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불신 종전선언 논의 걸림돌”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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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송환한 한국전 전사 미군유해 55구를 위한 추도행사가 27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고 있다.
북한이 송환한 한국전 전사 미군유해 55구를 위한 추도행사가 27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고 있다.
U.S. Army via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북한, 미국과 대화 분위기 계속 유지 의도

<기자> 북한이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55구를 지난 주 송환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북한의 미군유해 송환과 미사일 시험장 폐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북한의 입장은 북미대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선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나서 한반도에 다시 항공모함을 파견한다거나 하면 큰 일이니까 (미국과)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군유해 문제도 계속 대화국면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하나의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유해송환과 미사일 시험장 폐기가 비핵화와는 상관없다는 사실입니다. 유해를 송환하고 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 유해송환∙미사일 시험장 폐기 비핵화와 무관

<기자>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신호이긴 하지만 본질적인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진단이신데요, 북한은 이번 미군유해 송환 과정에서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등 신뢰구축 차원의 자발적인 조치임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면 북한이 이례적으로 미군 유해 송환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미국도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북한이 지금 확보해 둔 미군 유해가 200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중 일부만 송환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협상) 카드로 좀 쓰고 싶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이) 아직 미국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미군유해 송환 문제는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한국과 미국에겐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좋은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미군유해 송환을 협상 카드로 계속 쓰고 싶다고 하는 건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불신, 불만 때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결국 본질적인 비핵화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말씀이신 데요, 그럼 미국이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에 제시하고 있는 조건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알기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비핵화 시간표를 달라고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종전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비핵화 시간표와 종전선언을) 주고받자거나 그런 얘기는 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이 전쟁이 끝났다면서 유엔군사령부도 해체해야 한다거나 미군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제가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응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기는 한데요 저는 그것보다는 역시 북한이 신뢰할 만한 나라라고 미국이 인정할 수 있는 상황, 그러니까 북한이 앞으로 주한미군을 나가라고 절대 주장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확신없이 미국이 종전선언에 쉽게 응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과 비핵화∙종전선언 맞교환은 위험한 거래

<기자> 비핵화를 넘어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는 말씀이신데요,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신고 목록을 제출하면 미국도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렇게 이야가하는 전문가들이 한국 안에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6, 2007년 종전선언 얘기가 나왔을 때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교환하자거나 하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외교관들이나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위험한 거래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는 종전선언을 해야 비핵화도 진전된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비핵화가 이뤄지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는 논리는 메인스트림(주류)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정상 간 논의 사항…장관급선 진전 어려워

<기자> 한반도 종전선언은 30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요, 어떻습니까, 종전선언 논의에 진전이 있을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 안에서도 좋은 기회이니까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도 종전선언을 활발하게 논의하자거나 진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정상들끼리 한다는 조건 아래 얘기해왔기 때문에 외교장관 급에서는 큰 진전이 어렵지 않겠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하는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만난다거나 그럴 계획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종전선언 진전을 위한 4자 간 협의도)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종전선언 논의에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예상인데요, 이런 가운데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달 중순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의 비공개 방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6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시진핑 주석과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합니다. 중국으로서는 앞으로 평화협정이 이뤄진다고 하면 거기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될 테니까 추진하고 싶을 겁니다. 중국은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협상에 꼭 참여하고 싶기 때문에 한국에 서로 입장을 조율하고자 하는 그런 생각 아래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비핵화 때까지 대북제재 유지 입장 강경

<기자>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인데요, 한편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대북제재 예외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금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즘 하는 말을 감안하면 중간선거 때까지는 대화국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 앞으로 계속 대화가 유지될 건지 아니면 제재를 강화할 건지, 다시 긴장 국면이 조성될 건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으로선 대화는 유지하겠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니까 제재는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제재완화 등) 이런 흐름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주에도 미국 국무부의 마크 램버트 동아태부차관보 대행이 한국을 방문해 남북경제협력 관련 기업인 등과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남북경협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미국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일단 대북제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여기에 따라와야 한다, 그런 주장을 한국뿐만 아니라 이번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때도 아세안 국가들에게 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는 지적이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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