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수해가 할퀴고 간 북한] ③ 감당힘든 삼중고…복구 험난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8-2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 곳곳의 민가 지붕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거나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된 모습이다.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 곳곳의 민가 지붕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거나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앵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데 있어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기존 대북제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중고에 홍수 피해까지 더해 ‘삼중고’를 맞은 북한 당국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위를 우려하는 탈북민들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올 여름 집중 호우로 북한이 입은 피해 규모를 진단하고, 이번 수해가 앞으로 주민들의 삶 전반에 미칠 영향과 복구 대책 등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올해 홍수 피해에 대한 외부지원을 북한 당국이 거부한 배경과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한덕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홍수 피해와 관련해서 어떠한 외부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북한.

‘코로나19'’확산 가능성을 내세우며 수해복구에서도 자력갱생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자들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서울에 정착한 탈북 여성 박은희 씨(신변 안전을 이유로 가명 요청)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박 씨는 최근(8월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홍수 피해가 컸다고 하는데 물가는 오르지 않았는지, 외부 지원 없이 북한 주민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박은희 씨: 정말 걱정되죠. 홍수 피해가 나면 채소값고 오를 것이고, 가뜩이나 식량도 충분치 않을 텐데 뭘 먹고 살겠냐고요. 그게 제일 걱정이죠.

박 씨의 안타까움은 곧 북한 당국에 대한 울분으로 이어집니다.

박은희 씨: 그래서 외부의 지원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자기만(핵심 권력층) 괜찮으면 국민은 죽어도 된다는 겁니까?

국제사회의 시선 역시 싸늘합니다.

주민들의 안녕보다 대내외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자 내린 정치적 결정이라는 겁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북한 당국이 대규모 자연재해 속에서도 “주민들보다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편집위원: 북한은 예전부터 시민생활보다 정치적 입장을 중시해 왔습니다.지난 2015년 7월 당시 북한 나선시에서 수해가 발생했을 때도 김정은 위원장이 (현실을 무시한 채) 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수해복구를 마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의 진 리 한국정책 센터장도, 북한의 외부지원 거부는 보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현 체제가 강인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권태진 한국 GS&S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역시 이번 결정이 북한 주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북한이 올해만 농사짓고 말 것이 아니고, 북한이 내년에도 농사를 지어야하잖아요. 국제사회가 손을 내밀면 어느 정도 지원을 수용하는 것이 맞는 거죠. 북한 당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안 받으면 좋을지 몰라도 그 피해는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제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면 주민들에게 초첨을 맞춰서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것은 식량이든, 자재가 됐든, 피해 복구용품이 됐든,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겁니다.

/RFA 그래픽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당국의 “강한 피해 의식”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김정은 정권에서는 외부지원을 안받겠다고 하고 있지만 그 이유가 코로나 입니다. 그러니깐 물자가 외국에서 들어올 경우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붙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순세력들이 일부러 코로나를 퍼뜨릴 수 있다, 이런 약간의 너무 강한 피해의식이라 할까요. 그런 태도가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하고의 관계가 나쁘지 않습니까.나쁘다기 보다는 북한 쪽에서 일부러한국에 대한 적대상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당분간 지속할 겁니다.

반면 이번 조치가 외부 지원을 수락하더라도 즉각적인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북한의 현 방역체제의 현실을 방증한다고 정재섭 하버드 의과대학원 정책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정재섭 연구원: 인력이 들어올 경우 자가격리 기간이 너무 길어서 인도주의 단체들이 굉장히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원래는 2주이지 않습니까? 한국에선 2주동안 있으면 자가격리가 풀리는데, 북한은 굉장히 강경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4주 어쩌면 1달 반 식으로 길게 하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물자가 못들어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외부 지원이 추진된다고 해도 원조품과 이동인구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로 즉각적인 물자 및 인력 반입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아래 대내외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 리 센터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이 물질적인 원조보다는 현금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진 리 센터장: 실제로 물직적 원조를 제공받는다 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당 원조에 대한 통제가 힘든 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 봅니다. 물질적인 원조 대신 해당 지원을 위해 모금된 현금을 추후에 요구해, 해당 자금에 대한 통제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외부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향후 경제 상황 역시 험난할 수 밖에 없다고 이시마루 지루 대표는 예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당연히 경제적 영향이 생길수 밖에 없죠. 지원을 적극적으로 다 받으면 얼마나 위생면에서도 생활면에서도 좋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어려워지면 어려워 질수록 이 사람들이 왜 지원을 안 받겠겠냐, 아무리 코로나가 심각해진다 하더라도 지원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 라는 의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봅니다.

권태진 원장도 “북한 스스로 수해 복구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원장: 북한은 정말 외부 지원을 안 받고 싶은 것인지,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은 북한 스스로 수해 복구는 역부족이라고 판단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편집위원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동의 제한과 엄격한 방역 조치 등으로 인해 “복구 요원이나 자재 등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앞서 유엔은 북한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국경없는의사회(MSF) 측도 최근(8월 18일)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관련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다면 수해 복구를 돕기위한 지원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의 관계자들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로부터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발언이 나온 이상, 국제기구나 민간단체 등이 이같은 지침을 거스르며 지원을 추진하기는 무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진 리 센터장은 홍수 피해 등 자연재해와 대비는 매년 일어나는 일로 사전에 대비 가능한 사안이라며, 만약 북한 당국이 국내에서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쏟았다면 피해 규모도 작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낭비하지 않고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관련 시설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