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RF서 북한 위상 확 달라져”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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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이 끝난 뒤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이 끝난 뒤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성김, 공개 장소서 트럼프 친서 북 리용호에 전달 인상적

<기자> 지난 3일과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폐막하면서 채택한 의장성명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공약하라고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아세안 10개국과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등 27개국 외교장관이 참가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인 ARF에 북한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대표단을 이끌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싱가포르에서 현지에서 직접 취재하셨는데요,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 미북 외교장관 회담이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거부 탓인데요, 리용호 외무상은 대신 미국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먼저 일방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를 재차 북한에 촉구하면서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인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이번 ARF 취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공개석상에서 리용호 외무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장면인데요, 그 때 미국과 북한 대표만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있었습니다. 결국 비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었는데 왜 공개된 장소에서 일부러 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국무부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점점 국무부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기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을 보면서 국무부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셨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4일 리용호 외무상이 ARF에서 했던 연설 에서도 북미 수뇌가 합의했던 내용에 반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나 역풍이 생기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그런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그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집중하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차별화하는 전략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일단 북한 입장으로서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사람이니까 트럼프한테는 비판을 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미국에게 지금 불만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뭔가 해야 하는데, 트럼프는 공격하지 못하니까, 희생양으로서 국무부를 심하게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번에 만나주지도 않고, 그렇게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북미협상 과정에서) 국무부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 대표단, 남한과 대화 ‘접촉에 불과하다’고 밝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으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를 계속 비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말씀이십니다. 이처럼 공식 양자회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공식 만찬 과정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이어갔는 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키노 요시히로: 한국 정부 대표단은 ‘우리가 잘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도 그렇고 리용호 외무상과도 심도있게 대화를 했다’ 이렇게 발표했는데요 저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접촉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남조선 당국과의 대화가 회담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접촉에 불과했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서훈 한국 국정원장이 지난 7월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극비방문해서 지나 해스펠 CIA 국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8월 말로 앞당기고 싶다, 그러니까 종전선언 채택에 협력해 달라, 유엔제재나 미국의 독자제재 적용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미국은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지금은 압력을 가해야 할 때라고 오히려 얘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끝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한국이 북한으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북한쪽에서는 (한국을 향해) ‘판문점 선언에서 앞으로 남북경제협력도 다 할 수 있다거나 노력하겠다거나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것도 못하고 종전선언도 못하고, 그런 입장인데 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와야 하느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재외교를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한계가 왔기 때문에 문재인 한국 정부는 너무 어려움에 처해있고 그런 상황이 이번에 (ARF에서) 리용호 외무상과도 만나지 못하고 남북미 외교장관 회담도 못하는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남 암살 이후 북과 접촉 제한 베트남도 북한과 회담

<기자> 그런가 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인기몰이를 했다’는 기사를 송고하셨는데요, 북한과 회담하자고 요청한 나라가 그렇게 많았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만났던 북한 대표단 사람의 얘기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도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리 외무상이 너무 피곤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필리핀처럼 회담장 현장에서 북한측에게 ‘만나고 싶다, 대화하자’고 요청한 나라도 있었다고 합니다. EU도 포함해 11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북한과 대화했는데 결국 접촉만 했거나 만나지 못했던 나라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놀랐던 게 베트남처럼 김정남 사건 때 자국 국민이 가해자가 돼 버렸던 나라가 이번에 다시 북한과 만났다는 게 특이한 상황이었습니다. 베트남 외교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에 국장급 이상은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와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베트남이 북한과 장관급 회담을 했습니다.

<기자>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 달라진 현상인데요, 이런 북한의 인기 비결,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역시 여러 나라들이 북한이 앞으로 대미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매우 궁금했던 듯합니다. 북미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따라서 자신들의 아시아 외교나 북한 외교에 변화가 생기게 되니까, 뭐 언제쯤에 제재가 완화될 수도 있을런지 그런 걸 좀 살펴보고 자신들의 외교전략에 도움이 되도록 정보수집도 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트럼프에 친서만 세 번째…비핵화는 천천히

<기자> 그런가하면 북한은 연일 제재완화를 미국에 압박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6일자에 실은 논평 제목을 아예 ‘압박외교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로 뽑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미공세가 강화되는 분위기인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우리로서는 뭐니뭐니해도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북한 입장으로서는 지금 필요한 것이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9월9일 건국절 70주년 기념행사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김정은의 업적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고 이건 자신의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못했던 업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업적쌓기에도 성공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는)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세 번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안전관리만 하면서 (비핵화는) 천천히 하려고 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6일에는 한국과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미국의 반대에도 한국과 중국, 북한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놓고 의견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떻습니까, 연내 종전선언 가능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판문점 선언 당시에는 북한도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들었구요 그 때는 한국도 그런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과 북한이 종전선언을 빨리 하고 싶기 때문에 중국도 참가할 수 있다고 그렇게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서훈 한국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미중 네 나라가 종전선언하자고 제안했는데 미국 쪽에서는 불쾌하다며 왜 중국을 참가시켜야 하느냐는 불만 표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연내 종전선언은 어렵다고 봅니다. 유일하게 혹시 (종전선언이) 가능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까지는 (종전선언이) 역사에 이름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다시 그런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뭐 그거 이외에는 저는 연내 종전선언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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