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산적한 북한, 대외정세 안정 바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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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산적한 북한, 대외정세 안정 바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에디터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 남북한 간 통신선이 복원됐습니다. 지난 27일 남북한은 나란히 통신선 복원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마키오 기자님, 한국 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통신선 복원에 북한이 결국 응했는데요 이번 조치의 의미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현재 악화된 경제상황과 젊은 세대에 대한 사상통제, 그리고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대책 등 국내문제에 바빠서 북한을 둘러싼 대외정세를 안정화시키고 싶은 그런 생각인 듯합니다.

통신선 복원, 8월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막으려는 의도도

<기자> 결국 관심은 이번 통신선 복원이 남북관계, 나아가 미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통신선 복원은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대규모로 열리지 않도록 막으려는 북한의 의도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에서 2018년 6월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얻어낸 유일한 성과를 지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는 미국 내 평가를 통해 미국 국내에서 ‘북한도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북 간 대화에 (미국이) 응해야 한다’는 그런 목소리를 지원하려는 전략도 있다고 봅니다. 한편 북한은 현 문재인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약속했던 남북한 철도연결사업 등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청와대가 설명하는 대로 통신선 복구가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한국의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기대도 하지 않는 듯합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자력갱생을 얘기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지원을 얻어내는 데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게서도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식량지원을 받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인 듯합니다.

미국, 대 중국외교 집중 위해서 한반도 문제 서두르지 않으려 해

<기자>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간 외교 차관급대화도 열렸습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최고위급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웹디 셔먼 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목적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채널, 즉 소통창구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에 중국은 지난해 봄, 당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향해 공산주의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시기부터 미국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습니다. 군사 핫라인, 즉 비상용 직통전화도 양국 해군 사이에서 가동돼왔지만 지난 해 봄부터 중국 측이 응답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으로선 이대로 두면 서로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우발적인 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통창구를 복원시키려고 셔먼 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번에 셔먼 부장관이 먼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건 중국과 대화하기 전에 한미일 세 나라 간 협력이 강력하다는 그런 신호를 보내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일단 대 중국 외교에 집중하기 위해서 한반도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한미일 차관급 협의에서도 북한 문제에서 의미있는 큰 진전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미 행정부내 중국의 대북정책 협력 기대 낮아

<기자> 셔먼 부장관과 중국 측 인사들 간 만남에서도 북한 문제는 그리 진전을 이루지 못 한 걸로 보이는 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셔먼 부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북한문제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 안에서도 지정학적으로 그리고 현재 미중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미국에 협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듯합니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관계인 상황에서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 있는 북한카드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고 북한 역시 자신들이 살아나가려면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지 못 하는 이상 북한 문제에서 큰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중국문제에 집중하고 싶고 한반도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북, 미국과 필요 이상 갈등 원치 않는 듯

<기자> 그런가 하면 북한이 올 해 2년 연속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내부사상 결집을 위해서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28일자 노동신문은 34장의 사진과 함께 전국노병대회 개최를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올 해는 행사를 야외에서 열었고 불꽃놀이도 하면서 대회를 화려하게 진행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휠체어에 앉은 노병에게 고개를 숙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아마 나이 많은 분들을 정중하게 모시는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인 듯합니다. 하지만 사상통제라는 의미에서는 MZ세대 등 북한의 젊은층에 대해서 별로 효과가 없을 듯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번 대회에서 혁명무력이 어떠한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연설했는데 지난 해 대회에서 얘기했던 핵 억지력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습니다. 역시 북한은 국내문제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에 미국과 필요 이상의 갈등이 생기는 걸 피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 한국 드라마∙미국 영화 수요 줄지 않을 것

<기자> 한편 북한에서 한국방송 시청 단속이 강화됐지만 수요는 줄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는데요, 탈북자 가족에 대한 강력한 감시, 도청이 이뤄진다는 증언도 있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탈북자분들에게서 얘기를 들으면 김정은 체제를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건 경제적인 은혜를 입고 있는 고위층뿐이라고 합니다. 고위층은 김정은 총비서와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력에 기반이 되고 있는 백두산 혈통인 김 총비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북한 당국이 사상통제도 강화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서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그런 얘기도 많이 들려옵니다. 이런 사회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오락인 한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가 없다고 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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