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수해가 할퀴고 간 북한] ②식량난 우려 속 김정은 새 시험대에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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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지난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논 옆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지난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논 옆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앵커: 북한에서는 현재 홍수 피해에 대한 복구 작업이 한창이지만, 이번 수해가 앞으로 주민들의 생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커 보입니다. 주로 곡창지대에 집중된 피해는 당장 올해 쌀 수확량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피해 복구 작업과 이재민들의 집단생활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확산 위험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올 여름 집중 호우로 북한이 입은 피해 규모를 진단하고, 이번 수해가 앞으로 주민들의 삶 전반에 미칠 영향과 복구 대책 등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올해 홍수 피해를 통해 북한이 직면한 두 가지 위기를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식량 위기: 이번 수해로 최소 5만 톤 이상 수확량 감소

이번 홍수 피해는 곡창지대라 불리는 황해남북도에 주로 집중됐습니다. 이 지역은 벼농사를 짓는 논이 많은 곳이기에 이번 수해가 올해 쌀 작황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8월 19일) 북한 내부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에 따르면 수해 지역의 많은 논이 물에 잠기면서 벼가 제대로 알곡을 맺지 못했습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물에 잠겨 있던 논에서 물이 빠진다 해도 수확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은 최근(8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수해로 최소 5만 톤가량의 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원장] 북한 당국의 보고 내용을 보면 약 4만 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거든요. 피해가 주로 논에 많을 테고, 올해 벼 작황은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벼가 필 때거든요. 조금 뒤 밖으로 나오는 시기인데, 피해가 좀 클 겁니다. 2~3일 정도 물에 잠겼다가 빠진다 해도 전체 예상되는 피해가 30% 정도 되거든요. 30%면 1헥타르당 적어도 1톤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고요. 4만 헥타르라고 한다면 4만 톤이 될 테고, 논이 유실되거나 매몰됐을 경우에 완전히 생산을 못 하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지게 됩니다. 적게 추산하더라도 벼 생산량이 적어도 5만 톤 이상은 감소할 겁니다.

직접적인 수해 외에 2차 피해에 따른 수확량 감소도 문제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홍수 발생 시기’와 ‘기반시설의 파괴 정도’가 홍수 피해를 가중시키는 변수가 되는 가운데 오랫동안 비가 내리면서 일조량이 감소하고, 홍수 이후의 병충해 발생뿐 아니라 살림집과 도로, 시설, 장비 등이 파손되면서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2차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또 수해 복구에 많은 인력과 장비, 재원이 투입되면 상대적으로 농사에는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농작물 품질 저하도 우려되는 피해입니다.

따라서 2차 피해까지 고려하면 최대 10만 톤 이상의 쌀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원장의 분석입니다.

[권태진 원장] 2차 피해까지 하면 많게는 10만 톤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전체 수확량이 2% 정도인데, 1~2%가 결코 적은 양이 아닙니다. 침수가 안 됐어도 계속 비가 왔기 때문에 기상학적으로 일조량이 부족하고, 병충해 발생 등으로 생기는 피해는 전체 농작물에 다 해당하는 것이거든요. 피해가 확실히 난 부분에 대한 생산량 감소는 2%에 불과하지만, 전체 농산물이 장마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피해 면적이 더 큰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2%가 예상된다 해도 일조량 감소, 앞으로 있을 병충해까지 발생하면 어림잡아 4~5%까지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쌀 수확량의 5%를 작년 생산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0~30만 톤. 전체 북한 주민이 하루에 1만 톤을 소비한다고 할 때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북한이 매년 100만 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120~130만 톤 이상의 식량 부족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의 봉쇄로 비료와 농자재 등을 충분히 생산하거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농사 작황에 대해 우울한 전망이 제기돼 온 가운데 8월에 발생한 홍수 피해로 올해 작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또 한창 보릿고개를 겪을 시기에 홍수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어린이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영양 상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재섭 하버드 의과대학원 연구원(한국 정책)도 이미 영양 상태가 나쁜 어린이들의 건강이 수해를 겪으면서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재섭 연구원]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영양 상태가 부족한 데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 농사 작황이 감소하면서 영양 상태까지 안 좋아질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질병이 예방 가능하다 해도 영양 상태에 의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고요.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미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8월 10일 발표한 ‘국제식량안보평가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10명 중 6명이 충분한 식량을 섭취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천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RFA 그래픽

  • 보건 위기: ‘코로나19’ 확산 우려


매년 북한에서 홍수가 발생한 이후 전문가들이 우려해온 것 중 하나는 수인성 질병입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북한에서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수인성 질병이 기승을 부려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예방과 치료 역량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우려 사항입니다.

AP 통신 평양 지국장을 지냈던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센터장은 최근(8월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과거 자신이 북한에서 경험했던 홍수 피해를 회상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수인성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진 리] 홍수로 황폐한 환경이 조성될수록 공중보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고요. 특히 홍수로 인한 오염된 식수로 수인성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동시에 화장실 등 주민들이 접근하는 위생시설도 부족할 것이 분명하고요.

하지만 올해는 수인성 질병과 같은 전염병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방역 대책을 시행해왔는데, 홍수 피해로 ‘코로나19’의 방역 체계가 무너지고, 수해 복구 과정에서 집단생활이나 공동 작업을 통해 방역 지침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복지센터 센터장은 최근(8월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자가 격리해 생활해왔는데,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이 대피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할 위험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제가 걱정하는 것은 ‘코로나19’입니다. 2차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수해를 입은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단체로 모여 생활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공공 격리시설이 여의치 않은데요. ‘코로나19’ 국면에서 각자 집에서 격리해 살던 이재민들이 공공시설 등에 모여 단체생활을 하면 ‘코로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속 강조하는 것도 그만큼 우려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을 주목해서 보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최근(8월 19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매우 엄격하게 강화했지만, 이번 수해를 겪으면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맞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한반도보다 앞서 집중 호우에 따른 홍수가 있었는데요. 그때 많은 사람이 대피소에 모였습니다. 당시 정말 코로나가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대피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대피 생활을 할 수 있냐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일 거라 봅니다.

  • 두 가지 위기,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시험대


북한 황해남북도에서 생산하는 식량은 주로 평양시를 비롯한 군대와 보위부, 당원 등 국가가 우선시하는 대상에게 분배됩니다. 따라서 올해 홍수 피해로 큰 타격을 입은 곡창지대의 수확량 감소가 평양 시민들과 핵심 간부층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경우 김정은 정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또 이를 메우기 위한 일반 주민들의 고통도 연쇄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통제 아래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피로도는 점점 누적되고 있습니다.

또 이번 홍수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현실화되면 북한 주민의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당연히 경제적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죠. 지원도 적극적으로 받으면 생활과 위생 면에서도 좋지 않습니까?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식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국면으로 어려움을 겪는 때에 8월 홍수 피해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위기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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