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장밋빛 환상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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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시판이 한 상점에 붙어있었다. (2011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시판이 한 상점에 붙어있었다. (2011년 8월)
/문성희 박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문 박사님, 8월 1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에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먼저 짚어주시죠.


문성희: 네, 제7차 당대회가 열린 것은 2016년 5월이었기에 약 5년 만에 당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북한에서 당대회는 사업을 총화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지도기관입니다. 1980년 10월에 6차 당대회가 열린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한 번도 개최 안 됐던 당대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기에 와서는 원칙대로 진행하려고 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관영매체는 당대회를 원칙대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요, 과거에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당대회를 소집했는데요.

문성희: 네, 저도 그 측면에 약간 의구심이 있어요.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한 번도 당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던 것도 김 위원장이 그런 조건이 안 된다고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김정일 위원장은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당대회를 열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반대로 당대회를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을 지 몰라요.

<기자> 그러니까 당대회를 열 만큼 인민생활이 향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당대회를 계기로 인민생활 향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라는 건가요?

문성희: 여러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가장 큰 것은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과업, 특히 경제부문 과업들을 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8차 당대회를 열고 근본적으로 해결방도를 토의하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언급했다고 하네요.

<기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 수행 정도는 어떻다고 보시는가요?

문성희: 김 위원장이 목표수행실적을 자세히 보고 받고 그 결과에 대하여 해석했다고 한 것 뿐 긍정적인 평가가 없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의도한대로는 수행이 안 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이제까지 5개년전략 수행에 관한 보도가 없어요. 보도가 없다는 것은 보도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봅니다. 지난 시기에도 북한은 3차 7개년 계획을 완수 못했다고 인정한 적이 있었고 그 뒤에 경공업과 농업, 무역에 전력을 다한다는 ‘혁명적경제전략’노선을 제시한 바 있어요. 더구나 5개년전략 수행 기간인 2016년부터 올해까지 북한을 둘러싼 환경은 계속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경제 제재가 계속되는 속에서 코로나 문제까지 발생해 국가를 봉쇄할 수 밖에 없으니까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도 볼 수 있지요?

문성희: 제 말씀이. 김 위원장은 2018년과 2019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여기에는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대외 경제관계를 활성화해서 나라의 경제문제도 해결해가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북미 사이에 핵문제 해결에 견해 차이가 있었고 그로 인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경제 제재 문제도 해결 안 되고, 대외 경제관계도 여전히 막혀 있지요. 무엇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지구가 가동이 안 돼, 외화가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도 북한이 경제 침체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 방증하는 사례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지만 그럴수록 남북관계를 개선해 남북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행위를 선택했는데요.

문성희: 북한의 의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북한이 적어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남측이 독자적으로 경제협력 관계를 개선할 줄 알았지요. 그러니까 지난해 신년사에서 조건없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는데, 잘 안 됐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결국 경제 제재 문제가 풀려야 남측이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측을 상대로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과거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5개년전략은 어떤 과업을 포함하고 있나요?

문성희: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고, 핵개발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병진로선을 틀어쥐고 에네르기(에너지)문제를 해결하면서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세우고 농업과 경공업생산을 늘여 인민생활을 향상” 시킬 것을 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그러니까 북한에서 인민이라고 하는 국민들의 생활을 어떻게나 향상시키는 것이 5개년전략의 최대 과업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결국 최대 과업이었던 인민생활 향상을 의도한 대로 당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 북한 최고 지도부의 판단이라는 거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7차 당 대회 보고에서는 경제 목적과 과업에 대해 언급한 뒤에 각 부문 별로 구체적인 과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뒷쪽에 가서 ‘대외경제관계의 확대발전’ 항목이 나와요. 대외경제에서는 3가지 과업이 제시되었는데 대외무역, 합영.합작과 함께 경제개발구 운영을 활성화하며 관광을 활발히 조직하여야 한다는 대목이 있어요.

<기자>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전역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했지만 잘 운영되지 않았는데요.

문성희: 제가 늘 말하듯이 북한 경제를 활성화하자면 내부 경제만으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외자를 투입하고 무역을 활성화시켜야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니까. 북한도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개발구를 온 나라에 만들었다고 봅니다. 적어도 거기서는 자본주의적인 경영방식이 적용되고 많은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해주면 북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경제 제재가 있었지요. 그리고 외국 기업과 합영, 합작 사업을 추진할 때도 경제제재 탓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다가 올해부터는 코로나19때문에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속에서 북한만 승승장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런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요, 북한 지도부가 대외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않으면서 너무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아닐까요?

문성희: 북미관계가 풀리면 대외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당대회 이후 2017년에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고 난 뒤, 북한은 전략을 세웠다가 2018년에 우선 남북정상회담을 가지고 북미정상회담도 개최한 것이지요. 이런 계획이 있었으니까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면 외자가 들어오게 된다고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게 북한 오산으로 끝났다, 그야말로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도 생각을 할 수 있고.

<기자>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5개년전략도 제대로 수행못하면서 새로운 경제계획을 제시하는 것 역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문성희: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북한이라면 여기서 완충기를 설정해서 달성 못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간으로 하겠지요. 아니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소극적인 경제전략을 낸다든가. 헌데 김정은 위원장의 방식은 다른 것 같아요.

<기자> 어떻게 다른 건가요?

문성희: 규칙대로 한다는 것이지요. 당 대회도 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당규약에 따라 5년에 한 번 한다는 것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난 당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수행 정황을 새로운 당 대회에서 총화하고 거기서 철저히 원인 분석을 해서 앞으로 나간다는 방식이 아닌가 봅니다. 그러니까 내년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내세우게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여기서 5개년계획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어요.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7차당대회에서 제시한 것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이었지 않아요. 이건 3차7개년계획 완충기에 제시된 ‘혁명적경제전략’처럼 ‘계획’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내년 당대회에서 제시되는 것은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이지 않아요. 드디어 북한에서도 경제계획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건 구체적인 숫자가 동반이 되겠지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렇다면 경제계획을 세울 만한 좋은 조건이라도 갖추어지고 있는가요? 주변 환경을 보면 계속 어렵다고 보는데요.

문성희: 네, 그건 그렇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 나름데로 뭔가 조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당대회도 열고 계획경제도 세우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 과거 북한에서 당대회에 관해서 논의해 본 적은 있어요?

문성희: 아니요. 북한 사람들과는 되도록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대회에 관한 이야기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당대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어요. 다만 북한 사람들의 관심은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풀리느냐, 입니다. 그건 자기들의 생활 향상과도 직결하기 때문이지요. 옛날 어떤 분이 저한테 “김정일 장군님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신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 분은 추측으로 이야기하셨는데 이건 북한 사람들의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니까요.

<기자>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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