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여성 경제인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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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릉에서 한 스님이 제단 양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2011년 9월)
동명왕릉에서 한 스님이 제단 양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2011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문성희 박사님, 북한 시장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거기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여성이지 않습니까? 그런 장면을 보니까 북한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여성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문성희: 네, 바로 그렇습니다. 제기 2003년에 평양에서 여성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30대 여성은 이런 말을 했어요. “제 남편은 월세가 얼마인지도 몰라요. 여기서는 여성이 얼마나 살림을 잘 하는가에 따라 집생활사정이 달라져요”. 아시다시피 1990년대 후반 북한 경제 상황은 건국 이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요. 북한 사회주의제도의 근간인 공급제도도 사실상 붕괴했어요. 그 때 길거리에 나가서 무엇이든 팔 수 있는 것을 팔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자기 집 물건과 식량을 바꾸어가면서 가정을 지킨 것은 모두 여성들이었어요. “그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길거리에 나가서 장사를 했어요.”라고 저한테 말하는 호텔 직원도 있었어요.

<기자> 그러니까 경제적 근간이 무너진 상황에서 생활전선으로 가장 먼저 뛰어든 사람들이 여성들이었다는 말씀이군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길거리 시장이라고 암시장이 있는데, 그런 곳에 먼저 뛰어든 것이 여성이고, 시장에서 국수를 팔거나 식당 같은 것을 차린 것도 여성이지요. 빵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같으면 남은 빵을 받아서 그것을 길 다니면서 팔거든요. 그것도 새로운 시도였지요. 길거리에서 사람들한테 소리 걸다가 물건을 파는 장삿꾼들도 여성들이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들어본 일이 없는데 탈북자의 말로는 ‘달리기장사’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중북 국경까지 가서 무역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애요. 그런 일을 하기 시작한 것도 여성들이었다고 합니다. 생각하면 중국까지 가서 물건을 사와서 북한에서 팔고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여성들이지요.

<기자> 유독 많은 여성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배경은 뭔가요?

문성희: 여성이 경제 생활을 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한 제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세대주가 나라에서 배치된 직장에 반드시 나가야 됩니다. 세대주는 기본 남성이지요. 그러니까 가족들을 굶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활약을 해야했던 것이지요. 여성 장삿꾼들이 많아진 것은 그런 배경도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그런 것을 할 줄 모르는 여성들의 집은 생활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기자> 그러니까 공급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해서나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장사를 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그건 지금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 뭐니 뭐니 해도 북한 여성들은 쎕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에는 ‘돈주’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여성이 많아요.

<기자> 그러니까 일찍부터 장사에 눈을 뜬 여성들이 많으니까 이분들 중에는 많은 돈을 모은 경우도 많았겠네요?

문성희: 제 생각으로는 북한 남성들은 정치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간부들 중에는 장삿꾼을 좀 낮춰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많아진다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지방에 가면 장사를 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아요. 그래도 평양의 돈주는 아무래도 여성이 많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여성들이 ‘쎄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본이나 한국 여성들에 비해 생활력이 강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네, 그래요. 북한 여성들은 정말 생활력이 있어요. 장사나 해서 돈을 벌어온다는 측면 이외에도 물건이 모자란 속에서 자기 나름으로 여러가지 연구해서 창조해내는 측면에서도 쎄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북한에서 여성 경영자는 얼마나 흔한가요?

문성희: 요즘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북한에서 백화점을 경영하는 여성이 나옵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에 홀로 딸을 키우면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부자로 그려지고 있지요. 고급 아파트에 살고 딸도 자기도 명품 옷을 입고 북한에서도 잘 사는 집안으로 현상이 되어있습니다. 물론 백화점을 개인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지는 모릅니다. 사실은 국영 백화점의 지배인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맞지요. 하여튼 그런 분은 기본 여성입니다. 북한의 돈주 이야기는 한 번 여기 코너에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길게는 말 안 하겠지만 돈주에는 여성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기자> 북한에서 여성 지배인을 직접 만나신 적은 있어요?

문성희: 평양역 인근에 대동강맥주 비어홀이 있는데 거기 지배인도 여성이었습니다. 중국도 자주 출장가면서 장사에 대해서 많이 연구를 한다는 얘기를 하고 계셨어요. 북한에서 유명한 호텔 지배인도 여성이고. 평양대극장안에 있는 레스트랑을 경영하는 사람도 여성이고. 하여튼 여성들 파워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기자> 시장 이야기에 돌아가보죠. 시장에서도 기본은 여성들이 종업원으로 일 하는가요?

문성희: 네, 그럼요. 시장에서는 100% 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시장에 들어갈 때 입장료를 물어야 하는데 그것을 징수하는 것도 여성, 시장안에서 물건을 파는 것도 여성, 산 물건을 넣기 위한 비닐봉투를 파는 것도 여성, 다 여성이에요. 길거리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도 여성입니다.

<기자> 지방에서도 그런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지방에서는 시장에 못 갔기 때문에 그 주변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만 본 적이 있는데 모두 여성들이었어요. 지방 시장에서는 국수를 팔거나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사람들도 기본은 여성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자> 경제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렇다면 정계에 여성들이 진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듯 한데요?

문성희: 여성이 정치 일군을 한다는 것은 아직 좀 어렵지요. 물론 최선희 씨 같이 외교관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도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계는 남성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파원 시기에 통일문제나 국가 정책에 관한 문제 그런 인터뷰를 할 때 인선을 해봤는데 기본적으로 남성 간부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러니까 경제분야에는 여성들의 진출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정치분야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말씀이신데, 북한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제분야의 중요성이 더 커질테고 그러면 앞으로 북한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은 더 높아지고 커질 듯한데 박사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문성희: 네, 김복신 부총리는 경제를 담당하는 부총리였어요. 그리고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여동생인 김경희 씨는 당중앙에서 사업할 때 경공업부문을 담당하셨습니다. 제가 2010년에 방문한 역전 비어홀 지배인은 “(맥주 사업은) 존경하는 김경희 동지가 맡고 계십니다”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이렇듯 여성 간부들이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놀고 계셨지요.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에 매우 힘을 놓고 있으니 앞으로 경제 분야에서 사업하는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을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문성희: 요즘 북한 젊은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최근에 북한에서 내고 있는 유트브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거기에는 영어를 잘 하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유트버가 나와요. 그 여대생이 슈퍼나 유희장 같은 것을 안내하면서 북한 생활을 소개하는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션 스타일이거든요. 절세의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적인 미모의 대학생이 나와서 옷도 매우 세련되고 있어요. 그런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지 않으냐 그런 감이 들어요. 일설에서는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돌아온 귀국자녀들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하여튼 그런 여성들이 앞으로 장차 북한에서 활약해주는 날이 기대됩니다.

<기자>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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