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중단해도 북 협상 복귀는 ‘글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7.15
us_sk_marine_b 지난 2013년 한미 연합훈련에서 한국 해병대가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AP PHOTO

앵커: 미북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의 중대 변수로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훈련 중단만으로는 협상에 복귀하지 않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연합훈련이 유동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미북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해 노정민 기자가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왔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미북 협상 재개에 ‘한미연합훈련 중단’ 중요 요소 아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고 한국의 외교·안보 부문의 고위급 인사가 교체된 이후 미북 협상의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여부가 관심입니다.

북한을 다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불러들이고,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번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 커지는 가운데 실제로 한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바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북 대화의 기본 주제가 ‘비핵화 대 제재해제’가 아닌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미북 대화의 재개’의 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더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또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취소, 연기, 축소해 왔고 최근에는 계속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이번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결정이 협상 재개의 신호가 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훈련 중단이 협상 재개의 조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을 다시 협상장에 불러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보좌관과 한미연합사령부 작전 참모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입장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만으로는 대화 재개와 협상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년간 훈련 연기·취소·축소했지만, 북 협상 복귀 안 해

⦁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미북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고, 실제로 한국 정부가 외교·안보 부문의 고위급 인사 교체 이후 오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북한의 협상 복귀를 보장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난 3월에도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됐지만, 북한은 대화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훈련 중단이 미북 대화 재개 등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북한이 다시 협상에 응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또 한미 양국의 준비태세를 위해 최소한의 효율적 훈련을 시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만약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대북 관여에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계속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고, 그때부터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취소, 또는 작은 규모로 축소돼 진행됐습니다.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던 것이죠.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한미연합훈련 차원에서 양보해 왔지만, 북한은 이에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선의의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에 공격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죠.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배운 것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북한은 더 많은 요구를 하죠. 따라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시도해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계속 추가 공격의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고, 한국을 방어할 준비를 위해서라도 계속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8월의 한미연합훈련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훈련이 예정돼 있어도 지휘관들이 이에 대한 위험 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겁니다. 이미 ‘코로나 19’ 사태에 따라 지난 훈련도 취소했는데요. 따라서 북한에 대한 양보 차원에서 훈련을 중단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기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 북한의 입장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그렇습니다. 지난 3월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했을 때에도 북한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8월의 훈련을 연기한다고 해서 북한이 만족해할까요? 북한은 대화와 협상에 돌아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계속 모호한 발언과 태도를 보였는데요.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기도 했고, 전략자산 운용이나 한국이 보유한 미국의 국방기술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계속 추측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변수’, ‘코로나 19’ 등으로 훈련 일정 결정 못 한 듯

⦁ 아직 한미연합훈련의 정확한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는데요. 그 배경은 뭘까요?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공식적으로 듣지 않았지만, 한국의 새로운 외교·안보팀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마 논의 중일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화답하고 다시 대화에 응할 것이란 생각에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한다면 이는 실수라고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코로나 19’도 또 다른 원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한 가지 문제가 아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일 수 있는데, ‘코로나 19’ 국면과 함께 최상의 협상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국 정부는 계속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계속 대화를 준비해왔지만, 북한은 실질적인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이 준비될 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물론 미국에서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그의 협상팀이 북한과 마주할 용의가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승인을 이끌어 낼 합의가 있기 전까지 미북 정상회담은 필요치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대북제재의 완화를 보장받기 전까지 김 위원장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재 완화에 대한 보장이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올 유일한 길이지, 단순히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만족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북한도 군사훈련을 하죠. 하지만 북한은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상호주의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만약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되겠죠. 북한이 만약 이를 고려한다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가치 있는 일이 될 겁니다.

/RFA 그래픽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 입장 명확히 하고, 상응하는 양보 의지 보여야

⦁ 만약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8월에 진행된다면 북한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더 큰 도발 가능성이 있을까요?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매우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작년에 21번의 미사일과 로켓 발사 시험을 했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미국 셈법의 변화를 불러올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테지만 말이죠. 아니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한반도 내 도발도 가능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해서라도 한미 양국의 강력한 동맹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북한은 그동안 정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적어도 최근 공개된 성명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보다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적대시 정책의 종식에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포함될 수 있겠죠. 하지만 비공개적으로는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하노이 협상에서도 그렇고, 스톨홀름 실무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현재 추구하는 것은 대북제재의 완화이지, 한미연합훈련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두 분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한편,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선임국장은 최근(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 중요하긴 하지만, 북한에도 이에 상응하는 확실한 양보를 얻어내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선임국장] 당분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동안 적어도 여름에는 북한도 모든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할 것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지만, 북한에도 확실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어야죠. 그것이 상호 간 행동 대 행동으로써 신뢰를 쌓고, 더 큰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외교적 사고를 구축할 수 있는 겁니다.

미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동맹의 필요와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범위와 규모, 초첨 등도 한미동맹의 맥락 속에서 이뤄질 것이란 입장입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미북 협상의 외교적 지지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여전히 가능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는 현재(15일)까지 답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