가 관여에 가담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북한도 관심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선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선제조건은 양보를 받을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측은 하노이(정상회담) 때문에 실망을 많이 느꼈고, 아마 이제부터는 바로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양보를 받을 수 있는, 양보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사전에 받아야 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란코프 교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같은 미국의 고위급 관리가 물밑에서 북한에 ‘제재완화’를 언급한다 해도, 북한 측이 이를 신뢰할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나서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반면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14일)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선 양측에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 “북한 측에서 아무런 유연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앞서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자서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일부 제재완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담겼듯이, 이러한 점을 북한 측도 인지하고 있을 테지만 최근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북한이 향후에도 유연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추측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또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미국 정부의 전반적인 입장이 북한과의 추가 회담에 호전적인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북한과의 추가 회담을 원하는 입장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