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무협상 피하려 군사훈련 핑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7.16
foal_eagle_drill_b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ASSOCIATED PRES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현 상황선 실무협상 별 의미 없다고 판단하는 듯

<기자>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둔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할 경우 미북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미국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 측에 실무협상 재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이 돌연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딴지를 걸고 나왔습니다. 북한의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방금 비핵화 실무협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북한은 실무협상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아마 비핵화에 관한 실무협상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난번에 하노이에서 북미회담을 했을 때도 사전 실무협상에서 당시 북한의 협상대표였던 김혁철 특별대표가 핵문제는 최고 지도자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면서 실질적인 협상을 다 거부했습니다. 지금 미국이 계속해서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얘기하고 있구요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판문점 회담 직후에 일본 정부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다시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 아래서는 북한으로선 실무협상을 아무리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관계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유지하기 위해서 트럼프의 책임이 아니라, 방금 말씀하신 한미합동군사훈련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와서 실무협상을 못 하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폼에이오∙리용호, 내달 ARF서 만날 듯

<기자> 새로운 조건을 내걸어서 실무협상이 열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신데요, 시작부터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입니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실무협상, 어떻게 진행되리라 전망하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8월 초에 태국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가 있습니다. 거기에 아마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나올 듯합니다. 지난해에도 유엔총회 등에서 (북미가) 대화는 했기 때문에 아마 두 사람이 만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는 상황 아래서 외무장관 회담을 한다고 해도 전혀 내용이 없는 원칙론만 서로가 주장하는 자리가 돼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그렇게 되더라도 가을까지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미국을 견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겠나 저는 보고 있구요. 그리고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군사적으로 한반도를 압박하거나 그렇게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북한은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과 북한 둘 다 비핵화 협상에서 좀더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 측의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한 듯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작년 7월과 10월에 평양을 방문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을 하려 한다는 것을 다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미국 대통령 자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인 듯하구요. 따라서 앞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있게 임해야 하는데 북한 문제에서 원칙에 어긋난 양보를 했다는 그런 비판을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스틸웰, 일본서 한미일 협력 언급 삼가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을 방문중입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 방문 직전 일본을 방문했는데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에 미일관계, 지난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안전보장조약에 불만이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일본인들 사이에 있는 걱정을 해소하려고 많이 애쓴 듯합니다.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예전에 자신이 아오모리현 미사일 기지에서 근무했을 때 일본인들이 지어준 애칭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기가 일본과 친하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스틸웰 차관보가 예전에 베이징에서도 근무했기 때문에 일본보다는 중국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경계감도 있었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서 많은 일본인들이 그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된 듯합니다. 기자회견도 했는데 일단 미일동맹 강화에 노력하겠다고만 얘기하고 이번에는 한일관계도 복잡하고 하니까 일부러 한미일 협력이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대행이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동결을 대가로 개성공단 재개가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서인데요, 결국 비핵화 중간단계로 핵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어떻게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로는 지금 워싱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이런 얘기는 2012년 2월에 있었던 리프데이(2월29일) 합의와 똑같은 현상인 듯합니다. 미국인들은 그때 합의가 어떻게 됐는지 잊어버린 듯하구요. 당시 미국 국무부가 오바마 정권 아래서 북한과 핵문제에서 어떻게 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열심히 협상한 결과 핵미사일을 동결하면서 그 대신에 식량지원 등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바로 다음 달인 2012년 3월에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을 발사한다고 예고하면서 합의는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역시 협상이 장기화하면 특히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치인들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저는 보고 있구요, 지금 상황도 2012년 2월과 똑같이 좀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유엔 방문 땐 인권문제 제기될 것

<기자> 오는 9월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아직은 유엔본부에서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미 가능성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엔 아직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너무 큰 카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건 북한도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한다고 하면 대신에 뭘 주겠냐고 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이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하는 건 백악관 방문보다 더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유엔을 방문하면 반드시 인권문제가 화제가 될 겁니다. COI(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유엔을 방문한다면 그 때 인권문제가 거론될 수 있고 만약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많은 비난을 받을 듯합니다. 김 위원장도 그런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은 안 갈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