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별기획: 식량안보가 곧 인권이다] <2> 국제사회 지원 속 정권방관 지적도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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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 식량이 남포항에서 하역되고 있다.
대북지원 식량이 남포항에서 하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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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의 식량 상황을 걱정하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대북지원 활동에 지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의 손길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주민들의 고통을 사실상 방치해 온 북한 당국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RFA 특별기획: 식량안보가 곧 인권이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현황을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견해도 들어 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최근 갱신한(7월12일 기준) 자금추적서비스에 따르면 유엔은 올해 설정한 대북 인도 지원 목표 금액 1억2,034만 달러($120,345,890)의 16.3%에 해당하는 1,965만 달러($19,658,626)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 통일부가 지난달 5일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영양지원사업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총 800만 달러 지원금 가운데 식품조달 및 사업 수행비 등으로 책정한 450만 달러를 포함한 수치로,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모자보건 및 영양사업에 관련 물품 조달과 사업 수행비 등으로 책정한 350만 달러는 자료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800만 달러는 한국 정부가 2년 전 지원을 결정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이유로 연기하며 집행하지 못했던 금액과 같은 규모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최근(6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계식량계획이 인도주의적 활동을 확대하고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가정을 돕기 위해서는 약 2억 7,500만 달러 상당의, 최소30만 톤에 달하는 식량 원조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근 한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의결한 대북 지원용 쌀 5만 톤과 450만 달러의 현금을 ‘획기적인 공여(landmark donation)’라고 언급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의 기부를 언제든 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WFP: WFP estimates that at least 300,000 mt of food aid – valued at US$275 million – is needed for WFP to scale up humanitarian operations and assist families facing food shortages. We thank our donors for their generous contributions, including a landmark donation of 50,000 mt of rice and US$ 4.5 million in cash. And we would welcome, of course, any other contributions to help us reach families in need.)

한국 통일부는 최근(9일) 지난 5월 중순에 의결한 대북 식량지원용 국내산 쌀 5만 톤의 수송 및 배분을 세계식량계획에 위탁하기 위한 업무협약 체결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추가적 지원 시기와 규모는 이번 지원결과를 보아 가며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향후 추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이번 지원은 비록 많은 양의 원조가 아니지만, 시기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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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선임연구위원: … 한국이 대북식량지원을 지금 결정했잖아요. WFP를 통해서 800만 달러를 WFP를 통해 위탁지원을 하게 되고 정부가 발표하기를 여기에 더해서 쌀 5만 톤을 또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걸 이제 양적으로 따지면 쌀로 치면 6만 7천 톤 내지 7만 톤 되는 양입니다. 만약 북한의 배급기준으로 따진다면 1년에 약 45만 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입니다. 158만 톤 부족한 것에서 7만 톤 정도 지원이니까 그 효과는 굉장히 작다고 볼 수 있죠. 그렇지만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 건 확실합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견해는 대부분 일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국제기구들이 다들 북한에 어린이, 취약계층들에 대한 보건, 영양부족, 영양실조 이런 것에 대해서 계속 경고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그런 우리가 신뢰도를 부여할 수 있는 국제기구들이 지금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식량사정, 영양사정, 보건사정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지금 올해 158만 톤이 부족하다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확한 수치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식량이 부족해서 취약계층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 이런 것들은 틀림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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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 다른 나라들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기부도 이어져 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올해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나라는 스위스로 전체 기부액의 30.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두 번째로 많은 지원을 제공한 나라로 지원액의 22.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러시아(20.3%), 스웨덴(16.2%), 캐나다(5.7%), 프랑스(1.4%), 핀란드(0.8%), 아일랜드(0.6%)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덴마크 정부도 지난 4월 자국 구호단체인 ‘미션 이스트’를 통해 약 8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한과 비핵화 협상 중인 미국 정부는 북한에 자발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을 전향적인 입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란 희망과는 달리 최근 북한은 한국이 추진하는 인도주의 지원에 냉랭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5월 말(25일) 북한 선전매체 통일신보와 우리민족끼리 등은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들먹여 쓸데없는 생색을 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미국 내 보수적 북한 전문가들 및 일부 탈북자들은 식량난을 외면하는 북한 정권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성토합니다.

미국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사실상 주민들의 복지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식량지원을 비롯한 해외로부터의 원조는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폄하하는 행위로 간주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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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선임연구원: 근본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이 통치하던 시절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발생한 극심한 기근(고난의 행군)에 북한 정권은 사실상 2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최소 100만 명에서 35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그저 굶도록 방치했습니다. 굶주리던 말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죠.

아울러 그는 북한 정권의 관점에서 굶주림 현상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안타깝게도 북한 정권의 관점에서 굶주림 현상은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북한에는 정치적 사회계급 제도가 존재하고 정권에 대한 신뢰성과 유용성에 따라 주민들을 구분 지어 놨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당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특히 북한 정권에 반감을 가진 자들을 굶게 내버려 둠으로써 체제유지에 사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이 자국 주민들의 굶주림을 주민들의 반란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치부하며 상태를 방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 박현미 씨도 최근(6일)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더 힐’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한은 고의적으로 자국 주민들을 굶기는 나라”라며 북한은 약 2천5백만을 웃도는 전체 인구에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총샌산(GDP)를 지니고 있지만, 정권은 사람들이 간신히 생존할 정도로만 방치해두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식량을 수입할 능력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외화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농업 생산량이 계속 침체상태라는 것도 있지만, 역시 식량이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는 건데, 북한의 식량 부족이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는 방법이 간단합니다. 수입하면 바로 해결됩니다. 한편, 권력층에서 여러 사치품이 계속 수입되고 있고요. 무기 개발을 비롯해 무력에 대한 투자, 소비도 많이 하는데, 말하자면 북한 당국에서 식량을 수입 못하는 이유,  수입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한도가 있는 외화, 이것을 절약하기 위해서 세계에 지원을 요구하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스스로 노력도 하게끔 국제사회가 북한이 직접 식량 수입을 한만큼 식량 지원도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현 북한 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한 변질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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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마루 지로:정리를 잘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은 국가보유 식량이고, 장마당 시장에 있는 쌀은 민간보유 식량입니다. 시장에 있는 민간보유 쌀은 계속 안정세이고, 부족하다는 보고가 없습니다. 국가보유 쌀이 모자란다, 김정은 정권에서는 체제유지를 위해 우선 배급할 대상이 있는데,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우선 배급대상에 대해 주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식량 지원 시 분배 감시가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북한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 국제사회가 하는 인도주의 지원, 의료지원, 영양과자 등 지원 등은 많이 전달되고 어려운 사람이 받았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일반적인 식량지원 차원에서 역시 북한 당국에서 주고 싶은 순위가 있어요. 말하자면 국제사회에서 주고 싶은 순위는 제일 어려운 사람부터 주고 싶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이 주고 싶은 순위는 다릅니다. 북한 당국이 필요한 조직, 필요한 공장, 필요한 계층, 필요한 도시부터 주고 싶은 거죠. 북한 당국에서 우선으로 생각하는 배급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가 알아야 하고, 북한 당국과 상의해서 어려운 사람부터 주자는 것을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도움이 절실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솔한 노력을 쏟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가 의구심을 떨치고 주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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